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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9. 지구온난화와 태풍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11. 5.

 

 

글_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이번 여름은 유독 장마 기간이 길었고 태풍도 우리나라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태풍과 관련된 물리적 과정과 함께 지구온난화가 태풍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뤄보겠습니다.

 


가장 강력한 자연재해, 태풍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자연재해는 홍수, 호우, 폭설, 해일, 지진 가뭄, 우박, 적조 현상 등이 있습니다. 그중 피해액이 가장 큰 재해는 태풍입니다. 태풍은 기록적인 호우에 강한 바람까지 동반하기 때문입니다.

2003년 태풍 ‘매미’는 사상자 130명(사망 117명, 실종 13명), 재산 피해 4조 2,225억 원의 피해를 남겼고, 2002년 태풍 ‘루사’는 5조 1,479억 원의 피해와 강원도 동부 하루 강수량 870.5mm를 기록했습니다. 역사 기록에도 태풍이 언급됩니다. 조선 명종(明宗) 17년(서기 1526년) 경상 감사의 서장(書狀)에 다음과 같은 기록이 나옵니다. 

경상도에서 음력 7월 15-1일 폭풍과 호우가 밤낮으로 계속 몰아쳐 기와가 날아가고 나무가 뽑혔으며, 시냇물이 범람하여 가옥이 표류하였고 인명과 가축도 많이 상하였으며 온갖 농작물이 침해되어 아예 추수할 가망조차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진주 지방은 민가가 전부 침수되었고 밀양에는 물에 떠내려가 죽은 사람이 매우 많으니 이처럼 혹심한 수재는 근고에 없었던 것입니다.

조선시대 초기부터 기상 관측부서인 ‘관상감’을 설치하였고, <조선왕조실록>에는 700건이 넘는 태풍 피해가 기록되었다는 사실로 과거부터 우리나라에 태풍 피해가 적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태풍의 발생 원리


지난 연재에서 수증기가 많은 공기는 주변 공기보다 가벼워서 상승해 비를 내리게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기압이 낮아져 ‘저기압’이라고 부릅니다. 공기가 상승했기 때문에 국지적으로 보면 공기가 부족해져 기압이 낮아지는 것입니다. 바람은 고기압(공기가 많은) 지역에서 저기압(공기가 적은) 지역 방향으로 붑니다. 온도가 높은 열대지역에서 저기압이 큰 규모로 발생하면 그 바람이 태풍이 됩니다.

태풍이 형성될 때 수증기(기체)는 비(액체)가 되어 내리는데 그때 숨은열이 방출됩니다. 이 때문에 더 강한 상승기류가 생기고 태풍은 더 큰 규모로 발달합니다. 물을 끓일 때 열이 필요하듯, 반대로 수증기가 액체로 변할 때는 열이 공기 중으로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수증기가 많은 바다, 그중에서도 수온이 26-27°C 이상의 지역에 국한되어 나타납니다. 이렇게 저위도에서 발생한 태풍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가장자리를 따라 북상하여 우리나라 및 동아시아에 상륙합니다.
 

지구온난화와 태풍 강도의 관계


기상청 국립태풍센터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반도에 상륙하는 태풍 숫자는 줄어드는 추세이지만, 상륙하는 태풍은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해 21세기 말까지 태풍의 강도가 최대 1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태풍은 수온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수증기에서 에너지를 얻으며 발달하는데, 지구온난화로 수온이 상승하면 그 에너지가 커져 태풍은 더 강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태풍이 저위도에서 우리나라가 위치하는 중위도 지역으로 이동하는 경로에 수온이 높은 상태로 유지된다면, 지속적인 에너지 공급이 가능하기에 태풍이 쉽게 소멸하지도 않게 됩니다.

보통 태풍은 저위도에서 발생해 북위 27도 부근, 즉 대만 인근 해역에서 가장 강해지고 점점 북쪽으로 이동하면서 약해집니다. 그러나 이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대만 인근뿐 아니라 우리나라 남해까지 수온이 오르면서 태풍이 세력을 잃지 않고 유지한 채 한반도로 상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8월 서해로 북상했던 태풍 ‘바비’의 경우 남쪽에서 제주도 서쪽까지 올라오는 동안 세력을 잃지 않고 계속 강도가 강해졌습니다.

게다가 지구온난화로 대기에 존재하는 수증기량이 증가한 것도 강 한 태풍이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열역학 관련 이론에 따 르면 기온이 1°C 상승할 때마다 공기는 수증기를 약 7% 정도 더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지난 연재에서 언급했던 차가운 음료 겉면에 물이 고 이는 현상의 반대 원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렇게 많아진 수증기는 태풍에 동반되는 호우 또한 강하게 만들어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구온난화로 인해 상승한 해수면 때문에 해안가에서는 태풍으로 인한 파도가 더 강해지고, 연안 침수 피해도 증가할 것이라 예상됩니다. 작년 미국 해양대기청에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북서 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의 이동속도가 20%나 느려졌으며, 그로 인해 태풍으로 인한 피해는 훨씬 가중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태풍이 느려지면서 강수량과 강풍 피해도 증가하게 되는 것입니다.

태풍이 자연재해 중에서 가장 강력한 피해를 주는 재해이지만, 이로운 점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태풍은 저위도 해상의 에너지를 고위도로 수송, 전달하기 때문에 위도별 에너지 불균형을 해소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물 부족 국가엔 물을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그뿐 아니라 태풍이 지나갈 때 발생한 바람 때문에 바닷물이 위아래로 잘 섞이게 되어 바다생물에 필요한 영양분이 재분배되고, 적조 현상이 해소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태풍의 이로운 역할을 피해와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되풀이 하는 얘기지만, 앞으로 지구온난화가 심해질수록 태풍의 피해는 늘어날 가능성이 커집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집중호우, 산불, 해수면 상승, 태풍 등은 모두 자연재해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연재해가 우리 삶과 직결된 영역에서 비롯된 문제로 인해 더욱 빈번해지고 강도도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인재’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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