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책 내용을 잘 정리해주셨네요... 뇌의 무의식계에 대한 설명 잘 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휘페르테스 2020.04.30 22:29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엘리에저 J. 스턴버그 |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조성숙 역 | 다산사이언스 | 2019년 | 432쪽

 

 

“지금으로부터 150억 년 전, 우주가 생겨났다. 50억 년 전, 지구가 생겨났다. 30억 년 전, 지구에 생명이 출현했다. 5억 년 전, 최초의 신경계가 나타났다. 3백만 년 전, 인류가 출현했다. 2백만 년 전, 인간의 뇌가 도구를 고안하여 노동 생산성을 증가시켰다. 13만 년 전, 인간이 머릿속에서 상상한 사건을 벽에 그리기 시작했다. 50년 전, 인간의 뇌가 최초의 인공 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5년 전, 컴퓨터가 저 혼자서 논리적 사고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주일 전, 컴퓨터의 지원을 받은 한 인간의 뇌가 《최후의 비밀》에 도달한다.”

 

위 내용은 2002년에 출간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 『뇌(L’ Ultime Secret)』의 거창한 홍보 문구다. 이 소설은 인간의 뇌에 관한 당시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쾌감중추의 비밀을 파헤쳐 나가는 과학 추리소설로,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인간 탐구의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다고 평가받았다. 인간의 뇌와 인공지능 컴퓨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이 두 과학기술이 만나 이루어지는 상반된 인간의 두 가지 모습을 보여주는 소설이다. ‘록트인 신드롬’ 환자로 식물인간 상태인 장 루이 마르탱을 통해 움직이지 못하는 몸을 가지고 있지만 AI를 사용하며 비약적인 뇌의 발전을 이룬 모습을, 그리고 현명하고 도덕적인 천재 의사가 ‘최후 비밀’을 접하며 절제가 안된 인간의 욕망으로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를 읽으면서 ‘뇌의 숨겨진 논리와 인간의 정체성’에 대해 탐구하는 진지한 주제 의식과 흥미를 끄는 추리소설적 구성 때문인지 장르는 다르지만 오래전에 읽었던 베르베르의 이 소설이 생각났다. 뇌의 ‘최후의 비밀’인 쾌락중추 자극기술을 이용한 천재적인 정신과 의사가 인공지능 컴퓨터가 보유한 체스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다시 찾아오는 승리의 장면으로 소설은 시작하는데, 우리가 몇 년 전에 충격받았던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을 떠올리게 한다. AI와 뇌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20년 전의 소설의 내용은 이제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이 책의 저자인 엘리에저 스턴버그는 30대 초반의 천재적인 신경과 의사이다. 17세 때 이미 철학과 신경과학을 아우르는 첫 저서 『우리는 기계일 뿐인가』를 출간했고, 22세에는 뇌에 결함이 있는 사람의 도덕적 책임이라는 문제의식을 풀어낸 두 번째 책을 저술했다.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세 번째 책으로 신경계 질환 환자들을 직접 진료한 사례와 기존의 연구들 또 기술 발전으로 근거가 보강된 이론들을 통해 ‘우리의 사고방식과 행동방식의 근본적인 이유’인 뇌의 신경 논리구조(NeuroLogic: The brain’s hidden rationale)를 발견하고 의식과 무의식의 체계로 독자들에게 보여주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저자는 사례 별로 기존 임상 연구의 가설과 최신의 신경과학 연구, 특히 fMRI(기능적 자기공명영상)를 통해 일반인의 뇌와 뇌질환자의 뇌가 서로 다르게 활성화되는 부분들의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 최신의 연구자료를 통합하여 과거의 개별적 행동 연구를 넘어서는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뇌의 논리구조에 대한 통합적 이해를 추구하고 있다.

 

이 책의 뛰어난 점은 8장에 걸쳐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과 이야기로 구성되는 각 장이 뇌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기이한 상담 사례로 시작되며 앞장에서 제시된 문제가 해결되면서 잇따라 제기되는 의문을 연결해서 풀어가는 추리소설과 같은 흥미로운 전개 방식이다.

 

1장은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가?’는 질문으로 의식계와 무의식계가 어떻게 나뉘어 작동하는지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가 세상을 볼 때 뇌의 두 시스템이 우리의 지각을 만들어낸다. 무의식계가 패턴을 인식하고 그 패턴을 바탕으로 예측한 다음 지각한 조각들을 끼워 맞출 방법을 추론하고, 의식계가 무의식의 계산을 받아들이고 자신이 접근할 수 있는 풍부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린다. 모든 감각은 정보의 흐름이다. 시각 경로든 청각 경로든, 아니면 다른 경로든 이 정보를 상황적 맥락에 맞게 해석하고 종합해 세상을 의미 있게 표현하는 것이 뇌의 무의식계에 주어진 과제다. 무의식의 처리과정은 동시에 들어오는 오감의 흐름을 분석하고 비슷한 특정이 없는지 꼼꼼히 조사한 후 의식적으로 경험하는 추상적 개념을 만들어 낸다. 감각 신호는 처음에는 병렬 경로에서 처리되다가 마지막에 하나의 개념적 네트워크로 통합되고 해석되고 조직된다. 감각들이 합쳐져 세상을 하나로 유연하게 지각한다. 오감의 협업은 의식적 경험을 강화해줄 뿐 아니라 감각 하나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경우에는 백업 시스템까지 만들어준다. 실명하면 다른 감각계가 지각의 빈틈을 메우려 작동하기 시작한다. 뇌는 최선을 다해 우리가 지각하는 세상을 재건한다. 다른 감각들끼리 결합해 제 기능을 잃은 감각을 새롭게 재창조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부다. 그래서 시각장애인의 뇌는 지각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시각적 환각을 만들어내거나 다른 감각을 동원해 시야를 재건하기도 한다. 그들은 다른 감각을 최대한 사용해 시각이라는 감각에 생긴 빈틈을 채워 넣을 수 있다. 그래서 시각장애인들도 상상하고 꿈을 꾸는 능력을 유지할 수 있다.

 

2장에서는 ‘좀비도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있는가?’ 질문을 던지며 습관, 자기통제와 자동행동에 대해 설명한다. 우리는 뇌가 가진 두 개의 평행 시스템을 이용해 행동을 통제한다. 습관체계와 비습관체계인데 두 시스템은 기억 형태에 따라 강점도 다르고 접근법도 다르다. 행동을 지배할 수 있는 자동 시스템인 습관 체계는 절차 위주이며 프로그래밍이 가능하고 빠르다. 습관과 비습관체계가 동시에 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소위 멀티태스킹이 가능해진다. 어떤 행동을 충분히 많이 연습하면 습관체계에 통제권이 넘어가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하게 되고, 비습관체계는 그 행동에서 해방되어 다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된다.

 

3장은 ‘상상만으로도 운동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가?’는 질문으로 의식과 무의식계의 상호 영향에 대해 설명한다. 상상으로 하는 심상 훈련이 자극하는 뇌 영역은 실제 신체 동작에 영향을 미치는 뇌 영역과 동일하므로 뇌에서 근육을 연결하는 신경경로가 파괴된 경우가 아니라면 심상훈련으로 그 동작을 수행하는 신경 근육 회로에 습관이 형성되어 회로 기능이 강화될 수 있다. 그리고 신체를 직접 움직일 때와 그 움직임을 상상할 때 쓰는 뇌 영역이 동일하듯이 누군가의 움직임을 관찰할 때에도 똑같은 뇌세포를 사용하는데 행동 실행과 관찰에 모두 반응하는 이 뇌세포를 거울신경(mirror neuron)이라고 부른다. 거울신경은 하품 전염과 관련 있다고 여겨지는데, 무의식적으로 활성화되는 거울신경은 공감 능력을 형성하게 도와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경험을 본능적으로 시뮬레이션해 다른 사람과 우리 자신에 대한 기본 정보를 습득함으로써 우리의 의식을 발달시킨다. 한편, 우리가 어떤 경험을 할 때마다 특정 감정이나 몸의 상태가 그 사건에 대한 기억과 관계를 유지하는 생물학적 잔재를 신경계에 남기는데, 이런 감정적 잔재를 신체표지(somatic marker)라고 부른다. 거울신경이 다른 사람의 경험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처럼 신체표지는 우리 자신의 과거 경험을 시뮬레이션 한다. 이런 감정적 기억은 무의식적으로 저장되었다가 비슷한 사건과 맞닥뜨리는 순간 등장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게 이끌어주는 ‘직감’이 된다.

 

 

4장에서는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는 질문으로 의식계와 무의식계가 어떻게 한 사람의 서사를 써내려 가는가를 다룬다. 뇌의 무의식계는 어떤 사건을 기억해낼 때 자기중심적으로 접근하는데 자신의 자아인식과 일치하는 일은 쉽게 기억하지만 자아인식과 충돌하는 기억이나 감정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기억의 조각이 사라지거나 왜곡되고 자아의 존재감과 안정성이 위협받을 때 거짓기억으로 빈틈을 메우는 ‘말짓기증’이 나타나거나 기억억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 모든 것은 자의식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뇌는 기저의 논리에 따라 우리의 경험을 해석하고 기억을 암호화하고 개인사를 기억한다. 무의식계는 우리의 인생을 담은 스냅사진 간에 연관성을 만들어내고 각 순간마다 우리의 감정을 관찰해 무엇을 강조할지 결정한다. 빈틈에 가장 설득력 있게 딱 들어맞을 것 같은 기억과 생각의 조각을 찾아내서 가져온다.

 

5장에서는 ‘왜 사람들은 외계인 납치설을 믿는가?’고 질문을 던지며 건강을 잃은 뇌가 왜곡된 서사를 지어내는 경우를 설명한다. 뇌의 무의식계는 나름의 논리를 따르는 단순한 시스템이다. 뇌는 양립 불가능한 자극을 동시에 느끼는 순간에도 우리의 인식에 통일된 이야기의 틀을 씌워 삶에 대한 경험을 만들어 내려한다. 그래서 서로 맞지 않는 자극을 조합해 이야기를 만들어 낼 때 뇌는 깊숙이 파묻힌 신념과 성향, 의문점을 끄집어내어 초자연적인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수면마비(sleep paralysis, 가위눌림)와 연관된 외계인 납치 경험, 관자엽 뇌전증을 앓는 환자들이 겪는 과종교증(hyperreligiosity)의 신비한 영적 체험, 뇌의 일시적인 산소 결핍 상태에서 일어나는 임사체험 등이 그 사례이다. 뇌가 건강하면 우리는 교육의 도움을 받아 저장 창고의 지식을 수정하고 넓혀 믿을 만한 정보를 무의식계에 제공할 수 있고, 무의식계는 그런 정보의 안내를 받아 더 합리적이고 현실에 맞는 설명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뇌가 건강하지 않다면 뇌는 날조된 이야기를 계속해서 만들어내게 되어 우리는 초자연적 경험을 평생 동안 믿게 될 것이다.

 

6장은 ‘조현병 환자에게 환청이 들리는 이유는?’이라는 질문으로 뇌가 자아와 비자아를 구분하지 못할 경우 발생하는 일에 대해 다룬다. 전기물고기가 자신이 보낸 신호와 외부의 전기신호를 구분할 수 있게 해주는 수반방출이라는 것이 있는데, 인간의 뇌에서도 어떤 명령을 보낼 때마다 그 명령 신호를 복사해서 감각계에 보내고 감각계는 그에 응하여 수반방출을 만들어내어 자신의 신호와 외부의 신호를 구분해낼 수 있게 한다. 수반방출계의 결함으로 조현병 환자는 자신의 목소리를 인식하는 기능뿐 아니라 자기 생각을 인지하는 기능도 잃어 환청을 듣게 된다.

 

7장에서 ‘최면 살인은 가능한가?’ 질문을 던진다. 최면이든 광고든 잠재의식 메시지이든 외부 암시는 뇌 활동과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부 영향에 지배되는 순간 뇌는 그런 영향을 우리가 자발적 동기라고 믿고 있던 동기와 합쳐버린다. 외부의 무의식적 영향이 행동방식을 어떤 식으로든 바꾼다면 무의식계는 우리가 그런 생각과 행동을 합리화하도록 도와준다. 뇌의 무의식계는 빈틈을 메우고, 비합리적인 행동을 합리화시키고 매우 비논리적인 상황을 논리적으로 그럴듯하게 설명하기 위해 어떤 노력도 마다하지 않는다. 왜 무의식계는 혼란스럽거나 모순된 경험을 억지로 이어 붙이는 해석을 만들어내는가? 이유는 우리의 자아의식을 지키기 위해서다. 무의식계는 자아의 통일성과 연속성을 유지하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극단적 행동도 일삼는다.

 

8장 ‘다중인격은 똑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한다?’에서는 앞 장들에서 다뤘던 사실들을 ‘해리성 정체감장애’ 즉 ‘다중인격’의 사례에 대입해 총정리해 준다. 뇌의 좌우는 별개로 행동하지 않는다. 좌우의 뇌는 서로의 행동에 조화를 이루려 노력하면서 어떻게 든 통일된 자아의식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낸다. 뇌는 불안전한 사고와 인식의 빈틈을 메우려는 습성이 있고, 그 빈틈을 메울 때마다 자아의식 유지라는 목적에 충실한다. 무의식계는 개인의 이야기를 인간으로서 갖는 안정된 정체성을 보호하는데 철저히 중점을 둔다. 또한 뇌는 트라우마 기억과 감정으로부터 정체성을 보호하기 위해 그런 기억과 감정에 주의를 집중하지 않으려 하고 의식과도 멀리 떨어뜨려 놓으려 애쓰는데 이런 격리작업을 하다가 도를 넘기도 한다. 이렇게 무의식계가 과도한 격리작업을 한 결과가 ‘해리성 정체감 장애’이며, 이 경우 각각의 정체성에 따라 뇌를 사용하는 부위, 근육을 사용하는 것 등 모든 것이 달라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우리의 정체성은 의식계와 무의식계의 공조에 의존한다. 의식계는 자아의식을 경험하게 해 주며 뇌가 만드는 이야기를 의지를 갖고 정신과 신체를 제어하여 실행에 옮길 수 있게 한다. 무의식계는 그런 이야기를 만든다. 무의식계는 단편으로 끊어진 경험 조각들을 끌어와 빈 틈을 메우고 우리의 인생사를 순서대로 배열한다. 무의식계는 우리의 자아의식을 구축한다. 뇌는 우리의 모든 생각과 조각조각 들어오는 인식을 합리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일련의 과정을 우리가 죽을 때까지 반복하며, 이를 통해 우리는 삶의 경험을 쌓고 자신의 감정이나 기분을 스스로 느끼며 ‘자아’를 만들고 지켜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정체성을 유지하여 우리가 자신의 본성을 더 잘 이해하고 세상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뇌의 신경 로직(NeuroLogic)의 지향점이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서두에 언급한 베르베르의 소설 『뇌』에서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로 등장하는 주인공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이 소설의 마지막에서 “인간은 결국… 인간으로 향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것의 바탕은 바로 사랑이고… 너무 포괄적일 수도 있고… 또 너무 신파적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고픈 사랑이란, 용서와 배려, 사람과 사람 간의 신뢰, 에로스적 의미, 집착 등 그 모든 것을 아우르는 의미이다.”라고 결론적으로 읊조린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그의 소설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인간으로서 인간을 향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가 파악한 인간의 정체성은 사랑이라는 인간 관계성이 바탕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소설은 인공지능과 결합된 최초의 트랜스휴먼인 장 루이 마르탱의 이야기가 아닌 뤼크레스와 이지도르의 사랑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이 통속적인 마침으로 많은 독자들은 실망했고 나도 그 독자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 점이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의 서평을 쓰면서 20여 년 전 읽었던 소설을 소환한 이유이다.

 

이 책에서 다루어지지 않은 아쉬운 내용 중 하나가 뇌의 발달과 관련된 사항이다. 인간은 생후 2년 동안 우반구에서 급속 성장이 일어나는데, 이는 감각운동, 감정적 능력과 대인관계 능력의 빠른 발달과 연관되고 감정조절과 애착과 관련된 기본적 구조물을 형성하게 되며, 이런 과정은 모자관계의 애착 형성과 함께 일어난다. 우뇌의 발달은 주로 2세 중반까지 급격하게 이루어지다가 2세 중반이 되면 좌반구의 급속 성장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때 전전두엽의 본격적인 성장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처럼 생후 2세 중반까지 아직 유아가 언어로 충분하게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없어 모든 기억이 내현적 기억(implicit memory)으로 저장되고, 어머니와의 비언어적 의사소통(nonverbal communication)을 통해 변연계의 성장, 우뇌 반구의 성장이 충분하게 이루어지게 되면 안정 애착을 형성하게 되어 이후의 대인관계에서도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현재까지 알려진 내용이다. 이 시기의 내현적 기억과 비언어적 관계성이 이 책에서 스턴버그가 주장하는 뇌의 무의식계의 바탕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실제로 이 시기의 정신적 외상은 유전적 요소와 신경해부학적인 요소들에 영향을 주어 적절한 좌우반구의 통합과 조절을 방해해 병리적인 증상으로 나타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이 책의 저자인 스턴버그가 주장하는 ‘자아의식’이라는 인간 정체성을 지향하는 뇌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신경 로직’의 가장 중요한 바탕의 하나가 관계성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 관계성의 가장 중요한 바탕이 사랑-모자관계와 같은-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잘 밝혀낸 우리의 뇌가 만들어 내는 정체성의 서사들은 한편으로 관계성의 서사, 즉 사랑의 이야기로 향하고 있지 않을까 조용히 읊조려 본다.

 

오늘날 뇌에 대한 연구는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출현과 더불어 그 잠재적 기능의 극대화라는 실제적 이용이 강조되는 측면이 많다. 그래서 뇌과학와 인공지능의 기술이 이끄는 역사적 특이점에 이르고 있다는 트랜스휴머니즘적 전망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로서 더욱 근본적으로 추구해야 방향은 창조(또는 진화)의 절정으로 여겨지는 인간의 뇌에 대한 이해를 통해 우리의 존재가 우주적 이야기에 통합되는 질문과 시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뇌의 신경 로직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가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이 책이 보여주듯이 말이다.

 

마찬가지로 완전한 우주적 이야기의 완성을 위해서 과학과 신학(종교)은 서로의 빈틈 메우기를 경주해야 한다. 우리 뇌의 “NeuroLogic”이 가르치듯이……

 

"Science without religion is lame, religion without science is blind." – Albert Einstein

 

박우민 (woominp@naver.com)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