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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1. 온난화와 엘니뇨,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12. 4.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1. 온난화와 엘니뇨,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글_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지난 연재에서는 엘니뇨 현상에 관해 살펴보았습니다. 열대 동태평양에서 주기적으로 수온이 오르는 현상이며, 크리스마스 시즌에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자 페루 어부들이 ‘크리스마스의 아기 예수가 또 왔군’ 하며 쓴웃음을 지었다고 해서 El Niño de Navidad, “the Christmas Child”(크리스마스의 아이), 즉 ‘아기 예수’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는 이야기를 전했습니다.

라니냐는 이와 반대 현상으로 동태평양 해수면의 온도가 낮아지는 현상인데, 2020년 말 현재에도 발달하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올겨울 라니냐가 발달할 확률이 90%라고 밝혔으며, 국가마다 기준이 조금씩 다르지만 이미 몇몇 국가에서는 현재 상태를 라니냐라고 공식 선언하기도 했습니다.
 

출처: https://bit.ly/3mDyaJc

 


전 세계를 뒤흔드는 엘니뇨·라니냐


위 그림을 보면 엘니뇨와 라니냐가 얼마나 많은 지역에 폭넓게 영향을 끼치는지 볼 수 있습니다. 지난 연재에서 소개했듯, 엘니뇨 현상이 발생하면 동태평양이 따뜻해지고 그 지역에는 비가 많이 옵니다. 하지만 서태평양 지역인 인도네시아, 호주 북부, 동남아시아 지역은 고온 건조한 날씨가 유지되면서 가뭄과 산불 등의 피해를 겪습니다. 또한, 동태평양으로 비구름이 쏠리면서, 지구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지역에도 가뭄이 발생합니다.

위의 그림은 엘니뇨와 라니냐가 가장 강하게 발달하는 12월부터 2월을 기준으로 다른 시기의 기후 패턴은 표현되지 않았습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는 계절적 특성과 맞물려서 12월부터 2월이 아닌 다른 시기에 엘니뇨와 라니냐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도 합니다. 특히 아프리카 지역은 엘니뇨 시기에 작황이 좋지 않아 식량문제가 심각해지고 내전이 더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엘니뇨가 발생한 겨울이 평년보다 따뜻하고, 라니냐가 발생한 겨울이 평년보다 다소 추운 경향을 보인다는 것을 위의 그림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라니냐가 발달하고 있으니 한반도는 다소 추운 계절을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에서 발생하는 현상이지만 전 세계의 기상과 기후 조건의 변화를 야기하는 전 지구적 기후 변동 현상입니다. 매우 먼 거리에 있는 지역에도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기상학자들은 ‘원격상관’(teleconnection)이라고 표현합니다.1)
 

엘니뇨와 탄소순환


원격상관 중에서 흥미로운 것은 엘니뇨 발생 위치인 열대 태평양 지역에는 비가 많이 내리지만 열대우림이 분포하는 아마존·인도네시아·동남아시아 등지에는 비가 적게 내리고 온도가 상승해서 육상 식생이 자라기 어려운 조건이 된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비가 바다(태평양)로 집중되고 육지에는 가뭄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높이는 결과로 이어집니다.

인류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매년 5ppm(100억 톤 예상)인데 이 중에 3ppm은 해양과 육상의 식생이 흡수하여 2ppm만 대기 중에 남습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면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열대우림에 가뭄이 발생해 제 기능을 못 하게 됩니다. 또한, 엘니뇨가 발생하는 때는 산불도 많이 발생하여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엘니뇨 시기에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높아지는 경향을 보입니다. 하지만 엘니뇨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지구온난화로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또, 반대로 라니냐가 발생하면 열대우림이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있게 되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키기도 합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엘니뇨와 라니냐가 지구온난화를 증폭시키지는 않습니다.

 

 

2015년 엘니뇨 당시(9월 27일) 인도네시아 지역을 촬영한 인공위성 사진. 다수의 산불이 발생하여 거대한 스모그가 육지를 뒤덮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출처: earthobservatory.nasa.gov)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엘니뇨와 라니냐가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해서 지구온난화가 더 심각해지지는 않습니다. 다만 반대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될수록 엘니뇨와 관련된 피해는 더 증폭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2017년에 제가 출판한 논문2)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미래엔 토양수분이 고갈되면서 사막화가 일어나고 엘니뇨가 동반하는 열파현상3)이 증폭되어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이 현저하게 감소한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지구온난화가 더 심각해지면 엘니뇨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아마존·동남아시아·호주 등 많은 지역에서 더 강한 열파와 식생 활동 감소가 나타납니다. 최근 들어 빈번해지는 숲의 집단 고사와 산불을 고려하면 더욱더 그렇습니다. 숲이 다시 제 기능을 회복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질수록 열대우림이 황폐해질 것이라는 경고는 논문에도 기재되었습니다. 물론 아직 발생하지 않은 ‘지구온난화가 심각해졌을 때’를 가정한 것이라 단언할 순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연구 결과를 처음 받아들었을 때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무기력한 물음에 잠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연구 결과가 그리는 미래가 너무나 암담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연구 결과는 여러 번의 평가와 심사를 거쳐 게재되었습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야겠다는 사명감이 제게 생겼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산불 연구도 진행한 적이 있는데 자연적인 산불보다는 불을 놓아 숲을 태우고 팜유(야자수 오일) 생산 농지를 만들다가 불이 번져서 발생하는 산불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도 지구온난화를 부추기는 주체가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이라는 사실을 드러냅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많은 단체, 국가에서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얼마 전 우리 정부에서도 2050년 탄소 중립4)을 목표로 한다고 선언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 전문 분야인 일반 기후 현상에 관해서만 설명하고 있지만, 독자 여러분들은 관련 정책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목소리를 내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 어떤 지역의 현상과 이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나타나는 현상이 서로 관계를 갖는 특성을 말한다. 가장 대표적인 원격상관 현상은 열대 동태평양 타히티 섬과 서태평양 호주 다윈 섬의 지상기압 사이에 발생하는 시소 형태의 대규모 기압 변동인 남방진동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기상학백과)

2. 김진수, 국종성, 정수종, Intensification of terrestrial carbon cycle related to El Niño–Southern Oscillation under greenhouse warming, Nature Communications volume 8, Article number: 1674, 2017.

3. 여름철에 간헐적으로 나타나 수일 또는 수주간 계속되는 이상고온현상

4. 배출한 온실가스만큼 흡수하도록 해서 실질적인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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