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책]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

 

메리 그리빈 & 존 그리빈 | 세상을 바꾼 위대한 과학실험 100 | 오수원 역 | 예문아카이브 (2017)

 

요즘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로 다가오는 것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이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다가 사망자가 나오고 나에게도 바이러스가 감염될 수 있다고 생각 하지만, 현대는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으로 인해 질병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능력이 향상되었고 그로 인해 많은 질병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으며,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문제도 잘 해결될 것이다.

 

그러나 고대에 의학이나 생물학이 발전하기 이전에는 질병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술에 의지한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질병이 초자연적인 원인에 의해 발생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지나가면서 의학과 생물학의 발전이 이루어지면서 조금씩 극복되었다.

 

질병을 고치게 된 것 이외에도 오늘날 우리가 누리고 살아가는 과학 기술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알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과학의 발전은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지부진한 상황이었다. 갈릴레이, 뉴턴 등으로 대표되는 과학혁명을 이끈 사람들에 의해 근대 과학이 발전하고, 이 후 많은 과학자들의 헌신적인 실험과 연구 결과가 현재 우리가 누리고 있는 과학의 발전을 이루었다.

 

과학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측면이 여럿 있지만, 과학혁명을 가져오게 한 결정적인 측면이 바로 실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과학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대부분의 과학적 지식은 사변적인 생각이 그 중심을 이루었다. 예를 들어 아리스토텔레스의 역학이 생활 속의 경험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갈릴레이나 뉴턴에 의해 부정되기 전까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곤 하였다. 과학을 이러한 사변적인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한 것이 실험이었다.

 

 

이 책에는 천문학자이자 작가인 존 그리빈과 과학 교사인 메리 그리빈에 의해 선택된 100가지 과학 실험이 설명되어 있다. 고대로부터 시작하여 현재에 이르는 실험 중에서 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준 실험을 100개 선정하여 그 실험의 간략한 내용과 과학적 의미를 설명한다. 그중에는 유레카로 유명한 아르키메데스 실험, 혈액순환을 알아낸 윌리엄 하비 실험, 광속을 계산한 뢰머 실험, 천왕성을 발견한 허셜, 인류 최초의 백신을 만든 제너, 빛의 파동성과 입자성에 대한 실험, 뢴트겐의 엑스선 실험, DNA 구조 발견 등 물리, 화학, 생명공학, 천문학 등과 관련된 실험이 있으며, 과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기술에 대한 몇 가지 실험도 포함되어 있다.

 

이 책에서 제시한 어떤 실험은 우리가 이해하기 쉬운 것도 있지만, 다른 것은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내용의 실험도 있다. 그럼에도 과학에서 많은 실험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없었던 많은 내용을 알아내고 그 결과 우주와 물질과 생물을 포함하는 자연 세계의 경이로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다양한 실험을 제시하는 가운데 과학자들에 대한 설명이나 그들이 직접 진술한 내용을 통하여 과학실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서론에서는 윌리엄 길버트의 말을 인용하면서 실험의 중요성을 제시한다.

 

여기 표명한 나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또 나의 역설(paradoxes)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해도 수많은 실험과 발견만큼은 주목하시라… 우리는 이 실험과 발견들을 캐냈고, 엄청난 노고와 큰돈을 들여 밤잠을 설쳐가며 이들을 입증했다. 여러분은 우리가 제공하는 실험과 발견을 즐겁게 이용하시라. 그리고 가능하다면 더 좋은 목적에 이들을 가져다 사용하시라… 우리가 제시한 많은 추론과 가설은 필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견해들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앞으로 우리의 추론과 가설들이 증명을 통해 권위를 얻게 되리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가 만든 많은 추론과 가설은 필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견해들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 윌리엄 길버트

 

하지만 추론과 가설은 “증명(실험)을 통해 권위”를 얻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명제, 실험과 일치하지 않는 법칙은 틀린 것이다. 길버트의 이 말을 요약하자면, 실험 결과와 일치하는 이론이나 법칙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며, 우리는 이론이나 법칙에 대해 실험으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2. 인체 해부에 지대한 공헌을 한 베살리우스 실험에서 저자들은 베살리우스를 다음과 같이 평가한다. 그는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서서(말 그대로 손을 더럽히지 않고) 실제 증거뿐 아니라 상상력을 이용한 해부를 통해 밝혀진 내용을 강의한 당시 해부학 교수들과 다르게 그는 직접 해부를 시행하면서 진행 상황을 학생들에게 말로 설명했을 뿐 아니라, 직접 보게 함으로써 인체에 대한 지식을 심화하고 발전시켰다. 베살리우스는 인체 해부에 대한 지식을 향상시켰고, 고대인(갈레노스)의 이른바 우월한 지혜에 의존하지 않고 눈앞에 있는 증거와 자기만의 실험을 통한 지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3. 갈릴레오의 연구에 영감을 받은 선구적 과학자였으며 왕립학회(Royal Society)의 창립을 돕기도 했던 보일은 세계를 탐구할 때 “설사 거기서 얻은 정보가 기존 생각과 모순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실제로 얻게 된 경험을 따라야 한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과학자가 실험 결과를 어떤 태도로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나타내고 있다.

 

4. 17세기 중반에는 생명체를 닮은 이 특이한 암석들이 뭔가 미지의 과정으로 뒤틀린 암석 조각이 생명체처럼 보이도록 변형된 것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 있었다. 그러나 훅은 현미경으로 연구한 증거를 통해 화석이 변형된 암석 조각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변형된 암석 조각이라고 하기에는 화석의 세부구조가 생명체의 모양과 지나치게 흡사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암모나이트라 불리는 화석이 “특정 갑각류의 껍질로, 대홍수나 범람 또는 지진이나 다른 유사한 수단에 의해 해당 지역으로 옮겨진 후 그곳에서 진흙이나 점토 또는 석화를 일으키는 물로 가득 차게 된 것임에 틀림없다”라고 설명했다. “눌리우스 인 베르바Nullius in Verba”(어떤 말이건 의심하라) 정도로 번역할 수 있다. 처음부터 왕립학회의 과학자들은 과학적 발견에 대한 풍문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이를 검증하기 위해 실험을 수행했다. 로버트 훅은 학회 초창기 이런 실험을 행했던 인물이었다.

 

5. 뉴턴은 1704년에 출간된 《광학Opticks》이라는 이 책에 과학적 방법론에 대한 견해를 요약해 놓았다. 그중에 한 가지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분석이란 실험과 관찰을 시행하고, 귀납법을 통해 일반적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이며, 실험이나 다른 확실한 진리가 아닌 그 어떤 이의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6. 와트는 ‘순수’과학과 ‘실용’과학 사이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실험과학자이자 발명가의 원형을 제공했다. 영국의 화학자였던 험프리 데이비가 와트에 대해 기술한 내용을 살펴보자.

 

제임스 와트를 위대한 기계공으로만 간주하는 사람은 그의 본질을 완전히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와트는 기계를 발명하고 제작하는 능력뿐 아니라 자연철학자이자 화학자로서도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발명품들은 그가 화학과 자연철학에 관한 심오한 지식의 소유자라는 것, 독창적이고 특별한 천재성으로 과학 지식을 융합해 실용적으로 응용하는 출중한 능력의 소유자라는 것을 생생하게 증명한다.

 

7. 최초의 백신을 만든 제너의 이야기가 전하는 중요한 교훈은 그가 천연두 예방을 위해 사람들에게 우두 접종을 해줬다는 것만이 아니다. 그런 일을 실행했던 사람들은 제너 전에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과 제너의 차이는 제너가 실험을 통해 사람이 천연두에 대한 면역성을 보인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기 위해 충분한 수의 피험자들을 통해 되풀이해서 그 사실을 확증했다는 것이다.

 

8. ‘푸아송 광점Poisson’s spot’이라 불리는 파동 가설의 예측을 증명한 실험은 특정 이론의 오류를 입증할 목적으로 실행한 실험이 오히려 그 정당성을 입증해낸 최고의 사례 중 하나다. 프레넬은 공모전에서 상을 탔고 빛의 파동 이론도 확립됐다. 일부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결과였을 것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뉴턴조차도 항상 옳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9. 어떤 실험의 의의는 처음엔 널리 평가받지 못한다. 주목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거나 실험이 행해지던 당시에 팽배해 있는 사유의 틀과 잘 맞지 않기 때문이거나 또는 둘 다이기 때문이다. 그레고어 멘델Gregor Mendel이 실시했던 완두콩 유전 연구가 바로 그런 경우다. 멘델의 연구가 지닌, 시대를 뛰어넘는 탁월함은 그의 생물학 연구 접근법이 마치 물리학자의 접근법과 같았다는 데서 유래한다. 동일한 실험을 되풀이하고 실험 내용을 늘 상세히 기록해두며, 관찰한 바를 분석하기 위해 본격적인 통계적 검증 방법을 적용하는 접근법을 쓴 것이다.

 

10. 밀리컨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반대하기 위한 실험을 한 후에 자신의 의도와 다른 결과를 얻고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실험을 통해 배우고 변화하고 때로는 실수를 저지르기도 하면서 지난 10년을 보냈다. 애초부터 실험의 목적은 실험을 통해 (온도, 파장, 전압의 세기 등을 조절해가며) 광전자가 방출하는 에너지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었다. 나는 모든 에너지를 이 일에 쏟아부었다. 그러나 1914년 현재, 실험을 통해 내가 밝혀낸 것은 애초에 예상했던 바와는 정반대의 사실이었다. 작은 실험적 오류를 인정하는 한, 결국 나의 실험 연구는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타당하다는 실험 증거를 최초로 제시한 연구가 됐다.

 

11. 1919년 일식을 관측함으로써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검증한 유명한 실험은 과학적 방법의 작동방식을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새로운 사상(이 경우 일반 상대성 이론)은 가설을 제시하고, 가설은 실험으로 검증된다. 실험의 검증을 통과한 가설이나 예측은 훌륭한 과학 이론으로 정립된다.

 

12. 비타민 B12 구조 발견으로 노벨상 수상한 호지킨은 노벨상 강연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모든 결정 구조 문제를 엑스선 결정 분석으로 해결할 수 있다거나 모든 결정 구조가 풀기 쉽다는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제 인생의 시간 중에는 결정 구조를 풀어낸 시간보다 풀어내지 못한 시간이 훨씬 더 깁니다. 인슐린을 엑스선 결정법으로 분석하기 위한 저희의 노력을 예로 들면서, 엑스선결정학이 극복해야 할 난제들 중 일부를 설명해드리겠습니다.

 

과학에서의 실험은 이론이나 법칙을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요소들 중 하나다. 이 책에서 다루지 않는 많은 실험들이 흥미롭게 우리에게 다가온다. 또한 앞으로 많은 자연 현상들이 사람들의 상상력과 끈기를 통해 발견되기 위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 이러한 과학 실험앞에 과감하게 도전해보지 않겠는가? 이를 위해 이 책의 실험들은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윤세진 (과신대 교사팀, 구일고등학교 생물 교사)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사무국 소식 202002

  • 참 좋은 소식이네요^~^

    휘페르테스 2020.02.12 07:56

이곳은 NPOpia Bar입니다. 근사하죠?^^
과신대 간사들은 이곳에서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 과신대 사무국에 오신 적 있으세요?

 

현재 과신대는 '공유공간 NPOpia'를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멋진 바와 소셜공간 그리고 근사한 사무실 때문에

처음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모두 깜짝 놀랍니다.^^

 

이곳 NPOpia는 과신대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단체들이 입주해서 함께 사용하는 공유공간입니다.

 

요즘에는 이런 공간에서

1인 기업이나 스타트업 기업들이 사무공간을 사용한다고 하네요.

저희 과신대도 2018년 10월부터 이곳에 입주해서

편안하게 사무를 보고 있습니다. 

 

공간이 너무 아름답고 멋있어서

근무하기는 편하지만 사용료가 살짝 부담스럽기 때문에

더 저렴한 곳으로 이사를 해야 하나 고민도 좀 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하게도 2020년부터

공익경영센터에서 비영리단체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에 저희 과신대가 선정되어

사용료를 아주 저렴하게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저도 이곳에 와서 비영리단체의 경영이라든가

사업계획 및 회계처리에 대한 제반 업무를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있습니다. 

아마 올 해는 본격적으로 비영리단체 운영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지원을 받을 거 같습니다. 

 

앞으로 과신대가 옳은 일을 바르게 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기 바랍니다. 

 

_ 과신대 사무국장 최경환

 

사진은 아무래도 저보다 비주얼이 더 좋은 장민혁 간사님이 찍었습니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분당/판교 북클럽] 1 제곱 밀리미터, 1 페타바이트

 

최근에 돈을 주고 USB Disk나 Hard Disk를 따로 산 기억이 없습니다. 무슨 무슨 행사 때마다 회사명이 인쇄된 USB 저장 장치를 받아둔 것이 집안 구석을 돌아 다니고 있고 수명을 다한 노트북에서 떼어낸 2.5인치 HDD나 SDD 저장장치가 역시 기억해 둔 어딘가에 있죠. 요즘 주로 이용하는 것은 클라우드 저장소이고 돈을 주고 산 것도 그렇습니다.


아마 제가 처음 들고 다녔던 디스크의 용량은 720KB 였던 것 같습니다. 구멍을 뚫어서 양면을 사용했던 플로피디스크였죠. 이후 처음 사용한 하드 디스크의 용량은 120MB였던 것 같습니다.

 

1 페타바이트는 요즘 흔해진 1 기가 바이트의 약 1,000배인 1 테라 바이트의 약 1,000배에 해당하는 단위입니다. 이제 개인 저장장치의 용량으로 1 테라바이트가 흔해진 시대이니 살아있는 동안 1 페타바이트 저장장치를 주머니나 가방에 넣고 다닐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겠습니다.

 

커넥톰 연구를 위한 뇌 조직 1 제곱 밀리미터에서 구할 수 있는 이미지의 양이 방금 언급한 1 페타바이트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현재 이 데이타는 아마 디스크 전용 장비나 클라우드 저장소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겠죠. 영화에서 보듯이 컵 아래에 USB Disk나 SD card를 붙여서 보안 요원을 속이고 전체 이미지를 유출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습니다.

 

< 과학과 기술 >


승현준 교수의 ‘커넥톰’ 후반부에서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과학 이론(혹은 가설)과 기술” 이것은 마치 2개의 수레바퀴와 같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역사의 한 축을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게 합니다. 그래서 과학자가 연구 만큼이나 기술을 개발하는 데에 시간과 공을 많이 들이는가 봅니다. 대표적인 예로 갈릴레이가 천체 망원경을 만든 것을 들 수 있겠고 ‘커넥톰’의 저자 승현준 교수가 삼성전자 AI 연구에 참여한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 가능하겠습니다.

 

< 뇌과학자는 명검의 달인? >


뇌과학에서 필요했던 기술은 현미경 기술, 염색 기술, 자르기 기술 같은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기계학습(머신러닝)도 중요한 기술이 되었습니다. 이 중에서 자르기 기술에 대해서 얘기해 보겠습니다.

 

20세기 초반의 니콜 톰슨이라는 한 연구원은 당시의 최신 기술이었던 초마이크로톰 칼을 이용해서 여러마리의 예쁜꼬마선충(3번째 그림)의 단면들을(4번째 그림)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해 열심히 칼질을 했다고 합니다.


예쁜꼬마선충의 대략적인 길이는 1 밀리미터인데 전자현미경 용으로 약 8천번으로 나눠 자른다는 것이 인간의 능력으로 가능하기나 한건가요? ㅋ~


그것을 했다는군요. 뇌과학자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 달리 뇌과학자는 노가다의 달인 같습니다.

 

 

< 12년 이상 걸린 작업 그리고 >


12년이나 걸렸던 신경세포 분석작업의 대상은 인간의 뇌가 아니라 예쁜꼬마선충이었습니다. 1 밀리미터 길이의 예쁜꼬마선충의 커넥톰을 완성하는 데에 12년 이상 걸린 것이죠. 그보다 약 1,000배 이상 큰 쥐의 뇌, 또 그보다 약 1,000배 이상 큰 인간 뇌의 커넥톰을 완성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요? 인간 뇌의 커넥톰을 완성하는 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요?

 

< 머신러닝 >


요즘 많은 분야에서 그렇듯이 커넥톰을 완성하기 위해서 뇌과학자들이 기대하는 기술 역시 머신러닝일 것 같습니다만 “놀랍게도 오늘날의 컴퓨터는 경계를 식별하는 일에 그리 능숙하지 못하며 심지어 우리에게 아주 명백하게 보이는 경계선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264-265)고 합니다. 기술적 한계 상황에 빠진 뇌과학자들을 위해서 http://eyewire.org 에 들려 약간의 도움을 주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이곳에서 뇌의 이미지들을 칠하는 재미있고 간단한 게임을 함으로써 누구나 직접 커넥톰의 작성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 그래서? >


세포수 959개(수컷은 1031개), 신경세포 302개인 예쁜 꼬마선충의 커넥톰을 완성했다는 것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인간의 정신활동, 기억활동, 판단능력 등에 영향을 미치는 인간 뇌의 연구는 완성한 경험이 있는 예쁜 꼬마 선충의 확장일 것 같습니다. 거의 분석 불가능할 것 같은 자료의 방대함, 기술적 어려움과 같은 난제들이 앞을 막고 있습니다만...(그렇다고 틈새의 신을 부르는 주문은 외우지 맙시다)

 

“우리는 1 입방미터의 피질을 손으로 재구성하는 데에 1 백만 인년persan-year이 걸릴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p. 264)

처음으로 지구를 벗어나 우주궤도에 진입한 인간은 신의 존재에 대한 의문을 품었을까요?(유리 가가린은 임무 수행하느라 그럴 정신이 없었다고 합니다)


같은 관점에서 작은 예쁜 꼬마 선충의 커넥톰을 완성한 연구자는 이 유기생명체의 정신이나 영혼의 존재를 발견했을까요?

 

사실 요즘 저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잘 하지 않습니다. “정신, 영혼”이란 용어는 종교, 인문학, 자연과학 등에서 함께 쓰는 용어이겠지만 이 사이에는 연속성과 함께 불연속성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이죠. 제 내면에서 잘 섞이거나 융합되는 것 같지만 그것은 일종의 명상, 기도, 시와 같은 영역이지 마치 과학과 신학이 이론적으로 통합되는 무엇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강사은 (분당/판교 북클럽 회원)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분당/판교 북클럽] 커넥톰

 

“정신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사건인가?” 아니면 "영혼과 같은 비물질적 실체에 의존하는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생각나게 하는 책입니다.

 

보수적인 (그리고 업데이트되지 않은) 교리 공부를 받은 입장에서 정신을 물리적 사건으로 다루는 신경정신과학을 접하게 되면 영혼-육 이원론 혹은 영-육-혼 삼원론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식의 섣부른 종교재판을 먼저 하려는 습성이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교리 경찰관이라도 되는 양 매의 눈으로 자료를 찾다보면 이미 “기독교 사상사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아퀴나스에 기인하는 통전적(또는 일원론적) 흐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고 “나의 무지가 곧 과학이나 신학의 한계가 아니다”는 명언이 옳구나~ 하며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게 되지요(음... 누구의 명언인지는 안알려줌).

 

 

커넥톰의 저자 자신은 “영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하나도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과학 대중서를 쓴 저자가 영혼의 존재를 인정 혹은 부정하기 위한 의도로 쓴 말은 아니겠습니다. ‘영혼’은 이원론이나 삼원론 관점에서라면 과학의 대상이 되기 힘들겠고 일원론의 관점에서라면 신경과학의 대상인 ‘정신’ 이상일 수 없거나 신경과학이 다루는 것 그것이 곧 영혼(의 일부라)도 다루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신경정신과학이 인간의 정신을 물리적 현상으로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곧 기독교 전통의 ‘영혼’ 개념을 훼손하거나 부정하려는 시도는 아닌 것이죠. 그런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과학적인 것이겠구요.

 

신경정신과학의 발전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도와주리라고 기대합니다. 과학이 영혼 또는 영혼의 의미를 어떻게 할까 걱정하기보다는 과학의 연구성과를 신학이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일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뇌간에 의해 매개되는 반사작용, 뇌파, fMRI 등을 통해 측정 가능한 범위에서 과학의 대상이 되는 영역이 있고 이것을 표현한 단어 ‘정신’. 이 단어를 ‘한스 큉’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에서 저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정신’ 역시 진화의 산물임에 대해서도 말이죠.

 

“인간 정신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임이 계통발생사적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인간의 뇌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유인원에게서도 그 초기 단계가 일부 나타난다. 따라서 뇌 없이는 정신도 존재할 수 없고 특정 뇌 중추의 활동 없이는 지적 성취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하자. 그렇다면 신학적으로 은근슬쩍 넘겨 버려서는 안될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_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 (분도출판사, 240쪽)

 

‘정신’, ‘의식’, ‘영혼’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은듯이 구분되는 이 단어들을 한달동안 마치 기도를 위한 ‘거룩한 단어’로 삼기라도 한듯이 마음에 품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제 뉴런들이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ㅋ~

 

‘영혼’, ‘의식’ 이야기는 이 책 ‘커넥톰’이 다루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겠는데요. 다른 책을 통해서 북클럽에서 다루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래도 철학이나 신학의 범주로 넘어가야겠지요.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커넥토믹스’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창조과학처럼 종교적 교리 아래에 두고 판단하려 하거나 지적설계처럼 신경정신과학이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문제나 확률 계산 같은 복잡성에 비집고 들어가 종교를 주입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유전자 이상이다. 당신은 당신의 커넥톰이다.”

 

한 회원이 이 대목을 읽다가 (조금 과장해서) 대성통곡을 하셨답니다. 유전자는 운명으로 느껴지게 하는 반면 커넥톰은 운명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주는데요. 마침 이 글귀가 큰 위로가 되셨다고....... 😭😭😭

 

 

갓 익혀 따끈따끈한 막거리빵을 가져와 주신 분도 계셔서 훨씬 맛있기까지한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이 곳을 통해 한번 더 감사드려요~ ❤️

 

  • 과신대 분당/판교 북클럽 다음 모임은 2020년 1월 10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 독서 분량은 ‘커넥톰’ 8장~끝까지 되겠습니다.

강사은 (분당/판교 북클럽 회원)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