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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북클럽 이야기

[서울남부 북클럽] 진화는 왜 사실인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18. 11. 23.

[과신대 북클럽 이야기 | 서울 남부 북클럽]




진화는 왜 사실인가

제리 코인, <지울 수 없는 흔적> (을유문화사, 2011)


우종학 (과신대 대표)


* 이 글은 우종학 교수님 페이스북 담벼락에서 가져왔습니다. 


세 분이 새로 오셔서 활기가 더해졌습니다. 북클럽 카톡방에는 30명이 넘는 분들이 있는데 거쳐가신 분들도 있고 꾸준히 나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오늘 끝날 때 한 분이 이야기하길, 3년 넘게 책을 읽고 공부하면서 점점 겸손하게 된다고 합니다.


제리 코인의 [지울 수 없는 흔적]의 전반부 1-4장을 읽고 나누었습니다. 다들 과학책이 너무 재미있답니다. 쉽게 논리적으로 쓴 저자의 글솜씨도 있겠지만 진화에 관한 내용들을 따라 읽는 과정이 사실 흥미롭습니다.



1장은 진화란 무엇인가를 다룹니다. 6개의 키워드가 나옵니다. 1) 진화 2) 점진주의 3) 종의 분화 4) 공통조상 5) 자연선택 6) 자연선택이 아닌 다른 진화의 기작. 이 개념들을 각각 설명하는 책의 도입부입니다.


진화는 유전자 변이를 통해 긴 시간 동안 종이 변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것이 매우 길게 점진적으로 쌓이면 공통조상에서 종이 분화합니다. 그렇게 분화시키는 힘이 자연선택을 비롯한 몇 가지 메커니즘입니다.


2,3,4장은 진화의 증거를 다룹니다. 화석의 증거, 흔적기관과 배아, 그리고 생물지리학의 내용이 각각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다윈이 종의 기원을 쓰던 시절에는 화석의 기록이 변변치 않았고 주로 생물지리학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한 세기 반이 지난 지금 화석의 증거는 매우 강력합니다.


우리들이 중고 시절에 생물학을 배웠을 때와도 다르게 전이 화석들도 많이 발견되었습니다. 특히 어류와 양서류의 출현시기 사이에 해당하는 지층을 뒤져서 찾은 전이 화석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시간에 따라 종의 변화를 보여주는 화석의 기록을 보면 바로 지울 수 없는 흔적이라는 책 제목이 연상됩니다.


흔적기관들과 배아도 강력한 증거입니다. 인간도 뱃속에서 열 달을 지내는 동안 어류, 양서류, 파충류의 배아의 모습을 거쳐갑니다. 참 신기한 일입니다. 진화는 새로운 것을 뚝딱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옛것을 고쳐서 새롭게 만드는 일이니 우리 몸의 DNA는 옛 조상의 정보들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습니다.


그래도 어떻게 인간의 배아의 모습이 그동안 거쳐간 진화 과정을 거치며 변하는지 신기할 따름입니다. 왜 그런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진화의 과정을 통해서 창조했음을 알려주기 위해서 신이 일부러 보여주는 계시일지도 모릅니다. ^^



생물지리학은 참으로 강력한 증거입니다. 하와이나 갈라파고스 같은 대양 섬들에는 대륙에 사는 포유류, 양서류, 파충류들이 거의 없습니다. 반대로 대양 섬에 존재하는 동식물은 주로 가까운 대륙 연안에 분포하는 동식물과 비슷합니다. 이것은 대양 섬에서 격리된 채로 진화가 일어났음을 잘 보여줍니다. 다윈이 영감을 얻은 것도 바로 이 점이었지요.


화석의 증거, 흔적기관, 생물지리학 이렇게 3가지로 증거를 제시하지만 아쉬운 점은 유전자 정보를 다루지 않았다는 겁니다. 종과 종의 유사성과 분화 과정을 정량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인 유전자 유사성의 증거가 책에는 별로 다뤄지지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책은 2009년에 출판되었고 그때는 겨우 인간 게놈의 지도가 완성되던 시절입니다. 물론 지금은 맞춤형으로 한 개인의 유전지도를 분석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비용이 백만 원이고 미국에서는 몇십 불짜리 키트도 있다죠. 10년 동안 게놈 분석이 엄청나게 발전했다는 말입니다. 동물들도 유전자 분석을 통해 진화 과정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죠. 하지만 10년 전에는 그런 정보가 별로 없었을 테니 이 책에는 그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아쉬운 점입니다.


전반부를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자는 창조론이 틀렸다며 계속 그 이유를 설명합니다. 물론 저자가 말하는 창조론은 즉각적 창조론입니다. 생물들을 따로따로 설계해서 즉각적으로 만들었다는 창조과학과 지적설계의 입장을 깝니다.



왜 많은 교인들이 즉각적 창조와 진화적 창조 중에서 즉각적 창조를 선호할까라는 질문에 몇 가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1. 우선 성경이 즉각적 창조를 말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입니다. 물론 성경해석의 문제입니다. 성경은 진화적 창조를 배제하거나 즉각적 창조만이 옳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지는 않습니다.


2. 성경은 오히려 즉각적으로 일하시기 보다 긴 과정을 거쳐 사람들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보여줍니다. 애굽으로 내려간 야곱의 가족을 200만 명으로 즉각적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하나님은 인간들이 자유의지를 가지고 역사를 만들어내도록 400년을 기다리십니다. 하나님은 인간과 협력하여 역사를 섭리하십니다.


3. 마찬가지로 하나님은 다양한 생물종들을 즉각적으로 만드는 대신에 긴 과정을 거쳐서 필연과 우연을 거치면서 유전자 변이와 종의 분화가 일어나도록 자연에 자율성을 줍니다. 하나님은 자연과 협력하여 창조 과정을 섭리합니다.


4. 하지만 우리 인간은 즉각적인 하나님을 좋아합니다. 수능시험을 앞두고 시험을 잘 보게 해주시는 그런 하나님을 원합니다. 내 욕망과 욕심을 채워주시는 그런 기적적인 하나님을 선호합니다.


5. 그러니 즉각적 창조를 진화적 창조보다 더 선호합니다.



6. 물론 이는 우리가 바라는 하나님의 모습이며 우리가 만들어 낸 하나님의 모습일 뿐입니다. 성경에서 제시하는 하나님은 그렇게 알라딘 램프의 지니처럼 우리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즉각적으로 일하지 않습니다.


7. 더군다나 진화적 창조는 왠지 인간의 위상을 떨어트리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기적적으로 인간을 창조해야 인간이 특별해질 듯합니다. 참 이상한 심리이지요. 인류가 기적적으로 창조되었더라도 나는 기적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닌 게 분명한데 말입니다. 아담은 모르겠지만 나는 정자와 난자의 수정을 통해 세포분열 과정을 통해 창조되었으니까요. 내가 그런 방법으로 창조되었다고 해서 존엄하지 못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닙니다. 아담도 마찬가지입니다.


8. 즉각적 창조는 하나님이 뭔가 일하시는 것 같지만 진화적 창조는 약간 이신론 같다는 거부감이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자연이 스스로 진화를 시켜낸다는 그런 오해 말입니다.


9. 하지만 근대과학 이후에 이런 이신론적 느낌은 계속 있어왔습니다. 물리학에서는 뉴턴이 중력으로 천체들의 운동을 설명했고 마치 하나님 없이 별과 행성들이 운동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물리학은 다 받아들입니다. 물리학은 이미 포기했으니 생물학이라도 붙들자는 말일까요?


10. 사실 진화가 일어나는 과정, 그 우연의 과정을 통해 우리 인간이 출현했다는 것은 믿기지 않을 만큼놀라운 일입니다. 유전자 변이가 무작위적으로 일어나고 진화가 방향성 없이 흘러온 것 같지만 그 모든 과정은 신의 역사요 섭리요 계획이었던 것입니다.


11. 즉각적 창조가 맞나 진화적 창조가 맞나 하는 문제는 물론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진화적 창조를 받아들이면 많은 것이 변합니다.


11.1 우선 하나님에 대한 시각이 바뀝니다. 천지를 뚝딱 창조한 분이 아니라 오래 참음과 자기를 비움으로 그리고 자연에 자율성을 부여하여 공들여 창조한 분입니다. 마치 10달 동안 뱃속에서 자라는 아기를 태교하며 마침내 출산을 통해 아기를 낳는 어머니처럼 하나님은 천지를 그렇게 보듬어 창조하셨습니다.


11.2 인간에 대한 시각도 바뀝니다. 인간은 생물학적으로는 그리 특별한 존재가 아니지만 그런 인간을 하나님은 특별한 존재로 삼으셨고 하나님과 같은 존재로 만드셨습니다. 인간은 하나님이 촘촘하게 미리 짜두신 계획을 어떻게든 알아내어야 하는, 마치 미로찾기 임무가 주어진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에게 주신 자유의지를 가지고 마음껏 창조하고 하나님의 역사에 동참하는 존재입니다.


11.3 자연에 대한 시각도 바뀝니다. 인간은 만물을 파괴할 권리를 가진 폭군이 아니라 창조계의 한 구성원으로 함께 지음 받은 가족입니다.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지킬 의무를 갖고 있습니다.


11.4 성경에 대한 시각도 바뀝니다. 문자적으로 성경을 읽고 성경의 표현 안에 하나님을 가두어 두기보다는 나의 성경해석이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고 겸손하게 하나님의 뜻을 물어가게 됩니다. 도그마적인 태도를 버리고 인간의 언어를 넘어서는 하나님의 크심과 놀라우심을 묵상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과학도 공부하고 성경도 공부하고 신학도 공부해야 합니다. 그래서 과신대 북클럽에도 참석해야 합니다.^^ 한국교회의 문제는 성숙하지 못하다는 점입니다. 한국교회가 성숙하려면 바로 내가 성숙해져야 합니다.



12월 모임 안내

* 모임 일시: 12월 11일(화) 저녁 7시
* 모임 장소: 더처치 비전센터 6층 세미나실 (서울 관악구 쑥고개로 122)
* 읽어 올 내용: 제리 코인, <지울 수 없는 흔적>, 5~9장
* 문의: 070-4320-2123, scitheo.of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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