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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특별기고] 기도하면 바이러스가 사라지는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3. 12.

 

기도하면 바이러스가 사라지는가?

 

 

수개월에 걸친 팬데믹을 경험하며, 신앙인이라면 누구나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해결해 주시기를 기도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기도하지만, 코로나 19는 확산을 멈추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8월 말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코로나 19가 재확산 되기도 했다. 10월 현재 여전히 교회는 코로나 확산의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렇다면 기도하면 바이러스가 사라지는 기적이 일어날까? 자연법칙에 절대적 권위를 부여하는 무신론 과학주의자들은 기적 이야기들이 허구이며, 자연법칙이 왜곡되는 기적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과학신학자들은 하나님께서 자연법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도 자연 세계에 강하게 역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성경에는 하나님께서 피조물과 소통하시려는 모습이 잘 드러나 있고, 무엇보다 종말의 때에 있을 새로운 창조를 위해 온 피조물을 이끌어 가시는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지금의 과학도 우주가 닫힌 세계가 아니라, 의식을 지닌 인간이 등장하기까지 계속해서 변화되는 열린 세계임을 말하고 있다.

 

성경에서의 기적은 문자적 의미를 초월해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일들을 증언한다. 그런데 간혹 성경을 과학교과서로 보며 과학을 이용해 문자적으로 증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하나님을 자연법칙 안에 갇혀 계시는 분으로 간주하는 안타까움을 보인다. 하나님은 자연법칙 안에 갇혀 계시는 분도 아니고, 자연법칙을 전적으로 무시하는 분도 아니다. 자연법칙을 따르되, 그것을 초월하여 역사하는 분, 즉 자연법칙이 다 설명할 수 없는 크고 놀라운 일들을 행하는 분이시다.

 


 

하나님의 감동으로 기록된 성경을, 인간의 사고에 한정시켜 해석하면 안 된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문법에 근거했지만, 문법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감동을 주는 것처럼, 하나님의 사역은 자연법칙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자연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놀라운 감동을 준다. 따라서 기적은 자연 과학과 모순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 과학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고 있다. 예를 들면, 떨어지는 사과를 손으로 잡으면, 사과는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 여기에는 중력이라는 자연 법칙을 어긴 기적이 발생한 것이 아니라, 사과를 잡아당기는 중력보다 큰 손의 힘이 작용해 발생한 지극히 자연적인 일이다. 마찬가지로 예수께서 물 위를 걸으신 사건도, 오병이어 사건도 자연 법칙에 어긋난 사건이라기보다, 우주 만물의 원리를 주관하시는 분의 더 큰 힘이 작용했을 뿐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하나님은 자연 법칙을 어기지 않고 강하게 이 땅에 역사하신다고 볼 수 있으며, 바이러스도 하나님께서 인간의 신음을 듣고 없애기도 작정하신다면 충분히 그렇게 하실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팬데믹의 상황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정확히 알지 못한다. 바울은 우리가 마땅히 기도할 바를 알지 못하기에, 성령께서 우리를 위해 탄식함으로 친히 간구해 주신다고 말한다(롬 8:26). 모든 피조물이 함께 탄식하며 고통을 겪고 있음에도, 바울은 그들이 구해야 할 바가 무엇인지 정확히 모른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이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성령께서 피조물을 위해 친히 간구해 주시기 때문이다.

 

현재 코로나 19로 인해 수많은 사람이 고통 중에 신음하고 있다. 이 바이러스가 동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미 지구는 오래전부터 신음하고 있었다. 코로나바이러스만 없어지면 온 피조물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그랬다면 하나님은 우리의 기도를 들으시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코로나바이러스를 제거하셨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코로나 19로 멈춰선 하늘길과 공장 탓에 인해 공기가 맑아지고 자연이 회복되고 있음이 보고되고 있다. 최재천은 코로나 19의 원인을 생태계를 교란시킨 인간이라고 규정한다. 동물이 원래 밤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피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하고, 인간이 이동을 멈추니 도심에 늑대와 퓨마 같은 야생 동물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따라서 인간만의 하나님이 아닌, 전 우주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시는 하나님께서 어떤 선택을 하실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리의 기도와 다른 방식으로 하나님께서 이 상황을 이끌고 가신다고 해서 기도가 응답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온 우주를 통치하시는 하나님께서 전적인 주권을 갖고 계시지만, 우리는 여전히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해야 한다. 쉽게 응답되지 않는 것 같은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구해야 하는가? 다행히도 기도할 때, 성령께서 친히 우리를 위해 간구해 주시기 때문에, 기도의 내용이 크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겸손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는 것이다. 우리가 겸손히 주님의 뜻을 구할 때, 우리가 변해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사람으로 거듭나 앞으로는 바이러스로부터 고통당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도 있다. 물론 하나님께서 직접 바이러스를 제거해 주실 수도 있다. 기억해야 할 것은, 하나님은 인간의 하나님을 넘어 온 우주의 하나님이시고, 하나님은 스스로 만드신 자연법칙을 통해, 때로는 그 법칙을 초월해 역사하시는 창조주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글 | 장재호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 조직신학(Ph.D), 현 감리교신학대학교 종교철학과 교수

 

 

 

 

이 글은 2020 감신대 포럼 "코로나 시대의 신학적 성찰"에서 장재호 교수님이 발표한 글 "바이러스도 하나님께서 만드셨는가?: 과학신학의 관점에서 본 바이러스의 출현과 신정론" 일부를 편집했습니다.
원문은 아래 링크에서 다운 받을 수 있습니다. 
bit.ly/2N3sb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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