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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콜로퀴움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콜로퀴움 후기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5. 27.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

- 19회 과신대 콜로퀴움 후기 -

 

 

이번 19회 과신대 콜로퀴움은 기초과학연구원 뇌과학이미징연구단의 김성신 박사님이 <뇌과학과 기독교 신앙>이란 주제로 뇌과학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뇌과학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 뇌와 관련된 사이비 과학, 뇌 결정주의, 뇌를 관찰하는 방법, 기억에 대한 이야기, 뇌과학의 미래 등에 대해 강의를 해주셨습니다. 본 후기에서는 그중에서 주요 내용을 간략히 정리하였습니다. 이번 콜로퀴움은 온라인으로 진행이 되어서 다소 아쉬움이 있었으나, 내용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들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나름 좋은 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선, 김성신 박사님이 계시는 기초과학연구원은 전국 30개의 기초과학연구단으로 구성되어 있고, 세계적 수준의 뇌이미징 시설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설은 아시아에서는 최고이며, 세계에서도 그리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나름 자부심도 느껴지고 앞으로 우리나라 뇌과학 분야가 많이 발전할 것이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뇌과학의 연구 범위

 

뇌과학의 연구 범위는 분자 생물학에서 철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합니다. 그렇다고 뇌과학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고 학제 간 학문으로 물리학, 생물학, 화학, 수학, 컴퓨터, 인문학, 사회학 등 공동연구와 협력이 필요한 과학 분야입니다. 뇌과학을 통상적으로는 Neuroscience라고 하는데 의학 분야에서는 Neurology, 생물학 분야에서는 Neurobiology라고 합니다.

 

 

뇌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것들

 

우리가 뇌에 대해서 오해하고 있는 것으로는 우선,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이 인간 따로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으며 기능적인 차이가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인간이 뇌를 10%만 사용한다는 말도 있지만 실제로 인간은 자기 뇌의 100%를 24시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루시>를 보면서 저 또한 제 뇌를 업그레이드 해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만 영화와 실제는 다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으니 앞으로는 영화에 너무 몰입되지는 말아야겠습니다.

 

특정 주파수 대역의 음악이 뇌 발달에 효과가 있다는 모차르트 효과 역시 검증이 되지 않은 사이비 과학이니 주의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 프레임 중간중간에 팝콘이나 콜라 이미지를 삽입하면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팝콘과 콜라를 많이 찾는다는 이야기 가 있는데, 역시 검증이 되지 않은 사기에 가까운 이야기입니다. 재밌는 것은 머리가 크면 똑똑하다는 말이 있지만 이 또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하니 머리가 크신 분들의 희망이 조금은 실망으로 바뀔 것 같습니다.

 

 

뇌과학계의 신천지

 

이번 강연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고 놀라웠던 내용은 바로 뇌과학계에도 신천지가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뇌과학연구원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한국뇌연구원(정보출연연구소)과 명칭도 비슷해서 자칫 혼돈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책이나 미디어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뇌호흡은 검증이 전혀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김성신 박사님이 뇌과학자로서 자괴감까지 느낄 정도라고 하니 그런 단체에서 나오는 정보나 교육 프로그램 등은 조심해야겠습니다. 심지어 국제뇌교육종합대학원이라는 학교까지 설립해서 운영하고 있으니 많은 주의가 요망됩니다.

 

한국뇌연구원 (정부출연연구소)

 

 

뇌 결정주의(Neuronal Determinism)

 

혹시 사이코패스의 뇌가 일반인과 다르다면 믿을 수 있을까요? 사이코패스의 뇌는 전두엽 부분의 활성화도가 일반인보다 낮습니다. <괴물의 심연>이라는 책의 저자인 제임스 팰런은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교수로서 본인의 뇌가 사이코패스의 특징을 보이고 있음을 우연히 발견합니다. 왜 그런가 하여 자기 가문을 추적해보니 조상 중에 그러한 범죄자들이 있었음을 발견합니다. 아동포르노 수집가들 역시 전두엽 부분에서 일반인과는 다른 점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들의 전두엽 아래쪽에 종용이 있는데 이 종용 제거 수술 후에는 충동 성향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한편 정치성향이나 이타성에 따라 역시 뇌 활동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절대적이지는 않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해야 하며 참고용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뇌를 관찰하는 기술 

 

뇌를 관찰하고 자극하는 기술 중에 투명뇌 기법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5년 전에 MIT 뇌신경학과의 정광훈 교수가 개발했습니다. 투명 뇌 기법이 신기해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좀 더 확인해 보니 이 기법은 투명한 하이드로겔을 주입해 뇌의 모양을 보존하여, 뇌 조직의 단백질과 DNA 그리고 유전물질인 RNA까지 시각화하는 기술입니다. 뇌의 구조와 분자 구성을 시각화하고 이를 적용하여 뇌지도를 만드는 연구는 다양한 뇌질환의 원인을 규명하고 근본적인 치료법 개발을 앞당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개발한 정광훈 교수는 2019년에 백악관에서 수여하는 젊은 과학기술자 대통령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왼쪽: 보통 쥐의 뇌 / 오른쪽: 화학처리를 통해 투명해진 뇌 (출처 : 인터넷)

 

뇌 관찰 기술 중에 핵자기공명영상(MRI)이 있습니다. 이 기술은 뇌과학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차원으로 촬영하여 3차원으로 재구성하는 것인데 비수술로 뇌를 볼 수 있고 촬영도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이름의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FMRI)은 뇌의 활성화된 정도를 볼 수 있어서 손가락을 움직임에 따라 뇌 활성화를 확인 가능합니다. 핵자기공명영상(MRI)은 스냅사진으로, 기능성 핵자기공명영상(FMRI)은 동영상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뇌의 핵심 기능 기억

 

뇌의 기능 중에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기능은 기억일 것입니다. 서울대 김형 교수는 기억에 대하여 ‘바다에 흘러가는 빙산’이라고 정의를 하였습니다. 빙산의 윗부분에 해당하는 것을 ‘서술적 기억’이라고 하고, 바다에 잠긴 부분을 ‘암묵적 기억’이라고 합니다. 서술적 기억은 느끼고 보고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반면, 암묵적 기억은 느낄 수 없고 말로 표현할 수 없지만 무의식의 개념과는 다른 기억의 한 종류입니다. 암묵적 기억의 예로는 몸으로 익히는 운동학습이 있습니다. 뇌 과학의 혁명이자 동시에 흑역사를 보여주는 책 <환자 H.M>을 보면 해마체에 관련된 흥미로운 내용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책 내용 중에 해마체를 제거한 후 새로운 장기 기억이 형성은 안되지만 운동 기억은 남아 있게 되는 것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서술적 기억과 암묵적 기억은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현재는 이런 기억을 조작(삭제, 변형, 생성, 인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억을 조작하는 영화로서 토탈리콜이 있는데요, 주인공 크웨이드는 기억 조작을 통해 화성에 간 경험을 기억에 주입하게 됩니다. 이처럼 어떤 감정이 기억될 만한 부분의 해마체를 자극하면 실제 경험한 것처럼 조작이 가능하게 됩니다.

 

 

뇌과학의 미래 

 

결론부터 먼저 말씀드리자면 뇌과학의 미래에 대해 영화나 미디어에서 보는 것처럼 너무 과장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매트릭스나 로보캅, 퍼시픽림, 트랜센던스 같은 영화를 보면 뇌와 기계 간 인터페이스에 관한 내용도 나오고, 일론 머스크는 생각만으로 의사소통과 정보 전달하는 시스템 만드는 흥미로운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눈으로 보는 것과 꿈을 꾸는 것을 재생하는 마인드 리딩 기술이 연구되고 있으나 제한된 영역 내에서 유의미한 결과가 보일 뿐 확대 해석은 경계를 하는 게 좋습니다.

 

 

 

< 대담 요약 >

 

질문 : 뇌과학 연구를 통해 인간 또는 하나님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점은 무엇인가요?

 

답변 : 지인이 모든 것은 뇌의 전기적인 화학적인 반응인 것이라며 신앙을 떠나기도 하였지만, 저는 오히려 뇌를 신비롭게 한 것은 하나님의 본성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시기 위함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고, 존재를 생각하게 되었으며, 연구의 고비마다 만남을 허락하시는 은혜를 누리기도 하였습니다.

 

질문 : 치매로 인해 기억이 없어진다면 인간의 정체성도 상실될 거 같은데 이것을 신앙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답변 : 성경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들이 계속 하나님을 잊고 심지어는 망각의 수준까지 이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제자들도 마찬가지 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볼 때, 하나님이 인간을 보실 때 거의 장기기억상실증 환자로 보시지 않으실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분이시고, 기억이라는 것이 시공간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 치매로 인한 기억 상실이 구원과 과연 연관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질문 : 앞에서 설명한 습관에 의해 형성되는 암묵적 기억을 신앙생활에 접목하면 어떨까요?

 

답변 : 영성이나 지성도 훈련을 해서 암묵적 기억이 증가되도록 한다면, 뇌과학적인 측면에서 가속성과 시냅스가 발달하여 인간 뇌구조에 변화가 일어나게 되어 효율성이 증가하게 되고, 결국 믿음이 좋은 뇌로 변화하는 영적인 부분에서도 뇌과학적인 메커니즘이 존재할 것으로 봅니다.

 

질문 : 인간의 뇌가 동물의 뇌와 다른 점이 뭔가요? 

 

답변 : 동물도 사회성과 이타심, 감정이 있습니다. 심지어 언어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가장 큰 차이점은 장기적인 예측 능력이라고 봅니다. 즉, 미래에 대한 상상이 큰 차이라고 봅니다. 특히 이런 상상력에 의한 창의력이 결정적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창의력은 연구하기도 가장 힘든 부분이기도 합니다.

 

 

* 이번 19회 과신대 콜로퀴움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내주시고 많은 자료를 준비해주셔서 훌륭한 내용을 강연해 주신 김성신 박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향후에 박사님의 신앙 간증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오면 좋겠습니다.

 

 

과신대 김완식 기자 (comebyher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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