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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책

진리는 간단한다.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8. 27.

 

영적 진실이라는 순수한 물이 인간이라 불리는 녹슨 그릇에 담기는 탓에 때로는 종교의 근간이 심각하게 왜곡된다 해도 그리 놀랄 건 없다. 인간 개개인의 행동이나 종교 단체의 행동을 보고 신앙을 평가하지 말라. 그보다는 신앙이 제시하는, 시간을 초월하는 영적 진실을 보고 신앙을 평가하라. - ‘과학자들을 향한 간곡한 부탁’ 중에서

 

프랜시스 S. 콜린스 지음/ 이창신 옮김 [신의 언어]

김영사 | 2018. 8. 20 | 1판 11쇄 발행 | 323쪽 | 14,000원

 

 

처음 이 책을 마주했을 때, 너무 어려운 책으로 보여서(과신대 추천도서 뒤쪽에 있으므로) 내가 과연 이 책을 읽어낼 수 있을까 경직된 마음으로 책을 열었다. 그러나 내 걱정이 무색하게 콜린스는 자신의 경험으로 편안하게 책을 시작한다.

콜린스는 대학 시절에는 열렬한 무신론자였으나, 유전학의 중요성과 가치를 깨달은 후 의학으로 전공을 바꾼 뒤부터 종교적 신념의 진정한 힘을 주목하게 되었다. 최첨단 분야를 연구하는 과학자인 동시에 하나님과 성경을 믿는 독실한 신앙인인 그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시도된 ‘인간 게놈 프로젝트’를 총지휘하여, 10년 만인 2003년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31억 개의 유전자 서열을 모두 밝히는 게놈 지도를 완성했다. (책날개 참고)

 

이 책은 그의 삶과 함께 유전자 서열이 어떻게 밝혀지는지, 그가 어떻게 신앙을 갖게 되는지 함께 줄거리를 갖고 펼쳐지기 때문에 마치 소설을 읽듯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구성은 크게 1. 과학과 신앙의 간극, 2. 인간 존재에 관한 심오한 질문들, 3. 과학에 대한 믿음, 신에 대한 믿음, 이렇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늘 ‘하나님이 나에게 어떻게 말씀하실까?’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교회에서 흔히 듣는 대답은 기도하면 성경으로, 환경으로, 자연스럽게 알려주신다는 거였다. 성경을 읽어도 모르겠어서 항상 기드온처럼 증거를 요구하는 기도를 많이 했다. 그런데 콜린스는 DNA가 바로 ‘신의 언어’라고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그 부분에서 가장 큰 충격을 받았다. 그것은 많은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되었다.

 

2장에서 빅뱅부터 시작해 게놈해석까지 마치 지구의 역사를 풀어내듯 이야기하며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질문을 던진다. 과학에서 자연스럽게 신앙으로 이어지는 이 장을 읽으며 무릎을 탁 치게 되었다. ‘종교’와 ‘과학’이라는 두 글자를 붙여놓으면 자연스럽게 대립구도를 떠올리게 되는 게 현재 우리나라의 기독교 실정이다. 그러나 하나님이 DNA를 통하여 어떻게 인간에게 말씀하시는가 하는 콜린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종교와 과학은 대립구도가 아닌, 협력구도임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다.

 

 

친절하게도 3장은 그동안 과신대 추천도서를 읽으면서도 헷갈려왔던 많은 것들을 정리할 수 있게 안내를 해주고 있다. ‘불가지론’이라는 말의 유래, (이 장에서는 ‘불가지론자는 그럴 듯해 보이는 무신론자일 뿐이고, 무신론자는 공격적으로 보이는 불가지론자일 뿐입니다’라는 말이 매우 재미있었다.), ‘창조론자’라는 단어에 대한 견해, 지적설계론에 대한 자세한 설명 등이 그것이다. 특히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라는 단어가 늘 어렵게 느껴졌는데, 이 책을 읽으며 자세히 알게 되었다. 또, 재미있는 것 중 하나는 지적설계론이 결국 과학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영역에 초자연적 존재를 끌어들일 필요성을 상정하는 일종의 ‘빈틈을 메우는 신’ 이론이라는 것이다. 앞서 과신대 추천도서를 쭉 읽어온 사람이라면 이 ‘틈새의 신’ 이론이 결국은 몰락한다는 것을 알 것이다.

 

지적설계가 신으로 채우려 했던 진화의 빈틈을 신이 아닌 과학의 진보가 채웠다. 신의 역할을 이처럼 제한적이고 좁은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지적 설계는 아이러니하게도 신앙에 심각한 해를 입히고 있다 (p.197)

 

콜린스는 마지막으로 ‘바이오로고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 바이오로고스를 단지 어떤 단체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콜린스는 ‘유신론적 진화에 바이오로고스라는 이름을 붙이면 어떨까?’하고 말하고 있다. 또, ‘지적설계와 달리 바이오로고스는 스스로를 과학적 이론이라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 진실은 단지 마음과 정신과 영혼의 영적인 논리로만 증명될 뿐이다(p.206)’라고 말한다.

 

이 책을 쭉 읽으며 내가 깨달은 것은 콜린스는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님의 언어에 귀를 기울여, 서로 사랑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자연을 바라보며 경이로움에 빠져들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신의 언어에 귀를 기울이면 겸허해지지 않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나의 희망사항도 그렇다. 현재 전세계가 코로나19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신의 언어’를 읽으며 바로 지금, 여기, 나, 그리고 하나님을 생각해본다. 하나님은 어떤 말씀을 하고 계시는 걸까? 아마도 ‘서로 사랑하라’가 아닐까? 이 책에서 배운 대로, 진리는 간단하다. 오컴의 면도날처럼. 하나님은 사랑이시다.

 

 

이혜련 기자 (1221hann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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