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파사데나 과신대 북클럽 모임 후기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 | 장수철, 이재성 | 휴머니스트 | 2018


김영웅 박사 


인간이 하나님을 알아가는 방법은 성경을 통해 하나님 말씀을 읽고 이해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창조세계, 즉 인간을 포함한 자연세계를 이해하는 것도 응당 포함된다. 이러한 사실을 전제할 때, 성경이라는 책과 자연이라는 책을 각각 신학과 과학이라는 언어로 풀어낸 인간이 두 책 모두의 저자인, 한 분 하나님을 알아가는 과정은 반드시 모순이 없고 조화로워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역사가 증명하듯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다.


일부 신학자를 포함한 지식인들은 과학의 발달이 기독교 신앙을 위협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기독교를 수호하고자, 하나님을 보호하고자 (어찌 인간이 하나님을?!) 자명한 과학적 사실까지 부인하기에 이르렀고, 자칭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실은 과학이라 부를 수도 없는 유사과학 (창조과학)을 내놓아 그들의 문자적인 성경 해석을 옹호하고 고수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그들은 생명의 기원과 인류의 기원, 그리고 우주의 탄생 등을 설명하려는, 여러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연구된 순수한 과학 결과와 정립된 이론을 ‘진화론’이라는 이름으로 뭉뚱그려서 마치 그것들이 하나님을 대적하는 적그리스도인 것처럼 누명을 씌웠다. 과학을 이용해 하나님의 역사를 증명하여 자신들의 근본주의적인 입장을 고집하려고 했으나, 정작 그들이 잡았던 것은 과학이 아닌, 맹목적인 믿음을 암묵적으로 요구하는 거짓 정치였다. 합리적인 논리와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와 증거가 전무한, 그저 ‘거룩한’ 말들의 장난으로 위장한 가짜 과학이었다. 그들은 자칭 순수했던 자신들의 기독교 신앙이 타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심각하게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오에 의해 결국엔 천동설이 아닌 지동설이 옳다고 증명되었을 때도 그들이 두려워하던 일은 끝내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21세기를 사는 우리들은 지동설을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에 반하는듯한 성경본문을 문학적으로 읽는 것에 거리낌이 없다. 문자적 해석에 갇히지 않는다고 해서 하나님을 욕되게 하거나 대적하는 행태가 되지 않는다는 것과 그런 일련의 수정된 성경해석이 더 이상 불경스럽게 여겨지지도 않는다.


이런 시대에 창조과학을 위시한 문자적 성경해석을 또 다시 들고나와 논쟁거리로 삼는 일은 시대착오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쨌거나 우린 이런 웃픈 현실을 마주하고 있으며, 이런 오래된 갈등을 해결해야만 하는 일은 시대적 사명이 되었고, 누군가는 이러한 숙명을 앞장서서 짊어져야 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라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이 대화가 단지 학문적인 대화를 목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현실적인 측면에서의 개인의 기독교 신앙과 주류 성경해석의 수정 등이 모두 관련된 문제임을 이해할 때, 이 대화의 중요성은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어제는 파사데나 과신대 모임이 있는 날이었다. 장수철과 이재성이 함께 쓴 '아주 명쾌한 진화론 수업'이라는 책으로 두 달 만에 모였다. 작년 늦여름부터 시작된 이 모임은 주로 유사과학인 창조과학의 역사와 문제점을 이해하고 함께 관련 서적을 읽으며 토론하는 방식으로 이어져왔다.



진화에 대한 오해가 난무한 보수기독교 상황을 감안할 때, 제대로 된 과학과 신학의 대화를 위해선 진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않으면 안되었다. 나 같은 생물학자에게는 학부 때나 대학원생 시절에 배웠던 것을 간추린 내용에 불과했지만, 현직 신학자와 목회자에게는 의미가 달랐을 것이다. 비록 디엔에이의 변이 메커니즘 같은 구체적인 부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진화의 정의와 성질을 이해하는 데에는 부족함이 없는 책이었다. 적어도 진화에 대한 오해에선 해방되었으리라 믿는다.


먼저 책을 잘 정리해주신 문순옥 박사님께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어제 토론 시간에 나왔던 내용들이 몇 있는데, 중요한 것 하나는 우리 모임의 방향에 대한 부분이었다. 창조과학자들의 오류와 문제점을 밝히고 대항하는 차원에 머물지 말고, 진영을 가리지 않고 과학을 사실로 인정하는 기독교인이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성경해석에 대한 부분을 더 깊고 넓게 이야기해보자는 것이었다. 이를테면, 인간이 흙에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단순한 구조를 가진 단세포 동물부터 시작해서 오랜 시간 동안 유전자 변이와 환경의 변화에도 적응하여 살아남으며 진화를 거듭해온 결과 중 하나라는 진화론의 설명을 받아들일 때, 과연 아담의 기원과 아담과 하와가 저지른 원죄라 불리는 사건의 의미, 그것에 대한 바울의 해석 등등의 재해석은 필히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결국엔 성경해석 문제로 수렴된다고 보기에 신학자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과학의 부인할 수 없는 결과들을 가지고 어떻게 기본적인 기독교의 진리와 가르침을 변형시키지 않으면서 하나님 말씀이라 믿는 성경을 다시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과신대의 최종지향점이 될 것이다.


과신대가 상대해야 할 대상은 창조과학자들이 아니다. 변화하는 (주로 과학 덕분에) 시대에 대응하여 변하지 않는 하나님을, 변하지 않는 성경을 통해 어떡하면 바로 알아가느냐 하는 고민이다. 하나님도 성경도 변하지 않기 때문에 오로지 바뀔 수 있는 부분은 ‘해석’일 것이다. 좀 더 치열하게 이 부분에 대한 논의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깊어지고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다음 달 모임은 이상희 교수님의 ‘인류의 기원’을 함께 읽고 나누기로 했다. 마침 흔쾌히 초대에 응해주신 이상희 교수님의 배려로 이 모임은 저자직강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2월 21일 목요일 저녁 7시 파사데나 장로교회 2층 도서실에서 모일 예정이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누구나 환영한다. 드디어 인간의 기원에 대해 이야기를 하게 된다. 아마 보수쪽에선 가장 마지노선에 있는 이슈가 아닌가 한다. 참 기대된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