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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3. 저스티스 리그: 누가 진정한 영웅인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4. 7.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Zack Snyder's Justice League, 2021

액션/어드벤처/판타지/SF/미국/12세 이상 관람가/242분

 

감독 : 잭 스나이더

주연 : 헨리 카빌(슈퍼맨/클라크 켄트), 벤 애플랙(배트맨/브루스 웨인), 갤 가돗(원더우먼/다이아나 프린스), 제이슨 모모아(아쿠아맨/아서 커리), 애즈라 밀러(플래시/배리 앨런), 레이 피셔(사이보그/빅터 스톤)

 


 

미국의 인류학자 클리포드 기어츠(Clifford Geertz)는 신화를 두 가지 방식으로 해석하였다. 그에 따르면 신화는 현실의 반영(model of reality)이자 동시에 현실의 지향(model for reality)이다. 그리스-로마 신화를 보면 신들의 삶이 인간의 삶과 동떨어져 있지 않다. 신들도 먹고, 자고, 사랑하고, 질투하고 그리고 전쟁을 한다. 그러나 신들의 세계가 인간의 것과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인간의 힘과 능력을 넘어섬에 있다. 신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다. 결국, 신화는 달리 보면 인간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열망의 투사다.

 

21세기의 신화는 스크린 속에서 재현된다. 전지전능한 감독의 손에서 영웅들과 신들이 창조되고, 그들은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다. 오늘날 영화는 지난날의 신화의 재구성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화 속 등장인물들은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며, 인류를 구원하며,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다.

 

잭 스나이더 감독이 잊혀 가던 영웅들을 스크린으로 소환하였다.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Justice League)다. 배트맨,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사이보그 그리고 슈퍼맨이다. 이른 바 D.C. 코믹스의 대반격이다. 지난 10여 년 간 D.C. 코믹스의 히어로들은 마블에게 자리를 내 준 채 구경꾼 노릇을 했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스파이더 맨, 토르에게 지구의 수호자 역할을 내주었다. 그러나 마블의 영웅들이 잠시 숨 고르는 틈을 잭 스나이더가 파고들었다.

 

그런데 잭 스나이더의 영웅들은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과거의 영웅들은 홀로 악당들을 상대할 수 있었다.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 등은 자신의 힘만으로도 충분히 악당들을 내몰고 지구와 인류를 지킬 수 있었다. 그러나 소위 빌런인 다크사이드의 힘이 막강해졌고, 그의 수하인 스테픈울프는 마더박스를 손에 넣기 위해 행성 10만 개를 파괴하고 마침내 지구에 도착했다. 전작인 저스티스의 시작에서 슈퍼맨이 둠스데이와의 전투 장면에서 목숨을 잃은 채 끝이 났다. 배트맨은 스테픈울프의 힘에 저항하기 위해 영웅들을 불러 모은다.

 

 

영화의 핵심 줄거리는 단순하다. 다크사이드는 스테픈울프를 지구로 보내어 숨겨진 마더박스를 회수하려 한다. 마더박스는 세 곳에 숨겨져 있다. 원더우먼의 나라인 아마존 전사들이 하나를 지키고, 아쿠아맨의 나라인 수중 제국이 하나, 그리고 마지막은 슈퍼맨의 우주선을 연구 중인 사일러스 스톤 박사가 보관 중이다. 스톤 박사는 아들인 빅터 스톤을 사이보그 인간으로 되살리고 그에게 마더 박스를 지키라고 당부한다.

 

스테픈울프는 아마존을 치고, 이어 수중제국을 쳐서 마더박스 두 개를 모았고, 마지막으로 인간계에 숨겨져 있는 마더박스를 빼앗기 위해 총공세를 퍼붓고, 배트맨은 원더우먼, 아쿠아맨, 플래시, 그리고 사이보그를 모아 이에 맞선다. 그러나 스테픈울프의 힘이 예상보다 막강했기에 배트맨은 최후의 수단으로 마더박스를 이용해 죽은 슈퍼맨을 되살리려 한다.

 

이 단순한 이야기에서 우리는 몇 가지 D.C. 유니버스의 철학을 발견해 보려 한다. 우선 무엇보다 슈퍼맨으로 상징되는 초인간의 등장이다. 사실 이 초인간은 일찍이 니체가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주장한 내용이다. 독일어로 위버멘쉬(Ubermensch)인 초인은 니체의 핵심 인간상이다. 물론 니체는 초인에 대해서 말하기를, 초능력을 가진 슈퍼맨이라기보다는, 인간성 그 자체를 초월한 인간으로 말했다. 자기 욕망, 자기 한계, 자아를 극복한 궁극적 인간상으로 그는 초인(위버멘쉬)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니체를 사랑했던 정치인 아돌프 히틀러는 감옥에 있는 동안 그의 책을 탐독하고 이어 자기만의 초인 사상을 재정립했다. 그는 보통 인간의 수준을 뛰어넘는 초인간, 즉 슈퍼맨으로서의 구원자로서 자신을 상정했다. 그리고 그는 게르만 민족의 위대함을 주장하면서 제3제국의 총통이 되었고, 허버트 스펜서 등의 사상을 융합해서 우수한 게르만 민족이 통치하는 전 세계적인 나라를 이룩하고자 했다. 물론 자신은 그 위대함을 이룩하는 초인이었다.

 

이후 초인(위버멘쉬)는 주요 만화, 영화의 캐릭터로 계속해서 등장한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냉정시대에는 슈퍼맨이 필요했다. 미국의 양대산맥인 D.C. 코믹스와 마블은 자신들만의 슈퍼맨들을 창조해내었고, 그들은 이른바 인류의 구원자로 자리매김했다. 슈퍼맨은 인류의 구원자였다.

 

이번 잭 스나이더 컷에서 특이한 점은 죽었던 슈퍼맨의 부활이다. 배트맨과 멤버들은 마더박스를 이용해서 슈퍼맨을 되살린다. 죽었던 슈퍼맨은 돌아왔고, 그는 악당 스테픈울프에 맞서 승리를 거둔다. 스테픈울프는 패배했으나 암흑의 절대자인 다크사이드는 사라지지 않고 또 다른 빌런의 출현을 예고한다.

 

 

얼핏 보면 D.C.의 세계관은 성경적 가치와 통하는 듯하다. 외부세계에서 온 초인으로서의 구원자, 그리고 절대악에 맞서 싸우면서 인류를 구한다. 게다가 슈퍼맨은 부활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경적 가치와 맞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우선 우리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는 슈퍼맨이나 원더우먼처럼 외부세계 어딘가에서 오시지 않았다. 그분은 하늘의 영역에서 땅의 영역으로 오셨다. 예수 그리스도는 악당들에 맞서 싸우신 것이 아니라, 악 그 자체와 싸우셨다. 그분은 선으로 악을 이기셨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자신을 희생물로 주시는 방식으로 악에 맞서 싸우셨다. 슈퍼맨처럼 악당과 싸우다가 죽음을 맞이한 것이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를 스스로 지셨다. 또한, 르네 지라르가 통찰한 바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서 악의 실체를 폭로하시고, 악에 맞서 싸우심으로 악의 연결고리를 끊으셨다. 그분은 악 그 자체를 자신의 몸으로 온전히 받아들임으로 악 그 자체를 없애시고, 죽음 그 자체를 죽이시고, 사망 그 자체를 없애셨다. 그분은 악당이라는 구체적 개인이 아닌, 악 그 자체와 싸우셨다. 이것이 결정적 차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결정적 승리는 더 힘이 센 새로운 악당의 존재를 파생하지 않는다. D.C. 의 악당들은 끊임없이 나타나고, 더 강력하게 나타난다. 그러므로 영웅들도 더 강력해져야 하고 더 많아져야 한다. 점점 대결 구도가 강력해지고 끝이 없는 대립과 싸움의 연장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궁극적 승리를 얻으셨고, 빌런은 그분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한다.

 

또 하나 D.C.의 세계관과 성경의 결정적 차이는 일반 인간들의 가치에 있다. D.C.의 세계에서는 일반 인간들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그들은 악당들의 공격에 무기력하고 아무런 힘을 쓰지도 못한다. 오직 영웅들만이 악당에 맞서 싸울 뿐, 일반 인간은 수혜자들일 뿐이다. 반면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비움(kenosis)을 통해 구원을 이루셨고, 자기 백성을 신의 성품에 참여하는 자(theosis)로 만드신다. “하나님의 아들이 사람의 아들로 오셔서, 사람의 아들들을 하나님의 아들들로 만드셨다.”(아타나시우스) 그러므로 이제 사람의 아들인 우리는 악에 맞서 싸우고, 궁극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성경적 영웅은 초인간이 아니라, 평범하나 비범한 개인들이다. 가정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아이들을 정성껏 돌보며 양육하는 모든 이들이 원더우먼이고, 슈퍼맨이다. 정직하게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는 직장인이 배트맨이며 아쿠아맨이다. 영웅은 큰 힘을 가진 어떤 이가 아니라, 악에 맞서 싸우는 자들이다. 이들이 세상을 구원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해간다. 오늘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은 바로 당신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부터 김양현 목사님의 "SF영화와 기독교"가 연재됩니다. 신앙과 영화의 통섭을 꿈꾸는 김양현 목사님께서 SF영화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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