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신Q] 5.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하나님은 뭘 하셨나요?

 

우종학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창조와 진화를 대립 개념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은 즉각적이고 완성된 형태로 만들어야 창조라고 생각합니다. 진화가 창조를 배제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도 진화에 대한 오해가 많습니다. 과학과 신학 분야 교수님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제가 자주 받는 질문을 꺼내 놓았습니다.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하나님은 뭘 하셨나요?” 그랬더니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합니다. “뭘 하긴 뭘해요. 진화를 사용하셨지요.”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주장 (무신론), 신이 존재하더라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주장 (이신론) , 신이 진화를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 (창조과학)과 다르게 기독교 유신론은 신의 창조를 제한하지 않습니다. 진화에 관한 질문이 나오는 이유는 두 가지가 입니다. 첫째, 신이 직접 만들어야 진짜 창조라는 신학적 오해 때문입니다. 둘째,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인간은 특별한 존재가 아닌 듯 느껴지는 심리적 장벽 때문입니다.

 

신의 창조 방법을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에서 유로 만들어야 신의 창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그렇습니다.  제빵사가 오븐에 구워 빵을 만들었습니다. 오븐이 빵을 만든 걸까요? 아니면 제빵사가 빵을 만든 걸까요? 오븐은 도구일 뿐입니다. 제빵사가 오븐을 사용하면 안된다는 주장도 지나칩니다. 오븐을 사용하지 않고 만들어야 진정한 빵 만들기가 되는 걸까요? 심지어 밀가루를 사용하지 않고 무에서 유로 빵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창조도 비슷합니다. 인간이 진화되었다는 과학적 발견은 인간의 출현 과정을 밝힐 뿐입니다. 진화를 신이 사용했는지 아닌지 여부는 과학으로 답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신의 창조를 믿는 사람들에게 진화는 오븐같은 도구일 뿐입니다. 인간의 진화 과정이 밝혀졌으니 창조된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빵이 오븐에서 구워지는 과정이 밝혀졌으니 제빵사는 필요없다는 주장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진화는 무신론의 근거도 아니고, 반대로 인간이 뚝딱 만들어져야만 신의 창조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무에서 유로의 창조나 즉각적 창조처럼 창조의 방법이 특별해야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은 인간이 진화되었다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질 수 없다고 오해합니다. 뭔가 신비하고 과학으로 설명될 수 없는 방법으로 창조되어야  특별한 존재가 된다는 오해는 많은 경우 심리적 거부감에서 비롯됩니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같게 되거나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특별한 지위를 잃어버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 말입니다.

 

그러나 창조의 방법이 창조물의 지위를 결정하지 않습니다. 뚝딱 창조되면 존엄성을 가진 인간이 되고 진화의 과정을 거쳐 창조되면 존엄성을 가질 수 없을까요? 오븐에서 구워진 빵은 밀가루가 순식간에 변해서 기적으로 만들어진 빵에 비해 열등한 빵일까요? 오븐에 구운 빵은 정말 맛있습니다. 기적으로 빵을 만든다면 오븐에 구운 빵처럼 맛있게 만들겠지요. 인간의 존엄성은 창조의 방법이 무엇이었는가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만일 인간을 기적적으로 창조해야만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질 수 있다면, 우리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을 갖지 못한 존재가 됩니다. 우리 중에 그 누구도 즉각적으로 완성된 형태로 창조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븐에 구워 빵을 만들듯, 우리는 자궁에서 난자와 정자가 수정하고 단세포가 세포분열을 하는 자연적 과정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진화된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질 수 없다는 주장은, 빵이 오븐에 구워졌다면 진정한 빵이 아니라는 주장이나,  자궁에서 세포분열을 거쳐 만들어진 사람은 존엄한 존재가 아니라는 주장과 별로 다르지 않습니다. 오븐에서 화학적 과정을 거쳤든, 자궁에서 세포분열을 거쳤든, 자연선택과 유전자 변이로 진화과정을 거쳤든, 창조의 방법에 따라 창조물의 영적 지위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창조의 방법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은 아담은 진화되지 않았고 하나님이 즉각적으로 창조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기적적인 방법으로 창조된 아담만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가 되고, 단세포에서 세포분열을 거쳐 창조된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을 갖지 못한 존재가 됩니다. 일단 아담이 기적적인 방법으로 창조되면 그 후손인 우리는 기적적인 방법이 아니라 자연적인 과정을 거쳐 창조되어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질 수 있다는 걸까요? 그렇다면 아담과 우리에게 서로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셈입니다. 아니면, 아담이 가진 하나님의 형상을 담은 유전자를 우리가 물려 받았으니 우리도 하나님의 형상을 가졌다고 주장할까요? 그런 생물학적 방법으로  하나님의 형상이 유전된다고 이해해야 할까요? 혹은, 아담 이후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것으로 하나님이 인정하셨다고 봐야 할까요? 그렇다면 아담을 진화의 방법으로 창조하신 후에 영적이고 존재론적인 측면에서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존재로 삼으셨다는  얘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창조의 방법에 따라 하나님의 형상이 결정된다고 주장하면 하나님의 능력을 우리가 제한하는 셈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질문이 남습니다. 인간이 진화했다면, 언제 인간에게 하나님의 형상을 주신 걸까요? 긴 시간의 진화과정으로 인간이 출현했다면 언제부터 인간이 된 걸까요? 이 질문들에 대해서도 역시 우리 자신이 창조된 과정을 보면 힌트가 있습니다. 엄마와 아빠로부터 나온 난자와 정자가 수정되어  단세포를 형성합니다. 그리고 DNA 정보에 따라 단세포가 2개, 4개, 8개, 16개, 32개로 점점 분열합니다. 심장과 허파가 만들어지고 팔다리가 생기고, 10달 가량 지나면 우렁차게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로 태어납니다. 이 과정 중에 도대체 언제 하나님이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신 걸까요? 여러분은 어느 시점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갖게 되었나요?  정자가 난자를 향해 돌진하는 순간, 아니면 수정되는 순간일까요?, 아니면 착상 후 2주 일까요? 그도 아니면 심장이 형성되어 뛰기 시작한 시점일까요? 혹은 아기로 태어나는 출생의 시점일까요? 오븐에서 구워지는 빵은 언제부터 빵의 지위를 갖게 되는 걸까요?

 

답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어느 시점부터 생명이며 언제부터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피임, 인공수정, 배아 실험, 낙태 등 다양한 이슈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뚜렷하게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가 언제부터 인간이었는지 혹은 언제 하나님의 형상을 갖게 되었는지 답할 수 없더라도, 분명한 사실은 내가 인간이라는 점입니다.수정에서 출산까지 그 모든 과정을 과학으로 면밀히 들여다 봐도 하나님의 형상이 언제 어떻게 우리에게 주어지는지 알아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형상은 생물학적 방법으로 우리에게 주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가졌다는 말은 생물학적으로 하나님과 비슷하다는 뜻이 아니라, 신 앞에 인간은 어떤 존재인지를 알려줍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믿음은, 언제 하나님의 형상이 부여되었는지 답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습니다.

 

 

인류의 창조도 마찬가지입니다. 수십만 년 전에 진화해서 출현한 호모 사피엔스는 인류가 창조된 생물학적 과정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생물학적 사건을 넘어서는 신의 창조는 여전히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내가 언제부터 인간이었는지, 어느 시점에 나는 하나님의 형상을 갖게 된 것인지 답하기 어렵듯이, 진화로 창조된 인류가 어느 시점부터 하나님의 형상을 갖게 되었는지 답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 때문에 잘 알고 있는 내용까지 함께 폐기처분할 필요는 없습니다. 진화의 과정에 관해 과학으로 답하지 못한 질문들과 신학으로 답하지 못한 질문들이 남아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잘 알려진 진화의 역사를 통째로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제빵사가 오븐에 구워 빵을 만들듯, 하나님은 단세포에서 복잡한 생명체로 우리 한사람 한사람을 생명으로 만드셨고, 수십 억년의 진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형상을 가진 인류를 창조하셨습니다. 오븐이 빵을 만든 것이 아니듯, 세포분열이 우리를 창조한 것이 아니며, 진화가 인간을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오븐이나 세포분열이나 진화는 모두 창조주의 도구일 뿐입니다. 오븐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몰라도 오븐에 구운 빵은 가장 맛있는 빵이 되었고, 단세포에서 아기가 되는 과정 중에 언제 하나님의 형상이 부여되었는지 모르더라도,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고, 인류의 진화 과정을 구구단처럼 명확하게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하나님은 진화를 사용하여 인류를 창조하셨고 하나님을 대리해서 모든 창조물을 보존하고 다스리게 하셨습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에 대한 믿음입니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