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를 읽고

 

이규석 박사 (전남대학교 치의학, 과신대 광주 북클럽 회원)

 

 

태양계, 항성, 은하, 은하군, 은하단, 빅뱅, 우주의 끝……

 

우주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는 이미지는 끝없는 확장성과 광대함이었다. 광대한 우주 속의 지구가 너무도 작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리고 그 속에 사는 인간이 얼마나 미약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을 때 인간은 겸허함을 배우고 자연과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을 되살리게 되며, 더 나아가 누군가는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에서 만물을 창조하신 신에 대한 경외심, 누미노제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첨단 과학이론과 정교한 기술들에 밀접하게 엮여서 발전해온 천문학이 과학의 발달에 따라 잊어버렸던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다시 일깨우고, 더 나아가 새로운 종교적 체험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점은 꽤나 아이러니해 보인다.

 

이런 새로운 종교적 체험은 과학적 지식을 이해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경험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지만, 일반인들도 과학적 지식을 쉽게 소개한 과학서적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는 우주에 대해 알기 쉽게 소개한 책으로서 우주에 대한 경외심을 잘 이끌어내는 책이다. 특히 이 책은 우주에 존재하는 다양한 존재 중 가장 기이한 특성을 지닌 블랙홀에 대해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확장성과 광대함이 연상되는 대개의 우주적 존재들과 달리 블랙홀은 끝없는 수축성과 무한소라는 꽤나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책에 따르면 블랙홀은 부피는 0에 밀도는 무한대라는 마치 수학공식에서나 존재할 법한 기이한 존재이고, 빛조차 가두는 강한 중력으로 시공간을 왜곡시켜 바깥의 우주와 단절되어 있으면서 동시에 은하의 중심에서 수많은 별들을 거느리는 존재이며, 모든 물질을 탐욕스럽게 삼켜버리는 동시에 우리 은하 전체의 밝기보다 수십배 밝은 에너지를 뿜어내는 존재이다. 이런 기이한 특성을 가진 블랙홀은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지의 존재이지만 만물을 창조하신 신에 대한 경외심으로 이어지기에는 지나치게 독특한, 소위 이단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강의>는 블랙홀이 무엇이고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잘 정리한 동시에 어떤 과정을 통해 이러한 사실들이 밝혀졌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덕분에 그동안 미지의 존재로만 여겨져 왔던 블랙홀조차도 우주 속에서 물질이 만들어내는 지극히 자연적인 현상임을 알 수 있었고, 또 이런 존재를 가능케 하신 창조주의 뜻이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블랙홀에 대한 내용이 아무리 신기하고 놀랍다고 하더라도 건조한 사실의 나열만으로는 신기함과 놀라움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는 블랙홀에 대한 발견을 가능케 한 기발한 착상들과 그에 따른 연구과정들이 생생히 담겨 있다. 저자가 지금도 활발하게 연구활동을 하고 있고, 동료 과학자들과 폭넓게 교류하고 있기에 담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 이런 내용들은 블랙홀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시에 과학적 발견을 이루기 위한 과정이 얼마나 흥미롭고 즐거운 과정인지 잘 보여준다.

 

이 책의 후반부에서는 다른 과학과 달리 인위적인 실험이 거의 불가능한 분야인 천문학이 어떤 방식을 통해 연구를 하는지를 소개하고 있는데, 천문학이 정교한 관측과 이론물리학을 이용한 해석과 예측을 통해 새로운 발견과 발전을 거듭해나간다는 내용은 수학적으로 정교한 이론이 아직 부족한 분야인 생명과학에 종사하는 과학자의 입장에서 무척 흥미롭고 질투 나는 부분이었다. 

 

책의 마무리가 다소 갑작스럽고 딱딱하게 끝나는 점이 조금 아쉽지만 이는 저자가 먼 훗날 자신의 연구성과를 모두 종합하고 과학자로서 살아온 삶을 뒤돌아본 뒤에 적길 원해서 남겨둔 여백이 아닐까 싶다. 더욱 흥미진진한 연구활동을 통해 더 훌륭한 연구성과를 이뤄낸 뒤 멋지게 책을 마무리하시길 응원하며 나 역시 과학자로서 이 책과 같은 멋진 책을 써보고 싶다는 소망을 품어보며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