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끝날 것 같던 코로나 팬데믹 현상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고 모양을 바꾸며 결코 끝나지 않을 것처럼 이어지고 있다. 처음에는 가벼운 전염병처럼 여겨지던 이 증상은, 곧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로 번졌다. 사람들은 이것이 단순히 개개인의 면역력 저하로 생긴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또한, 이것은 한 가정이나 국가의 문제 차원이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렇다면 이 현상의 근저에는 어떤 문제가 깔려있는가? 여러 가지 대답이 있지만, 가장 큰 줄기는 역시 ‘기후 변화’를 꼽을 수 있다. 기후 변화는 무엇 때문에 생기는가에 대한 대답을 전 세계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산업화에 기반을 둔 문명의 발전’이다.
이 책은 신학자, 과학자, 교수, 환경운동가 등 14명의 저자가 각자 한 꼭지씩 맡아 완성되었다. 꼭지마다 ‘서론, 본론, 결론’의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처음부터 읽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한 편의 이야기는 그 이야기대로 완성되고, 다 읽었을 때는 하나의 커다란 이야기가 되는 구조로 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려고 시도하는 사람이라면, 일단 숨을 한 번 크게 들이켜야 한다. 484쪽이라는 분량은 둘째 치더라도, 각 꼭지의 내용이 가볍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어떤 꼭지는 초등학생이 읽어도 술술 읽힐 정도로 쉬운 말로 구성되었는가 하면, 또 다른 꼭지는 과학 관련 종사자가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와 도표들이 일종의 ‘증거물’로 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에는 큰 무리가 없으니 너무 겁먹지는 마시길. 다양한 저자들의 시각만큼 다양한 각도에서 기후 위기에 대해 분석을 하고,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제시해 주는 책인 만큼, 이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흔히들 사람들은 기후 위기와 같은 커다란 문제에 부딪히면, ‘나 한 사람이 뭘 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생각은 행동의 변화를 일으킨다. 한 사람의 의식이 바뀌면 점차 전체로 그 의식의 전환이 확장되는 것이다. 필자 또한 그런 생각을 하는 소시민 중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니 보이는 것이 달라지고,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이것이 바로 ‘희망’ 아닐까?
많은 사람들이 기후 위기에 관해 이야기하고, 우리는 ‘인류세’에 살고 있으며, 지구는 파괴될 것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에 의하면, 지구는 파괴되지 않을 것이다. ‘인류세’라는 단어 자체는, 인류 또한 지구에 거주하는 한 종의 생명체로서 진화와 멸종을 겪을 것이라는 뜻을 포함하고 있다. 지구는 거기에 그냥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지구에 적응한, 현재의 인류가 아닌 다른 생명체가 살고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면 마음이 착잡해진다. 필자가 만약 지구나 인류에 대한 아무런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현재 지구의 상태를 보고 신앙을 잃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청지기로서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것은 하나님과 그리스도인에 대한 오해이다. 만약 본인이 현재의 지구 환경에 관심이 있지 않을지라도, 허무주의자라거나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하면 지구와 당신의 인생에 희망이라는 작은 촛불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글 | 이혜련 편집위원(1221hannah@hanmail.net)
아들 둘, 딸 둘과 하루하루 인생을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 하나님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과신대를 만나 초보 기자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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