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우종학,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IVP | 2014. 12. 5 | 개정판 2쇄 | 260쪽 | 13,000원

 

‘에라, 잘 모르겠다. 구원에 관련된 중요한 이슈는 아니잖아!’

물론 이런 태도는 결코 건강하지 않다. 하나님이 주신 지성의 전통을 맛본 사람에게는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가?’에 대한 숙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문제가 직접적으로 구원에 관련된 중요한 이슈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창조-진화 논쟁이 수많은 지성인을 신앙의 길에서 몰아내는 심각한 방해꾼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 (프롤로그 중)

 

 

과학은 나에게 너무나도 멀게 느껴졌다. 수학을 포기하는 사람을 ‘수포자’라고 부르던데, 수포자는 필연적으로 과포자가 될 수밖에 없다. 과학은 결국 온갖 수학공식들이 난무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나는 수포자였으므로 과포자가 되었다.

 

그런데 크리스천이 되었더니, 과학으로 하나님을 증명한다는 말이 들린다. 솔깃하긴 했지만, 방사선동위원소니 하는 말들이 예사로 등장하는 창조과학 강의는 어렵기만 했다. ‘에라, 모르겠다. 과학은 과학자들이 하라지. 그게 꼭 구원과 관계된 것은 아니잖아? 과학 몰라도 복음은 잘 전할 수 있는데 뭘.’ 이것이 내 입장이었다. 그래서 프롤로그를 읽으며 가슴이 뜨끔했다.

 

교회에서 대대적으로 창조과학 강의를 얼마간 들었다. 복음을 처음 들었을 때처럼 뭔가 가슴이 뜨겁게 타올랐다. 크리스천으로서 기본적인 과학지식은 알고 있어야 복음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열심히 강의를 듣던 중, 오직 한 가지 의문만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지금 이 강의, 현대과학이 잘못됐다는 것을, 과학을 이용해서 증명하겠다는 건가?’

 

창조과학, 젊은지구론에 대한 강의는 과학의 여러 가지 성과물들을 이용해 현대를 버젓이 살아가고 있으면서 그 과학이 틀렸다는 것을, 바로 그 과학으로 증명하겠다는 강의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뭔가 오류가 있는데 나는 그것을 반박할 지식이 없었다.

 

 

[무신론 기자, 크리스천 과학자에게 따지다]

 

내가 그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할 말이 아주 많았을 것 같다. 거창하게 구체적인 과학적 지식을 암기해서 논리적 반박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크리스천들이 흔히 오해하고 있는 과학과 신학의 관계에 대한 잘못된 진실들 몇 가지만 짚어보면 큰 그림이 그려진다. 이 책은 친절하게 그 과정을 안내해주고 있다.

 

먼저, ‘과학’과 ‘신학’이라는 키워드를 듣자마자 많은 사람들이 떠올릴만한 일화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것은 유명한 ‘갈릴레오의 종교재판’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보통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종교가 과학을 억압한 사례로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건은 그 당시의 시대상과 얽힌 복잡한 문제였지 결코 종교가 과학을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이런 유명한 일화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종교와 과학이 당연히 갈등관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과학은 자연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을 객관적으로 알아가는 과정일 뿐이다. 즉 가치중립적이라는 얘기다.

 

 

많은 사람들이 ‘진화’의 개념을 ‘원숭이가 진화해서 사람이 되었다.’ 정도의 뜻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진화를 인정하면 크리스천이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진화는 상태의 변화를 이야기하는 단어이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진화론’은 진화주의, 즉 ‘인간은 신에 의해 즉각적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진화를 통해 자연적으로 생겨났다.’고 가치를 부여하여 해석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성경과 자연이라는 두 가지 책을 주셨다. 그런데 굳이 두 책을 한쪽 틀에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할 때 문제가 발생한다. 성경은 신학이라는 도구로 읽고 자연은 과학이라는 도구로 읽으면 된다. 성경을 과학이라는 도구로 읽고 자연을 신학이라는 도구로 읽는 것이 굳이 문제가 될까? 될 수도 있다. 특히 유사과학이 성행할 정도로 보통 사람도 웬만한 과학지식을 갖고 살아가고 있는 이 시대에 얼토당토않는 과학적 지식으로 성경을 읽어낸다면, 비크리스천 뿐만 아니라 크리스천에게조차 외면을 당할 것이다. 또한 그런 이유로 교회를 떠나고 있는 신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게 현 기독교의 실정이다.

 

성경과 자연은 하나님이 주셨다. 그 두 책을 읽는 도구도 하나님이 주셨다. [무.크.따]는 신학과 과학이라는 도구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사용법을 친절하게 알려주는 안내서이다. 그동안 신학과 과학 사이에서 갈등을 겪은 경험이 있는 크리스천이라면 반드시 일독을 권한다.

 

이혜련 기자 (1221hannah@hanmail.net)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