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순 교수 인터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다문화 인문학

 

"역동적인 공존을 말하다."

 

인하대에는 다문화융합연구소가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다문화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연구소를 설립한 곳입니다. 다문화 융합연구소는 다문화 연구 관련 학과를 만들고, 타 학교와 연계해 공동 연구를 하면서 다문화의 감수성을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학교의 담장을 너머 일반 시민사회 속으로까지  다문화인지 코드를 확산시키는데 앞장서고 있는 곳입니다. 

다문화융합연구소는 7월 7일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다문화 인문학>이라는 주제로 콜로퀴움을 개최했고, 7월 17일에는 <다문화사회와  다종교 교육포럼>이 개최되었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는 과학과 신학만의 대화에만 선을 그을 수 없습니다. 과학과 신학의 관계와 대화의 장은 사회 전반의 주도적인 이슈와 무관할 수 없기 때문이며, 다양한 분야가 서로 상호작용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과신대 백우인 팀장님이 다문화 융합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계신 김영순 교수님을 인터뷰하게 되었습니다. 아래 글은 교수님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백우인(이하 백팀장):  다문화라는 말에는 휴머니티의 울림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양한 문화 안에는 어쩐지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더 크게 다가오는데요. 어떤가요 교수님? 

김영순 교수(이하 김교수): 혹시  어린왕자 읽어보셨어요? 앙트완 드 생텍쥐베리는 휴머니스트입니다. 그의 관심은 사람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의 문제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는 민족과 인종을 이어줄 수는 없을까? 고민했고 누구라도 공감하는 따뜻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인종, 종교, 언어, 사회적 환경이 다르다고 해서 인간의 가슴의 온도까지 다르지는 않을 테니까요. 그의 책 어린왕자는 그렇게 탄생했습니다. 어린왕자는 실제로, 너무나 다른 그 수많은 사람들의 친구가 되었잖아요. 남녀노소를 가리지도 않습니다.

백팀장: 어린왕자는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서로 친구가 되어 공존하게 하며 같은 진동수로 공명하게 한다는 말씀인 거죠?

김교수: 네 맞습니다. 사실 이상적인 다문화사회의 키워드는 공존입니다. 함께하는 것이 공존이며 공존은 공감으로 나아갑니다.

백팀장: 공존의 중요성은 알지만 우리 피부에 와 닿지는 않습니다. 왜냐하면 위협적이라고 느껴지고, 꺼려지고, 배타적인 마음이 앞서잖아요. 이번 코로나의 근원지인 중국을 혐오하는 정서도 그런 예가 되지 않나요? 또 종교 간의 갈등은 각 종교의 신념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고요. 

김교수: 물론 공존이 잔잔한 물결 같은 평화로운 상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바다를 생각해 봅시다. 바람에 물결이 일렁이고 커다란 파도가 치고, 밀물과 썰물이 있듯이 그러한 모든 변화를 함께 겪습니다. 그러니까 때로는 경쟁도 있고, 갈등도 있는 공존인 것이죠. 협동도 하고 교환도 하는 공존, 다시 말해 꿈틀꿈틀 하는 역동적인  공존을 말하는 것입니다.

백팀장: 자연의 본래 모습은 다채로움, 다양성이니까, 자연은 다양성들의 조화를 지향한다고 생각합니다. 공존의 대상 혹은 주체, 혹은 범위는 어디까지인가요? 

김교수: 좋은 질문입니다. 공존은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사회라는 관계성 안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다양성은 창조적이고 지속적이며 균형 잡힌 관계를 만들 수 있게 합니다. 다양성은 창의적인 새로움을 창발해냅니다. 공존의 공동체는 자연의 본성이며, 따라서  자연의 일부인 인간도 당연히  공존체적입니다. 

백팀장: 인류의 기원을 보면, 인간은 어머니에게서 태어날 때부터 누군가가 옆에서 돕지 않으면 온전한 생명의 탄생은 위험하다고 말합니다. 생명의 탄생은 늘 누군가의 손길과 눈길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죠. 교수님! 다종교 교육 관련 포럼에서 연구소 일원 중 한 분 가정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소식이 있었죠? 모두들 박수를 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김교수: 생명의 탄생에 대한 기쁨은 모든 민족과 인종과 나라의 경계를 허물고 긴장과 분열, 갈등을 녹여버립니다. 생명의 탄생만큼 하나 된 마음으로 온전히 기뻐하는 것은 없을 겁니다. 누구나 심장은 뜨겁고 생명을 갈구하며 조화를 희망하니까요.

 


백팀장: <포스트코로나시대의 다문화 인문학>콜로키움에서는 인류세와 자본세로 인한 전 지구적인 위기에 대해 미래를 조망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언컨택트 시대에  뉴노멀에 대한 논의도 있었고요. 긍정적인 전망과 비관적인 전망이 엇갈렸는데, 공존이라는 키워드에서 바라본 교수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김교수: 어느 한 나라의 위기나 아픔 혹은 고통은 이제 그 나라 혼자만의 것일 수 없습니다. 예컨대 어느 나라의 경제적인 파산은 세계 경제에 영향력을 미치며, 어느 나라의  테러사건이나 스트라이크는 전 세계적인 시민들의 정서에 영향을 줍니다. 이것은 지독한 얽힘이죠.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어진 전 지구적 시민의식, 즉 세계시민이라는 의식이 저절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다문화, 다종교, 다민족, 다인종, 다국가를 하나의 원자화된 개체로 보아서는 안됩니다. 관점의 지평을 거시적으로 넓혀야 하는 시대적인 요청에 응답해야 합니다. 

백팀장: 세계시민 의식의 함양이 중요시된다는 말씀인데요. 그것은 실천의 문제와 직결될 텐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교수: 맞습니다. 실천의 문제죠. 이러한 세계시민의식과 공존체라는 인식은 하루아침에 자연스럽게 체화되지 않습니다. 연습과 훈련이 요청된다는 의미죠. 일차적으로는 나와 타자 사이에서 타자를 이해하고 경청하고 배려하며 양보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이때 타자의 범위는 내 이웃, 내가 속한 공동체와 사회, 그리고 국가, 다문화에 속한 이들, 다민족, 다국가 등이 될 것이며, 결국은 전 세계가 하나의 커뮤니티로 연결될 것입니다. 
 
전 지구적인 세계시민으로 공존하는 세상, 나는 이런 아름다운 세상을 희망합니다. 

 


** 분주한 일정 가운데에도 시간을 내주신 김영순 교수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