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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미생물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6. 9.

우리의 생각을 조종하는 미생물

숙주인간을 읽고 

 

『숙주인간』 / 캐슬린 매콜리프 지음 / 이와우 펴냄 / 346쪽 / 1만 7000원

 

 

자유의지의 사전적 정의는 ‘법률성년자(成年者)로서  정신에 이상이나 장애가 없는 한, 선악에 대하여 자기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자유로운 정신 상태’ 이다. 자유의지를 모든 인간이 갖고 있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법률 체계는 개인의 자유를 보장한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게 한다. 그런데 이 자유의지가 과연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신학,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자유의지에 대한 각자의 주장이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고, 지금까지도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이다. 

모든 것이 본래부터 정해져 있다고 믿는 결정론에서는 자유의지가 끼어들 자리가 없다. 우리가 어떤 선택과 행동을 하든지 미리 결정되어 있었다면 우리는 진정으로 자유로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세계는 필연적인 인과법칙에 따라 기계적으로 운행하는 하나의 거대한 자연의 체계라고 말했다(기계론적 결정론). 이처럼 강한 결정론에서는 자유의지를 부정한다. 
 


하지만 자유의지와 결정론이 양립할 수 있다고 보는 양립론자들도 있다. 그리고 양자역학의 불확정성 원리의 주류 해석인 코펜하겐 해석에 따르면 미래는 필연적인 것이 아닌 확률로써만 예측할 수 있는 우연이기 때문에 결정론과 대립한다.

미생물이 우리의 생각을 조정할 수 있을까? 미생물과 자유의지에 관해 생각해 볼 만한 책이 있다. 뇌과학과 자유의지의 연결은 그 주장이 쉽게 예측이 되는데, 미생물이 자유의지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생소한 연구라 내 관심을 끌었다.  미생물이 다른 생명체의 행동과 사고와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면, 자유의지가 과연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숙주인간의 저자인 과학저술가 캐슬린 매콜리프는 중간 숙주인 쥐의 뇌를 조종해 최종 숙주인 고양이의 입속에 뛰어들게 하는 기생생물 톡소포자충의 이야기를 우연히 보게 된다. 그리고 이 기생생물이 사람에게도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 연구와 관련하여 사람도 기생생물에 조종되고 있을지 모른다는 추측을 했던 신경과학자에게 직접 연락하여 체코의 한 생물학자를 소개받는다. 여러 전문가와 연락을 해 본 끝에 기생생물의 사람에 대한 조종이라는 주제는 진지하게 조사해 볼 만하다는 답을 얻는다. 

실제로 톡소포자충 감염자들이 비감염자들보다 여러 이상행동을 일으키는 비율이 높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다. 체코의 생물학자 플레그르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톡소포자충 감염자들은 일반인과 비교하면 교통사고에 2.7배가량 더 취약하고, 조현병(정신분열증) 발병 확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사람은 자살률이 상승한다는 다른 연구진의 보고도 있다.

우리 주변의 대표적인 기생충 중 하나인 연가시는 물속에서 숙주 곤충의 몸에 들어간 뒤, 산란할 때가 되면 숙주를 조종해서 물에 뛰어들게 한다. 2012년 개봉한 재난영화 연가시는 이 연가시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인간을 숙주로 삼게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 실제로도 인간을 숙주로 삼고 물가로 가도록 유도하여 번식하는 기생충이 있다. 메디나충이라고 불리는 이 기생충은 물을 통해 인체로 들어가고 거기서 짝짓기를 한다. 그리고 산란기가 되면 사람의 발 쪽으로 내려와서 피부를 뚫고 나가려고 피부 표면에 수포를 만든다. 이 수포는 뜨거운 열과 통증을 느끼게 한다. 통증을 식히려고 발을 물에 담그면 메디나충이 뚫고 나와 유충을 낳고 죽는 것이다.

 


사람 몸속의 미생물들이 뇌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울증 환자들은 특정 장내세균이 비정상정으로 많은 경향이 있다. 그리고 자폐 스펙트럼 장애와 정상인과는 다른 장내미생물총의 조성이 관련이 있다고 한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는 우울증, 불안 증가, 사회적 능력의 결핍 등을 특징으로 하는 질병이다. 질병의 원인이 미생물이라면 역으로 미생물을 이용한 치료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의 소화관에 건강한 세균을 주입하여 치료하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동물의 행동이 장내미생물의 구성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은 무균 흰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증명되었다.

장내미생물을 가진 일반적인 흰쥐는 행동이 빠르고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있다. 하지만 장내미생물이 없도록 무균 환경에서 키운 흰쥐는 호기심과 겁이 없다. 이 무균 흰쥐에게 건강한 장내미생물을 이식해 주면 정상으로 돌아올 수는 있지만, 생후 4주가 지나기 전에 이식해 주어야만 효과가 있다. 태어났을 때 갖고 있던 장내미생물이 뇌의 회로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확연히 성격이 다른 두 흰쥐 혈통은 각각 가지고 있는 미생물군도 달랐다. 한 혈통에서 무균 흰쥐를 만들고 다른 혈통의 장내세균을 접종시킨 결과 쥐의 성격이 바뀌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용을 종합해 보면, 미생물들이 다른 생명체에 영향을 미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명체가 우리의 몸에 침투해서, 때로는 심각하게 우리의 사고와 행동을 교란시킨다.  우리는 저자가 서두에서 말했듯이, 우리의 마음은 생각만큼 완전한 우리의 통제 아래 있지 않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기존의 자유의지에 대한 도전적인 시각은 도덕적, 법적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과학의 새로운 발견이 우리의 인식과 기존의 관념을 변화시켜 왔고, 보다 많은 질문을 하게 함으로써 인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과학적인 접근으로 바라본 인간은 수많은 공생자들과 함께 살고 있으면서 내부적인 작용 안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단적이고 부분적인 실험으로 "인간은 ~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위험하다. 다층적인 관계망 안에서 인간을 말해야 하며 그중 하나의 측면, 즉 기생생물과 기생생물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인간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 새로운 지평을 열어 줄 것을 기대해 본다.

 


 

글 | 노은서 편집위원

과학과 신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공부하고 서평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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