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하나님을 알아가기 가장 좋은 학문

과학, 하나님을 알아가기 가장 좋은 학문

과학과 하나님의 존재 | 칼 W. 가이버슨, 프랜시스 S. 콜린스 | 새물결플러스 | 2019

 

송성원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다. 오랜만에 아이들을 일찍 재우는 데 성공하고 아내와 영화를 한 편 봤다. 인터스텔라. 개봉한 지 5년여 지난 영화이고 계속 마음으로는 보고 싶었던 영화지만 육아의 일상에 영화가 비집고 들어오기가 어디 쉬운가. 우주 SF 영화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지만 실제로 일어날 개연성은 없어 보이는 웜홀을 통한 항성 간 여행 이야기다. 감독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내가 영화를 보는 느꼈던 건 ‘하나님이 지으신 우주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혹은 ‘하나님이 이 지구를 얼마나 특별하게 지으셨나.’ 하는 것들이었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운 토성의 고리,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키는 블랙홀의 놀라운 위용, 지구가 살기 힘들다고 먼 길 떠났건만 발 닿는 곳마다 지구가 얼마나 살기 좋은 곳인지 느끼게 되는 절망 가득한 외계 행성들. 장면 장면마다 하나님의 섬세한 손길이 떠올랐다. 이것이 하나님의 작품이구나.

 

과학은 하나님을 알아가기에 가장 좋은 학문이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세상 그 자체를 연구하기 때문이다. 문학이나 인류학, 사회학, 경제학, 경영학, 사학, 고고학, 심리학 같은 여타의 학문들은 대부분 인간의 산물들은 연구한다. 그 속에서 하나님의 미세한 소리를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반면에 물리, 화학, 생물, 천문은 모두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것을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다. 인간의 손에 때묻지 않았다. 가장 기본적인 네 가지 힘, 세상 모든 원소들을 줄 세운 주기율표, DNA로 기록된 디지털화된 정보, 그리고 광대한 우주 그 어느 것도 인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고 인간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 하나님의 말씀 성경마저도 저자의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제약을 받는데, 자연은 어떤 제약도 없이 오롯이 하나님께서 지으신 그 모습 그대로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때문에 창조주를 깊이 이해하고 싶다면 그 길은 분명 과학에 있다.

 

교회의 많은 성도들, 특히 목회자들이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그 분들은 과학과 하나님이 서로를 반대한다고 생각하고, 과학을 배척해야만 하나님을 선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젊은 지구 창조론의 아쉬운 점은 이런 데 있다. 하나님을 향한 사랑과 헌신은 물론 본받을만하다. 하지만 그를 위해 꼭 과학을 저버려야만 했을까. 400여년 전 갈릴레이의 종교 재판 시절보다 더 퇴보한 모습이다. 당시 갈릴레이가 주장하는 지동설을 반대했던 교회의 논리는 성경에 따르면 천동설이 옳기 때문이 아니었다. 당시의 과학적 근거들이 천동설을 더 지지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과학 연구가 더 진행되어 지동설이 더 확실한 과학으로 자리 잡으면 교회는 얼마든지 지동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런데 오늘날의 젊은 지구 창조론자들은 오랜 우주의 역사를 반대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들지 않는다. 성경 인물의 나이를 다 더해서 연대를 계산해보면 6000년쯤 된다는 것이 유일한 근거이고, 성경은 무조건 옳아야 하기 때문에 과학이 제시하는 증거들을 다 틀렸다고 말한다.

 

이는 오히려 무신론자가 좋아할만한 논리다.

 

대전제 : 과학과 하나님은 양립할 수 없다. 즉, 과학이 옳다면 하나님은 틀렸다.
소전제 : 과학은 옳다.
결론 : 그러므로 하나님은 틀렸다.

 

이것이 무신론자가 전개하는 연역적 주장이다. 젊은 지구 창조론도 동일한 전제를 세우는 것 같다.

 

대전제 : 과학과 하나님은 양립할 수 없다.
소전제 : 하나님은 옳다.
결론 : 그러므로 과학은 틀려야만 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우리가 왜 무신론자들이 세운 전제를 받아들여야 하는가. 과학이 하나님의 창조 원리를 이해하려는 학문이라면 과학도 옳고, 하나님도 옳다는 게 전혀 이상한 게 아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하나님께서 나를 창조하셨다. 나 송성원은 하나님의 작품이다. 나는 그 사실을 믿는다. 그런데 만약 내가 ‘나는 엄마의 난자와 아빠의 정자가 만나 수정하고, 자궁에 착상 후 세포 분열에 분열을 거쳐 신체의 각 부위로 자라나고 열 달 가량 자라다가 산도를 통해 태어났다’라고 말한다면, 하나님이 나를 창조하셨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건가?

 

 

나는 전문 과학자가 아니라 이 정도 예시 밖에는 들지 못한다. 반면 세계적인 물리학자 칼 가이버슨과 세계적인 생물학자 프랜시스 콜린스는 이 책을 통해서 보다 전문적이고 정교하고 더욱 놀라운 설명을 들려준다.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오랜 연구를 통해 발견한 과학적인 사실들을 차례차례 설명하고, 그런 과학적 사실들이 교회와 성도들에게 배척받는 현실에 마음 아파하며, 또 그런 과학적 사실들이 어떻게 하나님의 존재를 가리키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DNA를 통해서, 암석을 통해서, 우주를 통해서 곳곳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신 하나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하나님을 찾아가는 방법이 바로 과학인 것 또한 알려준다.

 

전체적으로 ‘자주 묻는 질문’ FAQ의 모음집 같은 형식을 띄고 있어 많은 질문이 등장한다. 질문 하나하나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야 할 만한 중요한 주제를 품고 있다. 다양한 질문을 한 권의 책에 담으려는 의도인 듯 각각의 답변은 언뜻 요약된 느낌이 든다. 그 때문인지 이 책에는 각주가 많이 달려 있고, 마지막 장에는 더 깊이 생각하기 위해 읽어야 할 책들을 폭넓게 소개해 주고 있다. 마치 이 책의 독자가 이 한 권으로 만족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저자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바라기는 많은 교회에서 하나님을 잘 믿기 위해서는 과학을 버려야 한다는 요즘의 분위기가 하나님을 잘 믿기 위해 과학을 더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는 인식으로 변화되면 좋겠다. 그래서 더 많은 학생들이 생물학, 천문학, 지질학, 물리학, 화학을 연구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르네상스 과학 혁명의 시대처럼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앞장서서 창조 원리를 이해하기 위한 과학 연구를 더 열심히 하는 시대가 다시 한 번 찾아왔으면. 돈만 밝히고, 권력을 탐하고, 성적으로 타락하고, 인본주의와 다원주의적인 사상에 매몰되어 가는 시대에 다시 고개를 들고 우리의 창조자에게 시선을 향하는 역할이 그리스도인들이 앞장 서서 감당해 냈으면. 과학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 앞장서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