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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책

핵심과정을 마치고 읽은 과도기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5. 17.

 

과신대 <기초과정>과 <핵심과정>을 모두 들으신 수강생이 우종학 교수님의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을 읽고 감상문을 남겨주셨습니다. 창조과학에서 과신대까지의 여정을 소개해주셨는데, 공감하시는 분이 많을 거라 생각합니다.

 

 

창조과학

이 책의 내용을 얘기하기에 앞서서 창조과학과의 인연부터 다루어야 한다. 아마도 중학교 축제 때로 기억하는데, 교실 하나를 빌려서 슬라이드가 상영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창조과학이라는 단어를 접했다. 과학적 사실과 창세기를 연결하는 것이 신기하기는 했으나 특별한 임팩트는 없었다. 내게 창세기와 과학교과서는 서로 다른 도메인이었다. 교회에서 지구 나이를 물으면 6천 년이라고 대답하고 학교에서는 시험 답안지에 45억 년이라고 적었다. 아무런 갈등이 없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습기도 하다. 

창조과학과의 두 번째 만남은 소위 대형교회에 다니던 20대 후반 때다. 당시에 한동대 총장님이자 창조과학회 초대회장이기도 했던 분이 장로님이셨고, 전방위적으로 창조과학회를 후원했다. 나는 그럴만한 과학적 지식도 없었거니와 특별한 비판도 의심도 없이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였다.

 

 

세 번째 만남. 미국에 있으면서 두 번의 버스 투어 기회가 있었는데 그 중 한 번은 시애틀 한인교회에서 기획한 창조과학여행이었다. 당시 목적지는 그랜드 캐니언! 아이와 함께 오길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다. 버스 안에서, 현장에서, 숙소에서 많은 설명을 들었다. 함께 가시고 설명해 주신 분은 창조과학회 이재만 선교사님이셨다. 장엄한 자연환경을 보는 것만으로도 벅찼는데 노아의 홍수가 갖는 지질학적 의미와 연관성에 대한 신빙성 있는 설명은 감동적이었다. 저자 사인이 있는 "노아 홍수 콘서트"와 "빙하시대 이야기"는 지금도 책장에 아끼는 책으로 꽂혀있다.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년, 코로나-19 와 함께 재택의 시대가 왔다. 더불어 기존의 많은 오프라인 강의가 온라인으로 개설되었다. 그중에 우연히 [과신대]를 알게 되어 기초/핵심과정을 이수했다. 그리고 추천도서였던 "과학시대의 도전과 기독교의 응답"을 읽었다. 이 책은 기초/핵심과정의 요약이자 군더더기 없는 핵심 그 자체다. 

- 성경을 과학의 텍스트로/문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특히 창세기 1장.
- 창조과학회에서 주장하는 젊은 지구론에 대해서 반대하고 변증한다. 
- 과학은 신의 유무에 대해서 중립적이다. 

 

자연의 현상을 해석하고 인과관계를 증명한다. 그렇게 발견된 사실에 철학을 입히면 도킨스 같은 과학자는 신은 없다며 무신론이 되기도 하고, 같은 사실로 기독교 과학자들은 신의 존재를 느끼고 인정한다. 도킨스와 같은 무신론적 진화론자를 상대하는 창조과학회는 (의도는 선했으나) 역으로 중립적인 과학을 적으로 만들었다.

프롤로그에서 저자는 신앙은 반-과학적이기보다 초-과학적이라고 언급하며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세 가지를 제시한다. 1) 과학은 창조주를 알려주는 또 하나의 풍성한 도구이기 때문, 2) 과학이 신앙의 적이라는 오해를 풀어야 하기 때문, 3) 한국교회 안에 만연해 있는 과학에 대한 불필요한 오해와 반지성적인 경향을 넘어야 하기 때문.

 

나의 경우...

 

천문, 지질학에 있어서 진화개념을 받아들이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합리적이라고도 느꼈다. 하지만 생물학적 진화개념을 인정하는 것은 주저하게 된다. 그것은 정말 엄청난 전환이다. 그런 반응을 예상했기 때문인지 책은 창조의 개념에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에 대해 상당히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저자가 생물학적 진화에 대해 어떤 견해를 보이는지에 대해 명확한 문장은 없다. 다만, 7가지 스펙트럼을 설명할 때 그 중 반대하는 것을 분명히 하고, 세 가지는 신앙인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는 의견이라고 제시했다.

이 책은 참고문헌 리스트만으로도 4페이지가 되는데 이 중에 생물학적 진화를 지지하는 기독교 과학자의 책을 좀 더 읽어볼 생각이다. 그동안 창세기 1장을 해석하는 창조과학회의 입장과 현대 과학과의 괴리 또는 충돌이 내 신앙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도리어 지금의 상황이 혼란스럽다. 지금까지 교회에서 배운 것에 대한 배신감(?)이랄까. 학교에서 배운 천문/지질/생물학과 신앙의 조화가 가능하다니... 지금 나는 7가지 스펙트럼 중에 [인도된 진화]와 [지적설계] 사이에 있다. 쉽사리 지금 변화하는 생각을 주변의 기독교인들에게 얘기하기는 조심스럽다. 한국교회는 지구의 나이는 6천 년이며, 진화 = 무신론 공식으로 무장되어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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