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3. 기후위기 비상상황,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3. 15.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날 파리기후변화협약 재가입 절차를 밟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2021년 1월부터 적용되는 기후체제로, 2020년 만료 예정인 교토의정서 이후의 기후변화 대응을 담은 국제협약입니다.

 

이 협약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2°C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고, ‘1.5°C 이하로 제한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이번 바이든 행정부의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강행한 협약 탈퇴를 번복한 것입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에 사실상 뒤로 미뤄진 탄소 저감, 에너지 전환 정책이 다시 전면에 등장했음을 의미합니다.

 

세계의 산업, 경제, 사회가 기후위기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한 부양책으로 많은 자금이 시장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이를 탈탄소 사회를 향한 인프라 구축에 이용하려는 새로운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의 노력에 관해 소개하겠습니다.

 



한국형 그린뉴딜?


그린뉴딜(Green New Deal)이란 기후변화와 경제적 문제를 아울러 해결하기 위해 제시하는 정책입니다. 그린뉴딜은 그린(green)과 1930년대 미국이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하여 추진한 경제정책인 뉴딜(New Deal)의 합성어로, 친환경 기반 산업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대규모 투자로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도모하는 정책을 의미합니다.

 

그린뉴딜의 세 가지 핵심원칙은 기후변화 대응, 일자리 창출, 불평등 해소입니다. 기존 화석연료 중심의 산업구조를 친환경에너지로 대체해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산업구조를 재정립하며, 그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를 대거 창출해 기후변화, 환경오염에 취약한 계층의 상황 개선을 골자로 합니다.

 

우리나라 정부는 2020년 7월 한국형 뉴딜을 발표하며 그린뉴딜, 디지털뉴딜, 안전망 강화 계획을 내놓았습니다. 그린뉴딜에는 2025년까지 73조 5,000억 원을 투입하여 일자리 65만 9,000개 창출, 공공시설 제로에너지화, 녹색 생태계 회복, 신재생에너지 확산, 그린모빌리티 확대, 녹색산업 혁신, 녹색 기술개발 등의 세부사항이 포함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2025년까지 태양광·풍력 발전용량을 2019년 대비 3배 이상 확충하기로 하는 등 각각의 세부사항에 구체적인 목표가 설정되어 있습니다.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

 

한국형 그린뉴딜이 많은 목표를 담고 있지만, 정부는 그동안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안건을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국회가 2020년 9월 24일 기후변화를 ‘기후위기’로 공식 규정하고 2050년까지 탄소 순배출 제로1를 목표로 하는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해당 결의안에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권고(2010년 대비 최소 45% 감축)에 부합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결의안 통과를 넘어서 실제적 조치를 추진하는 체계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결의안은 국회 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를 설치해 국회가 예산을 편성하거나 법제도를 개편해나갈 것을 요구합니다. 또, 에너지 전환 등으로 발생하는 부작용과 비용이 사회적 약자, 노동자, 중소상공인, 지역사회에 전가되지 않도록 ‘정의로운 전환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여기에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빠른 산업 전환이 필요하지만, 화석연료에 종사했던 근로자들이 소외되는 일을 막고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함께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겨있습니다.


하지만 이 결의안은 이행 강제력이 없습니다. 법안도 아닐뿐더러 이행 여부는 정부에서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국회가 세계에서 16번째로 기후변화가 기후위기 상황임을 선언하고 정부에 변화를 촉구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한 대목입니다. 지난해 2월 정부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최대 75%까지만 감축하자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정부가 탄소중립을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국회가 여기에 제동을 걸고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국제 수준에 맞추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아쉬운 점은 구체적인 감축 목표를 명시하지 못한 부분입니다. 국회 내에서 ‘2030년 감축 목표 50% 명시’라는 요구가 있었는데 ‘기존 정책과의 충돌’을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있어 구체적인 수치는 누락했습니다.


파리협약 당시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총장은 “2030년까지 글로벌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는 목표는 우리가 달성해야 할 절대적인 최소한이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이지 못하면, 2050년까지 탄소배출 순제로 목표는 거의 달성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습니다.

 

 

2050년 탄소중립 선언


국회에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28일 시정연설을 통해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탄소중립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민·관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칭)를 설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는 탄소중립위원회에 컨트롤타워 구실을 맡겨 여러 부처·기구에 흩어져 있던 정책을 속도감 있게 처리하겠다는 것입니다.


올해에는 구체적인 계획과 법적 기반을 마련하여 탄소중립을 위한 감축 시나리오를 만들고,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도 상향한다고 합니다.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제라도 발 빠르게 움직여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길 바랍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겠다고 표명했지만 한 번도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못했습니다. 이는 구체적인 법·제도적 장치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탄소중립 선언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2050년 이후의 미래는 향후 10년 이내에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려있습니다. 따라서 정부가 2030년 감축 목표 및 관련 이행사항을 발표할 올해가 매우 중요합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기후위기’ 시대의 프로테스탄트가 되어 우리 사회가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현 상황을 ‘기후위기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스스로 행동해야만 지속가능한 삶과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습니다.

 

1.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고도 부르는 이 표현은 인간이 화석연료 등을 통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최대한 줄이고, 배출하는 만큼을 삼림을 통한 자연흡수 등의 방법으로 상쇄해 실질적인 배출량을 '0'인 상태로 만드는 것을 가리킨다.

 


 

글 |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