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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대 이야기/과신대 사람들

과학과 신학에도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합니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19. 2. 20.

과신대 사람들: 서울시립과학관 이정모 관장님



* 지난 1월 14일 미세먼지를 뚫고 최경환 실장과 이진호 간사가 이정모 관장님을 만나기 위해 서울시립과학관으로 출동했습니다. 서울시립과학관이 월요일에는 정기 휴관일인지도 모르고 말이죠.^^;; 조심스럽게 사무실에 들어가 이정모 관장님과 즐거운 대담을 나누고 왔습니다. 과학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민주주의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길게 나눈 것 같네요.


인터뷰이 | 이정모 관장

인터뷰어 | 최경환, 이진호

사진 | 이진호



Q: 오늘 여기로 오면서 이정모 관장님과 인터뷰를 하기 전에 말문을 트기 위한 질문을 몇 가지 드려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먼저 첫 번째 키워드는 유튜브입니다. 젊은 세대부터 매체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빠르잖아요. 관장님은 유튜브 현상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편하게 말씀해 주시겠어요?


A: 네, 사실 과학관도 바뀌어야 합니다. 이미 작년에 65세 이상과 14세 이하의 인구 구성이 엇갈렸습니다. 65세 이상은 점점 늘어나고, 14세 이하는 점점 줄어들어서 이제는 65세 이상이 더 많아졌습니다. 앞으로 5~10년 사이에 대학에서는 큰 물갈이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지금 30대 초반에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온 것이죠. 그런데 열심히 준비해야 할 30대는 별 생각이 없고, 오히려 기회가 별로 없는 40대가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 걸 봅니다. 공무원 세계에서도 30대에게는 좋은 기회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저도 요즘 강의를 많이 나가는데, 젊은 사람들이 정말 없어요. 나이 많은 분들이 많아요. 젊은 사람들이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라, 그들에게는 또 다른 익숙한 매체가 있는 거죠. 제 딸도 돈도 별로 없을 텐데 본인은 유튜브 프리미엄을 본다고 하더군요. 제 딸은 그 안에 모든 것이 다 있는데, 안 할 이유가 없다고 하더군요. 훨씬 편하게 느끼는 거죠. 저도 작년에는 딱 한 번 극장에 갔더라고요. 넷플릭스로 각자 핸드폰으로 영화를 보는 거죠.  


예배도 마찬가지죠. 요즘에는 굳이 교회에 가야 해? 이렇게 생각하게 되는 거죠. 세상은 바뀌고 있고, 다양한 디바이스가 있고, 거기에 적응해 가는 거죠. 과학관도 예전에는 보러 오는 것이었잖아요. 이제는 조금 바뀌어서 가르치는 곳이 되었죠. 강의도 하는 거죠. 우리나라에는 과학관이 137개가 있습니다. 저희 과학관을 만들 때도 고민이 많았습니다. 여러 과학관 중 하나가 아니라 특이한 것을 하자. 일단 지금까지 대부분의 과학관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어린이들은 과학관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중고생부터 성인까지를 대상으로 하는 과학관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중고생들이 과학관에 오겠냐고 하지만, 해보니깐 중고생들이 많이 와요.


두 번째, 컨셉은 보고 강의 듣는 과학관이 아니라 직접 뭔가를 하는 과학관으로 만들자는 것이었습니다. 실험을 직접 해 보는 겁니다. 이런 과학관은 해외 선진 사례도 없습니다. 정작 저희 과학관에서 이렇게 하니깐 소문이 나서 런던의 사이언스 갤러리에서도 오고, 샌프란시스코의 과학관에서도 두 번이나 방문을 했습니다. 장비를 갖춰 나가고 교사들과 협력을 하면서 준비를 했습니다. 해외 과학관 직원들은 상당히 관료적인데 우리나라 교사들은 상당히 적극적으로 협조적입니다.




Q: 요즘 기성세대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가 유튜브를 통해 잘못된 정보가 확산되거나 유사과학과 같은 것이 보급되는 것입니다. 잘못된 정보라도 과학에 관심을 갖게 하는 게 좋은지, 아니면 과학을 바르게 알리는 것이 좋은지, 관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일단 저는 무플보다는 악플이 낫다는 입장입니다. 과학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보다는 유사과학이라도 관심이 있는 것이 낫다고 봅니다. 그나마 그런 쪽에 관심이라도 있으면 이야기하고 만날 수 있는 접점이 있기 때문이죠. 교회에 전혀 관심이 없는 친구보다 교회가 싫은 친구가 차라리 나을 수 있어요. 관심이 아예 없는 친구는 어려워요. 뭐라도 하려는 친구는 관심이 계속 바뀌더라도 움직임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생각도 안 하고 몸도 안 움직이는 친구는 오히려 더 힘들어요. 유사과학이라도 그 친구 속에서 뭔가를 끄집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창조와 진화에 아무 관심도 없는 사람보다는 창조과학에 빠져있는 친구들이 차라리 낫다고 봅니다.    


한편 과학자들도 적절하게 타협을 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실제로 정책을 펼치기 위해서는 욕을 좀 먹어가면서 일을 해 나갈 필요가 있습니다. 학자들은 약간 순결주의에 빠져있기도 합니다. 좀 더 과감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Q: 요즘은 정말 사회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 힘든 거 같습니다. 특별히 과학이 가져다주는 삶의 변화는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고민과 걱정을 던져주기도 합니다.  


A: 최근에 택시 카풀을 한다고 말이 많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게 반대한다고 되는 일이 아닙니다. 어차피 세상은 그렇게 갈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의 90%는 서 있습니다. 대부분의 차는 주차장에 있고 10%만 움직이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자원들이 낭비되고 있습니까? 만약 지금 있는 자동차의 1/5만 있다면, 사람들이 자기가 필요한 시간에 앱으로 차를 사용한다면, 어떨까요? 사람들을 태워서 가다가 또 다른 사람을 태우고, 그렇게 자기가 간 거리만큼의 요금을 지불한다면요? 그러면 되잖아요? 그럼 지금 택시 기사들의 생존권은 어떻게 할까요? 보조금을 줘야죠. 점점 택시를 줄여가면서 다음 직업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죠. 자율 자동차도 순식간에 올 거 같습니다. 자율 자동차의 사고를 걱정하지만, 지금도 사람들은 자동차 사고를 내는걸요. 자율 자동차의 책임은 법적으로 정하면 됩니다. 이런 것은 기술적인 문제입니다.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고민해야죠.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복지입니다. 우린 지금 너무 일을 많이 합니다.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하루에 3시간만 일하면 먹고살았습니다. 신석기 사람부터 아프기 시작하는데, 우리는 또 얼마나 일을 많이 합니까? 우리는 시간을 재산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거죠. 저는 앞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이 발전하는 속도보다 더 빨리 민주주의가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넓고 깊은 민주주의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가 기술에 종속될 수 있기 때문이죠.




Q: 그런데 이런 모든 것이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다음에 풀어야 할 숙제 아닌가요?


A: 네, 좋은 질문입니다. 이렇게 새로운 문명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너무나 아픈 거죠. 제도는 정착되지 않았는데, 일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죠. 그래서 순서가 바뀌어야 하는 거죠. 플랫폼이 바뀌기 전에 복지가 먼저입니다. 오늘 아침에 경향신문에서 장하준 교수 인터뷰가 나오던데, 더 왼쪽으로 가서, 더 많은 복지를 하라는 거잖아요. 전 그게 옳다고 봅니다. 일단 안심이 돼야 합니다. 안전한 사람이 더 대담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직장을 그만둬도 우리 집이 여전하고, 내가 아파도 치료받을 수 있고, 다시 일자리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면, 왜 우리가 지금 일자리에 얽매이겠어요. 얼마든지 다른 길로 갈 수 있죠. 어차피 사양사업이라면 없어질 직업에 매달리지 않고 하루라도 일찍 다른 길로 갈 수 있겠죠. 이런 것을 정치로 해결해야죠.


이런 부분에서 교회가 선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예전에 제가 어릴 때, 초등학교 3학년 때까지도 회장 선거가 있었어요. 학급회의를 인도하는 회장을 우리가 선출한 거죠. 그런데 어느 순간 회장 제도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그 와중에도 저희들은 교회에 가서 투표를 해 봤어요. 교회 중등부, 고등부 회장 선거, 임원 선거를 해 본 거죠. 교회에는 민주적인 제도가 남아 있었어요. 목사를 위임할 때도, 장로를 선출할 때도 투표를 했어요. 그 당시 민주주의 훈련을 교회에서만큼은 꾸준하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교회가 가장 진보적인 집단이었죠. 요즘은 가장 보수적인 곳이 교회죠. 가장 많은 가짜 뉴스의 생산지죠.


그래서 저는 우리나라 교회가 한 20년만 쉬었으면 좋겠어요.^^ 왜냐하면 교회가 개혁될 수 있는 틈이 없어요. 일단 문 닫고 세대를 바꾸고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해요. 한 세대가 지나간 다음에 우리가 마치 처음 선교를 받듯이 다시 시작하는 것이 좋겠어요. 이제는 세상 사람들이 교회 욕하는 게 이해가 돼요. 사람들이 교회에게는 더 높은 희생, 더 높은 이상을 기대하잖아요. 이제는 그냥 평균만이라도 해라.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역행을 하고 있으니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새 출발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Q: 관장님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오늘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듣게 됩니다. 저희 과신대도 지금까지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뤘습니다. 앞으로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다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A: 네, 맞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이야기잖아요. 지금의 사람들은 과학과 어떤 대화를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인공지능, 자율 자동차, 여섯 번째 대 멸종, 환경의 문제들 같은 것을 고민해야죠. 우리가 옛날 일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E. H. 카도 똑같은 이야기를 했어요, 옛날 일을 통해서 지금을 비춰보고, 옛날과의 연관관계 속에서 지금을 보기 위한 것이죠. 지금 우리 시대의 과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단순히 답을 주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옛날 일이면 답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의 과학은 답이 없으니까, 더 토론하고 이야기할 거리가 많은 거죠.


Q: 관장님께서 많이 말씀하신 것처럼 요즘 시대에는 전문 연구가와 대중 사이에 다리를 놓아줄 커뮤니케이터가 필요한 거 같습니다.


A: 저는 과학계에서도 대학에서 나와 밖에서 활동하고, 신학교나 교회에서도 밖으로 나온 신학자가 필요하다고 봐요. 대학이나 교회라는 플랫폼이 이제는 옛날 플랫폼이에요. 누군가는 새롭게 도전할 필요가 있어요. 플랫폼은 계속 바뀝니다. 우리가 그 플랫폼에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대학과 교회는 비용만 많이 들고 소통도 잘 안되고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플랫폼입니다. 새로운 플랫폼이 뭔지는 모르지만 계속 고민을 해야죠. 연습하고 적용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것을 찾아야죠.


Q: 저희 과신대가 앞으로 어떤 주제들을 다루면 좋을지 조언 부탁합니다.


A: 실제로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창조와 과학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중요한 이슈가 아닙니다. 결국 과신대도 지금 과학의 이슈를 다뤄야죠. 그래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테죠. 사실 세상을 바꾸는 건 기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에 대해서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예를 들어 카풀이라는 앱 제도, 이런 문제를 기독교인들은 어떻게 고민을 해야 할까? 우리는 누구를 위로해야 하는가? 자신들의 역할을 찾아가야죠. 유전자 편집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수 있죠.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은 너무 쉽게 ‘그건 하나님의 역사에 어긋나는 거야’라고 말합니다. 정말 그런가? 그럼, 간 이식은? 각막 이식은? 그런 건 하나님의 역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요? 그럼, 항생제는? 이렇게 질문을 던지면서 우리가 어디까지를 고민해야 하는지 계속 묻는 거죠. 미숙아가 태어나면 우리는 인큐베이터를 통해서 억지로 살려내잖아요. 이거 우리가 해도 되는 거야? 사람들은 당연히 해도 된다고 말하겠죠. 그럼 편집된 아기들은? 이런 현실적인 문제를 가지고 성도들과 이야기를 나눠야겠죠. 이런 것이 과학과 신학의 대화가 아닐까요?


이런 관점에서 보면 창조냐, 진화냐 하는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기독교인들이 진화를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님의 창조만을 믿는다고 해보죠. 뭐가 문젠가요? 세상에는 아무런 해를 끼치지 않아요. 그런데 지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다른 의견을 갖고,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진짜 큰 문제죠. 진화를 안 받아들이고 하나님의 창조만을 믿을 경우, 사람들에게 조롱은 당할지언정, 이 세상에 해를 끼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작 우리는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창조와 진화의 문제에 있어서는 이 정도 논의하고 적당한 매뉴얼을 만드는 것으로 종결을 지으면 좋겠습니다. 1년에 한 번 정도 그 내용을 상기시키면서 내용을 업데이트하는 걸로 끝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귀국해서 지금까지 계속 이런 문제로 질문을 받으면 그냥 우종학 교수님의 <무크따> 읽어 보라고 보내줘요. 그게 제일 좋아요. 저도 교회 다닌다고 하면 항상 그런 질문을 해서 그냥 <무크따> 보내주고 말아요.


* 귀한 말씀 감사합니다. 앞으로 저희 과신대에 훌륭한 과학자들을 많이 소개해 주세요. 장시간 이야기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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