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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 제국의 프로테스탄트] 15. 기후변화가 초래한 위기, 식량 안보 ‘적신호’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5. 26.

 

 

3월 24일, 서울에서 올해 첫 벚꽃이 피었습니다. 조금 이르다는 느낌을 받지 않으셨는지요. 1922년 관측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이르게 핀 벚꽃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4월 10일쯤 개화하는데, 17일이나 이른 시기였습니다. 지난해에도 3월 27일에 벚꽃이 피어 역대 가장 이른 개화일을 기록했는데, 올해 그 기록을 사흘이나 앞당기며 갱신한 것입니다. 올해 유난히 개화 시기가 빨랐던 것은 2월과 3월 기온이 평년보다 각각 2.3°C, 3.2°C나 높았기 때문입니다. 봄의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는 일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일어나는 전 지구적 현상입니다.

 

 

북극발 한파와 냉해 현상

 

봄의 시작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지난 연재에서 언급한 북극발 한파는 이른 봄에도 빈번하게 관측되고 있습니다. 이미 꽃을 피운 식물뿐 아니라 파종을 마친 농작물까지도 북극발 서리 및 냉해 현상을 피해갈 수 없습니다. 봄철 한파로 농작물 피해가 발생하는 것입니다.

 

지난 글에서 소개한 논문1)에는 미국의 3대 작물인 옥수수, 콩, 밀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을 북극발 한파가 발생한 때와 북미가 따뜻한 때로 나눠서 비교·분석한 내용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국 농무부에서 제공하는 주별 곡물 생산량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기록적 한파를 경험한 텍사스는 북극발 한파와 관련해 옥수수의 단위면적당 수확량이 평년 대비 20%까지 감소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른 봄에 발생하는 한파는 파종일을 늦추거나 냉해를 일으키기 때문에 북미 지역 식생과 사람들의 밥상을 위협합니다. 이 한파가 북극의 온난화와 관련이 깊기 때문에 인류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엘니뇨와 곡물 생산량

 

지난 연재(참고. <복음과상황> 361호·2020년 12월호)에서 엘니뇨로 발생한 열파현상(여름철에 수일 또는 수 주간 이어지는 이상고온현상)은 식생 활동을 감소하게 해 아마존 같은 열대우림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저하한다고 언급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할수록 엘니뇨와 함께 동반되는 열파가 더 증폭된다는 연구2)도 소개했는데, 이에 따라 곡물 생산량이 저하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엘니뇨 시기가 되면 가뭄으로 곡식을 수급하기 어려워져 내전이 더 많이 발발하기도 합니다. 적도 부근에 위치한 대다수 나라는 엘니뇨 때 열파현상, 곡물 생산량 감소, 곡물 가격 폭등에 따른 2차 피해를 경험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구온난화가 엘니뇨로 인한 피해를 부채질한다면 농업에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농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피해가 큽니다. 지금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량이 서방국가들보다 적은데도 지구온난화로 발생하는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불평등한 상황에 놓여있습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과수

 

기후 연구자들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미래 기후를 예측했습니다. 그 결과, 2100년에는 산업혁명 이전 대비 세계 평균온도는 4.7°C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되었고, 우리나라는 이보다 1°C 더 높은 5.7°C 오를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이는 지난 100년 동안 세계 평균기온이 0.7°C 오른 데 비해 우리나라가 1.5°C나 오른 것과 비슷한 추세입니다.

 

이에 따라 농촌진흥청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이용하여 6대 과수 작물인 사과·배·복숭아·포도·단감·감귤에 대한 작물별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를 개발했습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되면서 사과의 재배면적은 지속적으로 줄었으며, 배·복숭아·포도는 21세기 중반까지 조금 늘어나다가 다시 감소했습니다. 반대로, 단감과 감귤은 계속해서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되었습니다. 과거 제주도에서만 나던 감귤의 재배지가 최근 남해안 주변으로까지 늘어났습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 중 현재 추세(저감 없이)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를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 사과 재배지 변동 예측 지도. (출처: 농촌진흥청)

 

 

특히 우리나라에서 연간 47만여 톤을 생산하는 주요 과수 작물 중 하나인 사과는 2100년이 되면 강원도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와 충격적입니다.(그림1) 과거 30년 동안의 기후를 기준으로 보면, 우리 국토 중 약 68.7%에서 사과를 재배할 수 있었지만, 2100년이 되면 약 0.9%에서만 재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배는 89.8%에서 28.3%로, 복숭아는 82.2%에서 29.6%로, 포도는 81.5%에서 29.6%로 재배 가능 지역이 줄어드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이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면, 우리 후손들은 지금처럼 과일을 쉽게 접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농업 전문가가 아니라서 제한적으로 소개했습니다만, 최근 연구3) 결과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발생한 인위적인 기후변화로 1961년부터 현재까지 세계 농업 생산성은 약 21% 감소했습니다. 기후변화로 생산성이 정체되면 식량 불안정이 야기될 수 있습니다.

 

 

■ 각주

1) 김진수 외, Reduced North American terrestrial primary productivity linked to anomalous Arctic warming, 〈Nature Geoscience〉(volume 10, 2017).

 

2) 김진수 외, Intensification of terrestrial carbon cycle related to El Niño–Southern Oscillation under greenhouse warming, 〈Nature Communications〉(volume 8, Article number: 1674, 2017).

 

3) Ortiz-Bobea 외, Anthropogenic climate change has slowed global agricultural productivity growth, 〈Nature Climate Change〉(volume 11, 2021).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글 |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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