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

[과신대 북클럽 이야기 | 수원 남부 북클럽]

 

 

글_ 오세조

 


여행을 성공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좋은 안내서는 필수이다. 물론 사전 정보 없이 여행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경우 경험적으로 보면 여행을 통해 얻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런 현상은 책도 마찬가지이다. 출판시장에 나오는 책들은 엄청나지만, 독자로서 과연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난감할 때가 많다. 책의 사전 정보 없이 출판사의 화려한 홍보에 책을 구입하면, 낭패를 볼 때가 많다. 이런 이유로 대중들은 일단 유명 저자들의 책은 믿고 사는 경향이 있지만, 사실 유명 저자라고 해도 다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왜냐하면, 유명 저자의 책에 대해 각 분야 전문가들의 평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책은 재미가 없고, 너무 어렵다. 이처럼 책의 독자로서는 전문가들에게도 인정받으며, 쉬운 책을 고르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특별히 과학책의 경우는 더욱더 심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정모 관장의 『과학책은 처음입니다만』은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책이다. 사실 이 책은 이정모 관장 스스로가 밝혀 듯이 2007년부터 그동안 쓴 서평들을 모은 책이다. 물론 출판을 위해 새로 손질은 했다. 과신대 회원으로서 반가웠던 점은 과신대의 대표인 우종학 교수의 『블랙홀 교향곡』의 서평과, 과신대 자문위원인 이상희 교수의 『인류의 기원』의 서평도 함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 소개되어 있는 모든 책들을 요약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의미도 없다. 대신 머리말에 등장하는 이정모 관장의 대학교 선배의 이야기를 언급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정모 관장에 따르면, 그 대학선배는 노트를 4등분한 후, 두 번째와 세 번째 칸을 합하고는 이곳에 ‘책에서 얻은 정보’를 파란색 볼펜으로 쓴 후, 첫 번째 칸에는 관련 있는 ‘다른 책의 정보’를 빨간색 볼펜으로 적고, 네 번째 칸에는 검은색 볼펜으로 ‘독후감’을 썼다고 한다. 이런 식으로 약 200권 정도를 정리했다고 한다. 물론 이정모 관장도 따라 했지만, 볼펜을 자주 잊어버려서 곧 포기했다고 한다. 하긴 이정모 관장이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컴퓨터가 발달하지 않은 시절이라, 볼펜이 필수였다.

 

하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이 보급화 된 현대에 이런 형식의 자신만의 책 노트를 볼펜이 없다고 못한다는 것은 핑계인 것 같다. 충분히 한 번 시도해볼만한 좋은 방법이다. 인터뷰를 기회로 이정모 관장과 페이스북 친구 된 지금, 한 가지 부러운 점은 이정모 관장이 다른 과학작가들과 매우 친하다는 것이다. 하긴 이런 이정모 관장의 성격 때문인지 그의 글은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게 읽힌다. 그러나 신뢰가 간다.

 

요즈음에 ‘뇌호흡’ 등의 사이비과학이 점점 더 극성이다. 캐나다 오타와 대학의 김우재 교수가 이를 위해 팔을 걷고 나섰다. 이런 시대에 신뢰할만한 책을 추천하는 이정모 관장의 이 책은 올바른 과학지식을 얻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여행안내서가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장점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가지 단점이 있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단점. 바로 이정모 관장이 추천한 책을 사기 위해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정모 관장의 말대로 책은 읽으려고 사는 것이 아니다. 구입한 책 가운데 읽게 되는 것이다. 이 말에 나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