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0. 엘니뇨와 라니냐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12. 3.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0. 엘니뇨와 라니냐

 

글_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는 올겨울에 라니냐가 발생한다는 전망을 발표했습니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이미 뉴스를 통해 들어보셨겠지만, 여전히 헷갈려 하는 분들이 적지 않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엘니뇨와 라니냐에 관해 알아보겠습니다.
 

엘니뇨, 크리스마스의 아기 예수


엘니뇨(El Niño)는 스페인어로 ‘The boy(남자아이)’를 의미합니다. 원래 명칭은 El Niño de Navidad, “the Christmas Child(크리스마스의 아이)”, 즉 ‘아기 예수’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어쩌다가 예수가 기상용어에 차용되었을까요?

페루의 서해안에는 멸치와 비슷한 안초비라는 물고기가 많이 잡힙니다. 그런데 수 세기 전부터 페루 어부들은 5-6년에 한 번씩 11월이나 12월에 안초비가 잡히지 않는 현상을 발견했습니다. 16세기 당시 페루의 기록을 보면, 자주 볼 수 있었던 바다 안개가 사라지고 바다가 따뜻해졌으며, 안초비의 포식자였던 부비새, 가마우지, 펠리컨이 굶어 죽는 등 생태계 먹이사슬도 엉망이 되었습니다. 그 현상이 크리스마스 즈음 심하게 일어났고 빈 그물을 걷어 항구로 돌아와야 했던 어부들이 ‘크리스마스의 아기 예수가 또 왔군’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해서 ‘아기 예수’라는 뜻을 가진 엘니뇨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지금은 엘니뇨 현상이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이를 과학자들이 파악한 건 1950년대였습니다. 호주 북쪽 다윈(Darwin) 지역의 해면 기압과 남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타히티(Tahiti) 섬의 해면 기압이 시소처럼 한쪽이 올라가면 한쪽이 내려가는 식의 패턴을 보였는데, 이를 통해 엘니뇨가 페루의 지역적인 규모뿐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엘니뇨는 남방진동이라는 표현으로 ENSO(El Niño and Southern Oscillation)라고 불립니다.

2020년 9월 태평양 적도 지역 해수면 온도의 이상값(편차)를 나타낸 그림. 적도 지역이 평년 기후 값보다 낮은 값을 나타내고 있다. (출처: Climate.gov.)


 
동태평양이 따뜻해지는 현상, 엘니뇨


적도에는 무역풍이라는 바람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고 있습니다. 범선 시대에는 사람들이 이 바람을 이용하여 항해를 많이 했고, 콜럼버스도 이 바람을 이용하여 북미 대륙 발견에 성공했습니다. 무역에 많이 이용되어 무역풍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람입니다. 항시 부는 무역풍의 영향으로 페루가 있는 동태평양 지역의 바닷물은 계속 서쪽으로 밀려나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해 해수면 아래에서 끊임없이 심층수가 위로 올라옵니다. 심층수는 온도가 낮아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낮아집니다. 영양분도 풍부한 심층수는 동태평양 해역에서 안초비나 기타 해양생물들이 잘 자랄 수 있는 조건을 형성하기도 합니다.

반대로 인도네시아와 같은 서태평양 지역은 이런 용승작용이 많이 없어서 상대적으로 해수면 온도가 높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지구의 바다 중에서 가장 온도가 높아 웜풀(warm pool)이라고 불립니다. 서태평양 지역은 해수면 온도가 높아서 증발량도 많고, 수증기가 많으며 가벼운 공기 탓에 상승기류가 강해서 비가 많이 내립니다. 반면에 동태평양 지역은 해수면 온도가 낮아서 하강기류가 형성되어 상대적으로 강수량이 적습니다.

평상시(위)와 엘니뇨 시기(아래)의 적도 순환 (출처: 호주 기상청)

 


하지만 위 그림에서 엘니뇨 시기를 보면 여러 가지 변화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무역풍이 약해지면서 심층수가 올라오는 용승이 약해지고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습니다. 서태평양에 내리던 비가 동태평양 쪽으로 이동하여 태평양 한복판에 비가 많이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이 평균적으로 4-8년에 한 번씩 반복되는 것을 엘니뇨라고 합니다. 반대로 동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더 낮아지는 현상은 엘니뇨의 반대라는 의미로 라니냐(La Niña)라고 하는데, 스페인어로 ‘여자아이’를 뜻하는 말입니다.

안타깝게도 아직 과학자들은 엘니뇨의 원인을 명확하게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엘니뇨는 주기적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으며, 라니냐라는 반대 현상 역시 마찬가지로 주기성을 갖습니다. 이로 인해 태평양이 가진 고유의 장주기 해양파동이 형성되고, 여러 가지 기후 상황과 상호작용하며 그 주기와 강도가 매번 달라진다는 점은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지난 연재에서 말씀드렸던 양의 피드백 과정이 엘니뇨 발생 과정에도 이바지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무역풍이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심층수의 용승이 덜 일어나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합니다. 또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 상승할수록 적도 태평양 동서 지역 간의 기압 차이가 별로 나지 않게 되어 무역풍이 더 약해집니다. 결과가 원인에 다시 영향을 주며 양의 피드백을 형성하고 엘니뇨가 수개월에 걸쳐 일어나게 됩니다.
 

엘니뇨와 기후 시스템


엘니뇨는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지구의 기후 시스템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현상입니다. 대부분의 기후 연구가 엘니뇨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많은 과학자가 엘니뇨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엘니뇨가 페루지역 어부들뿐 아니라 지구촌 곳곳에 피해를 안긴다는 점은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그런데 한편으로 엘니뇨는 수천 년 전부터 자연 반복되어온 기후 현상으로 이런 주기적 현상을 통해 지구의 기후는 나름의 균형을 맞추며 변동해왔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크리스마스 즈음 가장 뚜렷하게 발생하여 ‘아기 예수’라는 뜻의 이름을 얻었지만 저는 이런 자연현상을 마주할 때면 하나님에 대한 경외감을 더욱 느낍니다. 인간의 힘으로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하나님의 영역, 아무리 공부를 많이 해도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 말이지요.

최근 들어 엘니뇨가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했던 틀을 깨는 여러 연구도 발표되고 있습니다. 인간이 배출한 온실가스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엘니뇨가 더욱 증폭된다는 연구이지요. 다음엔 엘니뇨와 라니냐가 미치는 영향과 어떻게 증폭할 것으로 예상되는지 더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