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4. 애드 아스트라: 별 너머에서 신을 찾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5. 3.

 

애드 아스트라 Ad Astra, 2019

SF 스릴러 / 브라질 , 미국 / 123분 / 2019. 09. 19 개봉
감독 : 제임스 그레이
출연 : 브래드 피트(로이 맥브라이드), 토미 리 존스(클리포드 맥브라이드), 리브 타일러(이브 맥브라이드), 도널드 서덜랜드(프루이트 대령)

 

 

1961년 인류 역사상 최초로 우주 유영에 성공한 사람은 러시아 우주비행사 유리 가가린입니다. 그는 대기권 밖 우주 공간에 이르렀을 때 ‘신은 없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습니다. 그런데 그는 ‘전제의 오류’에 빠졌습니다. 가가린은 신이 지구 밖 우주 공간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생각했고, 천국은 거기에 있다고 여긴 것 같습니다. 기실 이런 생각은 기독교인 가운데서도 많이들 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들은 창세기 1장 1절을 오해한 데서 기인합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하늘과 땅)를 창조하시니라’라는 문장에서 하늘을 대기권으로 오해한 것에서 이러한 결과가 도출된 것입니다. 하늘과 땅을 지구로 한정하고, 눈에 보이는 실체로 착각했으니 그러한 말이 나왔습니다.

 

이들의 생각과 달리 성경이 실제로 말하는 바는 전혀 다릅니다. 성경이 ‘하늘(들)’이라고 할 때 그것은 대기권을 말하지 않습니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역, 비가시적 영역, 곧 하나님의 차원을 말합니다. 또한, 성경이 말하는 ‘땅’은 우리의 존재 공간인 지구, 즉 3차원의 세계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성경이 말하는 ‘땅’이 곧 우리가 흔히 말하는 ‘하늘과 땅’을 포함합니다. 예수님께서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이 땅에서 이루어지게 해 달라고 기도하라고 하신 것은, 하나님의 차원에서 선취된 것이 우리 인간의 차원에 펼쳐지게 해 달라는 요청입니다. 전제가 잘 못 되면 결과가 엉터리로 나옵니다.

 


 

브래드 피트 주연의 영화 [애드 아스트라]도 이러한 전제의 오류에 빠진 한 사람을 포커싱합니다. 주인공 로이 맥브라이드는 공군 소령으로 우주 비행사입니다. 그는 대기권으로 이어진 탑에서 작업하던 중 알 수 없는 전파장으로 인해 지구로 추락하게 되지만 기적적으로 목숨을 구하게 됩니다. 그는 비밀리에 우주사령부로 소환되고 사건의 전말을 듣게 됩니다. 그가 경험한 사고는 소위 ‘써지’ 상태로 우주 공간에서 전류가 급증하여 발생하였으며, 이는 지구 전체를 파괴할 가공할 위력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써지’ 현상의 발원지는 해왕성 근처에 있는 우주 기지며, 거기에 로이의 아버지인 클리포드가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로이의 아버지 클리포드 맥브라이드는 오래전 ‘리마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우주 비행사였고, 그는 임무 수행 중 죽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로이는 비밀리에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임무를 받아들입니다. 그의 임무는 해왕성으로 비행하여 그의 아버지 클리포드를 설득하여 ‘써지’ 현상을 멈추게 하는 일입니다. 죽은 줄 알았던 아버지가 살아 있다는 사실에 대한 설렘과 동시에 아버지의 미션을 중지해야 한다는 임무 사이에서 로이는 머나먼 해왕성으로의 여정에 오르게 됩니다.

 

 

로이의 여정을 다 설명할 수는 없고 두 가지 사건은 말해야겠습니다. 그는 달에서 화성 기지로 가고 거기서 해왕성으로 가는 우주선에 승선합니다. 해왕성으로 가는 도중 난파된 우주선으로부터 응급 구조 신호를 받게 됩니다. 로이는 무시하고 우리 임무에 충실하자고 하지만, 선장은 구조의 의무에 대해 말하면서 난파선으로 향합니다. 그러나 난파선에서 그들이 만난 것은 실험용 원숭이들입니다. 폭동을 일으킨 유인원들이 비행사들과 과학자들을 해치고 만 것입니다. 이 장면은 스탠리 큐브릭의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를 오마주 한 것입니다. 영화가 무엇을 지향하는지 보여주는 중요한 복선입니다.

 

구사일생 우주선으로 돌아온 로이는 직접 우주 비행선을 몰아 결국 해왕성에 이릅니다. 그리고 거기서 극적으로 아버지 클리포드와 조우합니다. 클리포드는 우주 공간에서 인류 외의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리마 프로젝트의 책임자입니다. 클리포드 일행이 태양계의 끝자락에서 발견한 것은 말 그대로 무(無), 아무것도 없음이었습니다. 클리포드는 리마 프로젝트는 실패라며 지구로 귀환하자는 부하들을 죽이고 끝까지 버티며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해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서 ‘써지’ 사태가 발생하고 무리한 전파가 태양계를 위험에 빠트리게 된 것입니다.

 

로이는 아버지를 설득합니다. 리마 프로젝트는 실패며, 지적 생명체는 존재하지 않으니 지구로 귀환하자는 것입니다. 자신은 이제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발견했는데, 그것은 존재하지 않은 미지의 세계에 집착하지 말고, 존재하는 인류,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살겠다는 것입니다.

 


 

[애드 아스트라]는 주인공 로이가 근원을 찾아가는 영화입니다. 그의 비행은 실상 자신의 내면을 찾는 것이며, 인류의 아버지를 찾는 여정입니다. 로이는 아버지 클리포드의 프로젝트를 실패한 것으로 받아들이는데, 그 말은 인류의 근원인 신을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간에 등장한 유인원 장면은 더욱 이러한 생각을 받쳐줍니다. 존재하지 않는 신에게 집착하지 말고 존재하는 인류에 집중하자는 것이 영화의 주 테마입니다.

 

그러나 주인공 로이는, 아니 감독 제임스 그레이는 ‘전제의 오류’에 빠져 잘못된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클리포드로 하여금 태양계 밖에서 지적 생명체, 즉 신을 찾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오류인 셈입니다. 그들은 창세기 1:1을 오해하였습니다. 창세기의 하늘은 3차원의 공간이 아닌 11차원의 우주를 넘어 영원의 차원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이해 가능한 3차원의 시공 어디에 존재하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차원 넘어 전 우주 영역을 감싸 안고 계시며, 우주 공간보다 더 크시기 때문입니다.

 

별 너머 우주공간에서 신을 찾으려는 시도는 실패를 전제하고 있을 뿐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별 너머에 계신 것이 아니라 별을 뛰어넘어 계시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시편 기자와 같이 ‘주의 손가락으로 만드신 주의 하늘과 주께서 베풀어 두신 달과 별들을 보며’ 하나님의 신비를 노래할 것입니다. 아브라함처럼 하늘의 별을 통해 그 언약을 묵상할 것입니다. 별을 향하여 갈 것이 아니라, 별을 넘어 하나님께로 갈 것입니다. 그게 우리의 신앙입니다.

 

그러나 이런 신앙으로 겸손하게 진리를 찾는 자를 말세에 볼 수 있을까요?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글을 인용함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자기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지식을 사용할 것이 아니라, 지식으로 진리를 찾아가는 과학의 여정을 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신념에 매달리는 사람은 바뀌기 힘들다.”

리언 페스팅거는 1956년 [예언이 빗나갈 때]에서 말한다.

“그들은 자기 의견에 반대한다는 말을 들으면 등을 돌린다.
사실이나 숫자를 제시받으면 출처를 의심한다.
논리에 호소하는 소리를 듣더라도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다.”

또한 미국 언론인 에즈라 클라인(Ezra Klein)은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린다.

“똑똑한 사람들은 정확한 대답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이 원하는 대답을 찾기 위해 지력을 사용한다.”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2021년 2월부터 김양현 목사님의 "SF영화와 기독교"가 연재됩니다. 신앙과 영화의 통섭을 꿈꾸는 김양현 목사님께서 SF영화를 통해 기독교 신앙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