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4. 지구온난화의 역설, 역대급 이상한파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5. 10.

 

 

지구온난화의 역설, 역대급 이상한파

 

겨울에도 기온이 영하권으로 잘 떨어지지 않는 미국 텍사스주에 이례적인 한파가 불어닥쳤습니다. 지난 2월 영하 20℃를 밑도는 역대 최고의 한파를 기록하며, 텍사스 주민들은 전기가 끊기고 식수와 음식이 부족해지는 등 큰 피해를 겪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지구의 기온이 오르고 있는데 이상한파가 발생한다는 점이 의아합니다. 한파 소식을 들으면 ‘정말 지구온난화가 사실일까?’ 의문을 품게 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추운 겨울을 언급하며 ‘지구온난화는 거짓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미국 대기환경연구소의 계절전망팀장인 주다 코언 박사는 “텍사스 한파는 기후변화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한파가 지구온난화 때문에 발생한 재해라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역설적인 한파에 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유럽보다 추운 한국의 겨울

 

(그림1) 12월~2월 평균기온 그래프. (출처 일본 기상청)

 

한파와 관련한 기후변화나 지구온난화를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겨울철 한파의 원리부터 설명하겠습니다. 계절이 바뀌는 이유는 지구가 자전축이 23.5도 기울어진 상태로 태양을 공전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사로 인해 지구가 태양과 이루는 각도가 달라집니다. 태양열은 지표면과 수직일 때 가장 많이 들어옵니다. 하지(6월 21일경)에는 태양이 북반구 북위 23.5도 지역을 직각으로 비춰서 북반구가 더워집니다. 동지(12월 22일경)에는 태양이 남반구 남위 23.5도 지역을 직각으로 비추기 때문에 남반구는 더워지고 북반구는 추워집니다. 하지만 태양의 고도변화뿐 아니라 지형적 요인도 계절의 변화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대다수 서유럽 지역은 한국보다 고위도에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취리히는 북위 47.2도, 작년에 거주했던 에든버러는 56도로 서울의 위도인 37.3도에 비하면 한참 북쪽입니다. 그런데도 겨울에는 취리히나 에든버러가 서울보다 기온이 높고 따뜻합니다. 12~2월 평균기온 그래프(그림1)를 보면 한국은 파란색(겨울철 평균기온 0℃~영하 5℃)으로 표시되어 있지만, 서유럽 지역은 초록색(0℃ 이상)으로 표시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대서양을 끼고 있는 유럽은 멕시코로 올라오는 따뜻한 해류의 영향을 받아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하지만, 유라시아 대륙에 위치한 우리나라는 시베리아고기압이라고 불리는 대륙성고기압의 영향을 받아 겨울이 더 춥습니다. 한 번쯤 일기예보를 통해 “시베리아고기압의 가장자리에 들면서 날씨가 추워지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이런 날은 바람이 북쪽에서 불어옵니다. 북쪽에는 상대적으로 차가운 공기가 자리하고 있어서 북풍이 불면 기온이 뚝 떨어지는 것입니다.

 

 

해륙풍 그리고 계절풍

 

(그림2) 해륙풍 모식도. A: 해풍(낮), B: 육풍(밤).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학창 시절, 과학 시간에 그림2를 본 기억이 있을 겁니다. 해륙풍의 원리를 설명하는 모식도입니다. 낮에는 육지와 해양의 비열(어떤 물질 1g의 온도를 1℃만큼 올리는 데 필요한 열량) 차이로 육지가 해양보다 빨리 가열됩니다. 육지의 공기는 상승하고 그 빈자리를 메꾸기 위해 해양에서 육지로 공기가 이동하면서 바람이 붑니다. 이를 해풍이라 합니다. 반면, 밤에는 육지의 온도가 더 빨리 내려가면서 하강기류가 생기고 바다로 부는 육풍이 발생합니다. 낮을 여름으로, 밤을 겨울로 바꿔서 생각하면 계절풍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거대한 유라시아 대륙과 태평양 사이에 놓여있기 때문에 여름에는 태평양에서 바람이 불어와 후덥지근하고, 겨울에는 시베리아에서 바람이 불어와 매우 춥습니다. 연중 온도의 변화가 크고 사계절이 뚜렷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계절마다 방향을 바꾸어 일정하게 부는 바람을 기상 용어로 ‘몬순’이라 하고, 겨울철 시베리아에서 기원하는 계절풍을 ‘동아시아 겨울 몬순’이라고 부릅니다.

 

 

극소용돌이

 

(그림3) 극소용돌이 및 북극진동을 설명하는 모식도. (출처: 미국 해양기상청)

 

경년변동성(經年變動性,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에 걸쳐 일어나는 기후요소의 변화 또는 변동)이 겨울 몬순에도 존재합니다. 어느 해는 유독 겨울 몬순, 즉 북풍이 강하여 평년보다 낮은 기온을 기록하기도 합니다. 엘니뇨/라니냐도 겨울철 온도 변동에 영향을 미치지만, 오늘은 북극에서 기원하는 변동성에 관해서만 설명하겠습니다. 그림3을 보면 북극의 극소용돌이와 제트기류(대류권의 상부 또는 성층권의 하부 좁은 영역에서 수평으로 부는 강한 공기의 흐름)가 강할 때를 모식화했고 오른쪽은 제트기류가 약할 때를 나타냈습니다. 극소용돌이란 극지방에 한정적으로 발생하는 소용돌이를 뜻하는데, 북반구 기준 반시계방향으로 회전하는 거대하고 차가운 저기압 덩어리입니다. 이 극소용돌이가 강하면 북극의 찬 공기가 열대지역의 따뜻한 공기와 섞이지 않고 분리됩니다. 따라서 극지역의 온도는 낮게 유지됩니다. 하지만 극소용돌이가 약해지면 제트기류가 평행하게 불지 않고 구불구불한 궤적을 그리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북풍이 부는 지역은 찬 공기가 북극에서부터 내려와 이례적인 한파를 겪게 됩니다. 올해 1월 영하 20℃ 가까이 떨어졌던 서울의 기온과 텍사스의 이례적인 한파도 이러한 극소용돌이의 약화와 제트기류의 사행(구불구불한 움직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북극 온난화와 한파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전 지구적으로 균등하게 증가합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국가나 지역에 따라 다 다르지만, 대기 중에서 빠르게 흩어지고 혼합되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것입니다. 이 점만 생각해보면 어느 지역이나 균등하게 온도가 증가할 것 같지만, 북극은 온난화가 다른 지역보다 매우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북극은 바다와 육지가 바다얼음·빙하 등 눈과 얼음으로 덮여있어서 햇빛의 반사율이 높습니다. 하지만 온실가스 때문에 북극의 기온이 높아져 얼음이 녹으면 북극 표면의 햇빛 반사율은 확 떨어집니다. 북극이 햇빛을 반사하지 못하고 흡수하면 다시 온도가 오르는 양의 피드백(어떤 변화로 생긴 결과가 다시 그 현상에 영향을 주어 그 현상을 증폭하는 과정)이 작동합니다. 이러한 북극 온난화는 앞서 설명했던 극소용돌이를 약하게 하고 제트기류의 흐름을 구불구불하게 만듭니다. 이는 세계 곳곳의 ‘북극발 한파’로 이어집니다. 저는 2017년 논문1)을 통해 이른 봄에 북극발 한파가 북미지역의 식생활동과 곡물 수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단지 기온만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북극 온난화가 우리 밥상까지 위협할 수 있는 기후재앙을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물론 일부 지역은 극소용돌이 약화로 남풍 구역대에 놓이면서 조금 더 따뜻한 기온을 경험할 수도 있고, 한파가 발생하더라도 1~2주 후에 평년보다 기온이 증가해 평균기온은 평년 수준을 회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텍사스의 사례와 같이 단 며칠만 한파를 경험해도 큰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이 한파가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옛 선조들은 3일 춥고 4일 따뜻한 겨울철 날씨를 ‘삼한사온’이라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상청은 계속되는 이상한파 때문에 날씨를 예측하기가 어렵다는 한탄을 내놓고 있습니다. 온난화에 이어 역설적인 한파 현상까지, 망가져가는 기후시스템은 우리에게 빨리 행동하라고 손짓하는 것 같습니다. 

 

 

■ 각주 

1) 김진수 외, Reduced North American terrestrial primary productivity linked to anomalous Arctic warming, 〈Nature Geoscience〉(volume 10, 2017).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글 |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