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구소/콜로퀴움

8회 콜로퀴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18. 5. 14.

<8회 콜로퀴움>


일시

2018.5.29 오후 7:30


장소

더처치 비전센터 5층 채플실


주제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 진화의학으로 본 생로병사


강사

손정식 교수 (서울대학교병원 가정의학과)


대담 패널

김기석 교수 (성공회대 조직신학)



- 강의 소개 -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

의대생 시절, 이 책의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나는 왜 그 오랜 시간 동안 의학을 공부해 오면서도 이런 질문을 던져보지 못했을까?

어떻게 당뇨병이 발병하고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는 달달 외우면서도,

당뇨병이 생기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적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 상상력을 자극하는 질문에 매료되었습니다.

어떤 내용의 책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이렇게 생각했었습니다.

예방의학이나 사회의학에 대한 책인가?’

의학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의철학에 대한 책인가?’

그런데 의외로 진화론의 관점에서 쓰인 책이었습니다.

진화학자 조지 윌리암스와 정신과 전문의 랜돌프 네스가 쓴 이 책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간은 진화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왜 자연선택은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하지 않고 남겨두었을까?

왜 자연선택은 고장난 몸을 완벽하게 복구하는 유전형질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간단히 말해 '인간은 왜 건강하게 오래 살도록 진화하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이 떠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관점에서는 '인간은 왜 병에 걸리는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인간의 죄 때문이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쓰인 이 책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다음의 여섯 가지를 제시하였습니다.

방어 기전, 공진화, 새로운 환경, 번식을 위한 건강의 희생, 설계상의 절충, 진화적 유산으로 병이 생긴다.

 

(1) 방어 기전(Defenses)

기침이나 발열 등의 증상은 질병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유용한 방어 기전입니다.

 

(2) 공진화(coevolution)

병원균은 숙주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여 항생제 내성 등으로 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세균들도 우리 몸에 맞도록 진화하여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3) 새로운 환경(Novel environments)(Mismatch)

우리는 수렵채집 사회(hunter-gatherer society)에 적합한 몸과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많은 노동이 필요하였습니다. 음식물이 있을 때 최대한 섭취하여 몸에 저장해야 생존에 유리하였습니다.

그런데 쉽게 칼로리 섭취가 가능한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특징들이 비만, 고혈압, 당뇨, 심장병 같은 질병의 원인이 됩니다.

 

(4) 번식을 위한 건강의 희생(Reproduction at the expense of health)

자연 선택은 건강과 장수를 위해서가 아니라 후손 번식의 재생산 극대화를 위해서만 일어납니다.

치매를 일으키는 알츠하이머병은 결혼하고 자손을 낳는 시기가 지나 나이 들어서 증상이 나타나는 병입니다.

그래서 자연선택에 의해 걸러지지 않고 지금까지 남아있습니다.

 

(5) 설계상의 절충(Trade-offs)

직립보행으로 인간은 두 팔의 사용이 자유로워지고, 그로 인해 도구를 만드는 등의 많은 이로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직립보행으로 인해 인간은 척추 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을 많이 앓게 되는 손해가 있었습니다.

 

(6) 진화적 유산

진화는 계획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진화는 언제나 자기가 이미 갖고 있던 것들을 조금씩 땜질하듯 진행됩니다.

인간의 기관지와 식도는 교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음식이 기도를 막아 질식으로 죽을 수 있는 위험을 안고 삽니다.

이것은 소화계만 있던 동물에게 호흡계가 생기는 진화 과정에 따른 것입니다.

 

이런 진화의학적인 관점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만과 암 치료의 최신 연구결과들을 진화의학적인 관점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유독 살이 잘 찌고 살을 빼기 힘든 분들이 있습니다. 실제로 비만 관련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더 살이 잘 찝니다.

하지만 비만 관련 유전자를 가진 분들도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살을 뺄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개인별 유전자 맞춤형 다이어트들이 시도되고 있습니다.

 

우리 몸은 우리 몸의 세포보다 10배 이상 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는 하나의 세계입니다.

우리 몸에 살고 있는 미생물은 인간과 함께 진화해 왔으며, 우리 몸과 미생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최근 많은 연구에서 장내 미생물이 과민성 대장 증후군, 염증성 장 질환, 대장암 발생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더 나아가 비만, 당뇨, 알레르기질환 발생에도 영향을 끼치고,

장과 뇌의 연결축(gut-brain axis)을 통해 인간의 뇌 발달과 정신질환까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인간은 다양한 종류의 수많은 세포로 이루어진 다세포생물입니다.

다세포생물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세포들이 상호소통하고 협력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 세포들은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역할을 하다가, 때가 되면 스스로 죽어야(세포자살: Apoptosis) 합니다.

이 순리를 거스르는 것이 암입니다.

즉 암세포는 죽지 않고, 계속 세포 분열하여 커지며, 주변 조직으로 침투하다, 다른 장기로 전이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암세포는 세포 분열 자체가 생존과 번식인 단세포 생물의 특징을 보이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나온 이론이 격세이론(隔世理論, Atavistic theory)입니다.

암세포는 세포의 증식이 곧 생존이던 고대 시기의 유전자가 손상과 스트레스에 의해 발현되는 것이라는 가설입니다.

사람에게만 암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척추동물뿐만 아니라 그 외의 생물에서도 암이 생깁니다.

어떻게 보면 암은 다세포생물의 숙명과도 같은 것일 수 있습니다.

 

과거의 암 연구는 계속 분열하는 돌연변이 암세포 자체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암이 발생하고 자라는 종양 미세환경(Tumor microenvironment)에 대한 연구들이 많습니다.

암세포 주변에 있는 면역세포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해 치료하는 면역치료제도 개발되었습니다.

대표적인 약이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사용해서 유명해진 펨브롤리주맙입니다.

지미 카터는 악성 흑색종이 간과 뇌에 전이된 상태였습니다.

암세포는 면역관문(Immune Checkpoint)을 통해 면역세포 T세포의 기능을 억제해서 살아남아 자랄 수 있습니다.

면역관문억제제(Immune Checkpoint Inhibitor)인 펨브롤리주맙을 주사하면 억제되어있던 T세포가 활성화되어 암세포를 공격해 치료합니다.

 

우리 몸에서 암세포와 건강한 세포가 진화적으로 경쟁한다는 개념을 제시한 학자도 있습니다.

건강한 미세환경에서는 건강한 세포가 '암이 될 세포'를 이기고 눌러버립니다.

하지만 이 미세환경이 흡연, 자외선, 화학 물질, 노화 등으로 손상되면, 해로운 돌연변이를 가진 세포가 적응력이 높아집니다.

이런 암세포가 건강한 세포를 이기고 몸 안에 자리 잡아 암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암세포를 죽이는 것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세포가 잘 자랄 수 있는 건강한 미세환경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진화의 개념은 생물학뿐만 아니라 사회학, 경제학, 심리학 등 많은 학문들의 설명틀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의학에서도 진화의 설명틀로 건강과 질병을 연구하는 시도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번 콜로퀴움이 새로운 관점을 접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연구소 > 콜로퀴움' 카테고리의 다른 글

8회 과신대 콜로퀴움  (0) 2018.05.24
8회 콜로퀴움 등록 안내  (0) 2018.05.16
8회 과신대 콜로퀴움  (0) 2018.05.14
제 7회 콜로퀴움 페이스북 이벤트  (0) 2018.04.16
7회 과신대 콜로퀴움 등록 안내  (0) 2018.04.1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