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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2. 승리호: 공정과 노력을 넘어서 공존으로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2. 24.

 

SF/한국/2021.02.05. 개봉 /136분/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  조성희
연 : 송중기(김태호), 김태리(장선장, 장현숙), 진선규(타이거 박, 박경수), 유해진(업동이), 리차드 아미티지(설리반), 박예린(강꽃님)

 

한 세기 전 헨리 조지는 뉴욕의 한 거리에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 “사회가 이렇게 발전하는데 왜 거지들과 부랑자들인 넘칠까?” 그가 질문했던 19세기 말은 진보와 발전의 시대였다. 미국은 정치적 발전을 이루어 공화국을 이루었고, 이어 노예 해방을 이루었다. 법 앞에서 누구나 평등한 권리를 가지게 되었다.

 

산업은 발전하여 대륙을 가로질러 증기 기관차가 다녔고, 공장들이 들어섰다. 높은 빌딩들이 세워지고, 서부에서는 황금이 발견되었다. 헨리 조지의 말처럼, 18세기의 사람들이 도무지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시대가 신대륙에서 발전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진보해 나가는 기술의 시대에 가난과 궁핍은 더욱 심하게 되었을까? 헨리 조지는 의문에 쌓일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바야흐로 21세기를 살고 있다. 헨리 조지의 말을 차용하자면, 20세기 사람들이 상상하지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 손에는 휴대폰이 주어져 있고, 우리의 거리들에는 전기차, 수소차들이 운행하고 있으며, 게다가 자율주행이 실현되고 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인류가 우주여행을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엘론 머스크는 화성에 유인 우주선을 보내고자 시도하며, 제프 베조스는 유인 우주여행을 사업화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조성희 감독의 신작 [승리호]는 그다지 낯설지 않다. 그가 그린 2092년에는 인류가 대기권 밖 우주공간에 거대한 도시를 건설한다. 이른바 UTS(utopia above the sky)라는 새로운 우주 주거지다. 설리반 회장이 이끄는 신 인류 거주 프로젝트로서 완벽한 지구 환경을 조성하여 인류를 거주하게 한다. 현재의 과학 기술 능력으로 충분히 실현 가능할 것 같은 상상이다.

 

문제는 UTS에 입주할 수 있는 인류는 고작 5%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연히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그들과 달리 95%의 인류는 폐허로 변한 지구에서 방독면을 쓴 채로 열악한 환경에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그들은 UTS에 입주하기 위해 악착 같이 돈을 벌고자 경쟁한다.

 

 

서기 2092년의 UTS는 또 한 가지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는데, 바로 우주 쓰레기 문제다. UTS 거주자들에게서 나오는 쓰레기는 쓰레기 하치 위성 1호에 저장되고 있다. 대기권을 돌고 있는 고장 난 위성과 우주선들도 이 곳에 집하된다. 우리의 주인공 태호 일행은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이른바 우주 청소부며,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 청소선이다.

 

조성희 감독이 그린 21세기는 사실 디스토피아다. 인류의 5%만이 행복을 누리는 반면, 대부분의 인류는 어둡고 암울한 지구와 쓰레기 위성 주변에서 거주해야 한다. 게다가 정말 중요한 일인 우주 청소부들의 작업 환경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우선 이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어야 한다. 각 국의 우주 청소선과 청소부들이 앞 다투어 우주선이나 위성을 수거하고자 다툰다. 그들이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1차 경쟁에서 쓰레기를 쟁취한 자들은 2차 압박에 시달린다. 우선 쓰레기 수거비용이 터무니없이 낮다. 그들이 받은 돈은 우선 고가의 생필품과 식료품 구입에 대부분 들어가고, 이어 청소선 수리에 들어간다. 게다가 승리호의 선원들은 소위 우주선 구입에 들어간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 극 중 장선장이 하는 말처럼, 아무리 일을 해도 생활이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게 가난의 굴레는 미래에도 서민들의 발목을 사로잡는다.

 

승리호의 선원들이 가난의 구조를 벗어날 수 없는 이유는 소위 UTS를 운용하는 설리반 회장의 독점 때문이다. UTS 안에서만 식료품이 생산되기에 그들은 비싼 가격을 주고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우주 쓰레기는 한정되어 있는데다 용역선을 많기에 최저 가격이 형성될 수 밖에 없다. 설리반의 독점 구조 안에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삶의 굴레다.

 

 

다시 헨리 조지에게로 돌아가 보자. 뉴욕 한 거리에서의 충격적 목격 아래 고민을 거듭하던 그는 이 구조적 가난의 이유를 발견해 낸다. 그것은 곧 거대 지주들과 자본가들의 독점구조가 낳은 병폐에 기인한다. 도시의 주요 땅을 선점한 지주들은 고가의 지대를 받고, 자본가들은 고가의 이자를 챙긴다. 경쟁에 내몰린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낮은 임금을 받고 취업을 해야 한다. 그러나 낮은 임금은 곧 고가의 집세와 생필품 구입 등으로 소진되고 가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 그래서 헨리 조지는 토지에 지대세를 매겨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고 외쳤다.

 

현대의 노동자들도 다를 바 없다. 아무리 일을 해도 돈이 모이지 않는다. 집 값이 천정부지로 솟고, 각종 지출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임금은 거의 고정인 반면 각종 비용은 오른다. 자동차, 교육비, 각종 공과금, 식비 등을 내면 남는 게 없다. 소위 워킹 푸어(working poor)로 전락하고 만다. 게다가 고가의 주택 구입 등으로 인해 하우스 푸어(house poor)가 되는 이중고에 노출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현대인들의 자화상이다.

 

승리호의 선원들은 소위 설리반 회장의 비밀 병기 꽃님을 버려진 우주선에서 발견한다. 설리반 회장은 꽃님과 함께 쓰레기 위성을 지구로 보내는 동시에 폭발시킴으로 우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승리호의 선원들이 설리반의 제안을 받아들여 꽃님을 인수하면 그들은 큰돈을 거머쥠과 동시에 UTS의 거주자가 될 수 있다. 반면 95%의 지구인들은 더욱 악화된 환경에서 죽어나가야 한다. 설리반 회장의 달콤한 유혹은 이들에게 충분히 감미롭다. 게다가 설리반과 UTS는 끊임없이 새로운 거주자를 모집하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노력하면 당신도 UTS의 시민이 될 수 있다.

 

설리반 회장의 제안, 그리고 UTS의 운영 방식은 철저히 진화론적이다. 무한경쟁 적자생존의 제로섬 게임에 불과하다. 누구나 UTS의 시민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하지만, 구조적으로 인류의 5%만이 거주할 수 있다. 누구나 될 수 있다는 설리반의 광고는 하얀 거짓말이다. 동일한 출발선에서 열심히 달려가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과 같다. 아무리 열심히 달려도 어차피 1등은 한 명뿐이다.

 

하버드의 정치학자 마이클 J. 샌델은 이러한 구조적 모순을 지적하며 경고한다. 그는 미국식 성공주의, 아메리칸드림의 이면을 고발한다. 누구나 노력하면 아이비리그의 학교에 진학할 수 있고, 또한 그 학교들을 졸업하면 고액 연봉을 받으며 상류층의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하는 현 시스템은 구조적 모순이라고 비판한다. 맞다. 누구나 노력한다고 가능한 것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단 1%만이 가능하다. 나머지는 어떻든지 간에 실패자가 되고 낙오자가 된다. 그러나 그들, 1%의 승리자들은 누구나에게 공평한 기회가 주어졌고, 자신들은 그 기회를 잡았기에 큰 보상을 받아도 된다고 말하지만 언어도단이며 거대한 속임수다.

 

 

승리호의 선원들이 선택한 것처럼, 우리는 공존을 꿈꾸며 시도해야 한다. 지구를 황폐에 버려둔 채 UTS를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 환경을 살리는 일에 힘을 써야 한다. 5%의 인류가 되기 위해 무한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95%의 인류가 공존하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일찍이 헨리 조지가 외친 선지자적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샌델의 주장에 응답해야 한다.

 

우리의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한 세기 후 승리호의 시대가 펼쳐진 들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일 뿐이다. 인류가 화성에 거주하고, 새로운 행성에 이주한다고 한 들 극 소수자들을 위한 특혜에 불과하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하다. 저 우주 공간에 신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이 아닌, 이 땅을 인류 공존의 청정구역으로 만들어가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새 하늘과 새 땅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는 것이며, 이 땅을 새롭게 하는 것임을 반드시 기억하자. 그것이 우리의 미래며 우리의 유토피아다.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부터 김양현 목사님의 "SF영화와 기독교"가 연재됩니다. 신앙과 영화의 통섭을 꿈꾸는 김양현 목사님께서 SF영화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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