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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2. 코로나와 이산화탄소 배출량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2. 18.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졌습니다. 우리의 일상 행동 하나하나에 이산화탄소 배출이 따르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그랬습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이산화탄소 배출 현황은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코로나 이후 7% 감소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2020년 전 세계 화석 연료 및 산업 분야에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양은 2019년 대비 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친 영향 때문입니다.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lobal Carbon Project)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340억 톤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었습니다.

 

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그래프(출처: Global Carbon Project)


이는 2019년에 비해 24억 톤이 감소한 양이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큰 이산화탄소 감소량으로 경제 공황이나 침체 때보다도 큰 감소폭입니다. 그런데 경제성장 둔화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줄어들긴 했지만, 대기에 축적된 이산화탄소 농도는 여전히 줄지 않고 있습니다.

2019년 5월 이산화탄소 농도는 414.7ppm이었는데, 2020년 5월에는 417.1ppm으로 관측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봉쇄로 인한 교통량이 현저히 줄어들었던 작년 5월에 측정한 결과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2.4ppm이나 늘어난 것입니다. 또한 2019년 대비 7% 감소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0년의 배출량에 비하면 오히려 더 많은 양입니다.

2020년 탄소 배출량 감소 현황을 지역적으로 살펴보면, 미국이 12%, 유럽연합(EU)이 11%, 인도 9%, 중국 1.7%로 2019년 대비 감소했습니다. 중국의 경우 전 세계 어느 지역보다 일찍 봉쇄 조치에 들어갔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그다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배출 항목별로 살펴보면, ‘지상 운송’이 이산화탄소 총배출량의 약 20%를 차지하는데, 2020년 3월에서 5월 사이에는 이전에 비해 약 절반으로 감소했다고 추정되었습니다. 같은 기간 ‘항공 운송’으로 인한 배출량도 대폭 감소(약 75%)했습니다. 다만,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 중 항공 부문은 3% 미만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2019년 12월과 2020년 12월을 비교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지상 운송 부문은 10%, 항공 운송 부문은 40% 감소가 추정되며, 전체 배출량에서는 3% 정도만 감소하였다고 합니다. 즉, 12월 기준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코로나19 이전으로 되돌아간 셈입니다.



경제 변동에 따른 이산화탄소 배출량 변화


코로나19가 대유행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세밀화했고 지역별, 시기별로 다른 조치를 하며 방역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방역만 생각하면 가장 강도 높은 거리두기 단계로 격상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경제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제가 거주하고 있는 스위스의 인구는 우리나라 인구의 5분의 1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지난 겨울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 명 넘게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강도 높은 방역 수준을 유지하지는 못했습니다.

어느 나라든 정부는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결정할 때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저울질하게 됩니다. 방역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 대유행이 장기화하면서 사람들의 생계가 어려운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입니다. 유럽에서는 식당, 술집 등의 영업을 국가가 제한하자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시위도 많이 열렸습니다. 여러 국가가 코로나19로 인한 치명률이 연령대에 따라 다르다는 사실을 토대로, 사회적 거리두기 수준은 강화하되 경제적 피해는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방역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런 경제 변동은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직결됩니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제재로 2020년 이산화탄소 배출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감소는 구조적 감소가 아닌 강제적이고, 일시적인 행동 변화로 인한 감소이기 때문에 지속될 수 없습니다. 언제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갈 수 있으며, 이미 각국의 경제 부양책과 함께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


코로나19로 암울한 상황 속에서도 여러 가지 배운 것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일상’의 소중함을 가장 먼저 꼽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강제로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각국 정부가 방역과 경제를 놓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후변화를 막는 일 역시 경제적 이유로 쉽게 결단하지 못하리라 예상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당장 사망자 증가와 의료 붕괴 같은 가시적인 피해가 나타남에도 불구하고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저울질을 계속하며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 증가, 생물 종 다양성 파괴 등의 문제는 당장 피부로 와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때문에 경제적 손해를 자처하면서까지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대하기란 더욱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다시 생각해봐야 하는 것은 코로나19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런 재난이지만, 기후변화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그리고 미래에 곧 다가올 재난이라는 점입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경제적 손해를 얼마나 감수해야 할지 결정하는 일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자!’라는 구호만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시스템을 바꿔야 합니다.

오늘날 탄소 자본주의 체제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든지 이윤 획득을 위한 생산과 소비가 최우선으로 고려됩니다. 소비가 있기에 생산이 있고, 생산하면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만약 휘발유 차량과 디젤(경유) 차량의 가격이 같다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유류비가 더 저렴한 디젤 차량을 선택할 것입니다. 여기서 미세먼지를 제외하고 이산화탄소 관점에서만 보자면, 휘발유 차량이 디젤 차량보다 이산화탄소를 30%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합니다. 독자 여러분은 이산화탄소를 덜 배출하기 위해 돈을 더 지불할 용의가 있으신지요?

저희 가족은 얼마 전 이사를 하면서 전기공급업체로부터 전기 요금제를 선택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생산된 전기를 사용하는 요금제를 선택하면 더 많은 전기요금을 내야 하고, 석탄과 천연가스 같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발생하는 요금제를 선택하면 더 적은 전기요금을 내야 하는데 어느 쪽을 택하겠냐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선택권을 줬을 때, 같은 양의 전기를 사용하면서 이산화탄소를 줄이고자 개인의 지갑을 더 여는 것이 모든 사람에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물론 탄소세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산업화한 대다수 국가가 화석연료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습니다. 탄소세 실시는 국민 경제에 부담을 주기 때문에 실제로 실시하는 국가는 북유럽 일부 국가뿐입니다.

다음 호에서는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 결의안’과 ‘2050년 탄소중립 정책’에 관해 생각해보고자 합니다.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글 |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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