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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슈타인형! 세상이 왜 이래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6. 8.

-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 (알버트 아인슈타인, 강승희역, 호메로스출판사)를 읽고 -

 

과학과 신학의 대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인슈타인을 지나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1905년 꿈에 그리던 박사학위 취득에 실패하고, 25세의 나이로 스위스 베른의 한 특허국 사무실에 앉아 앙리 푸엥카레의 책을 읽는 아인슈타인을 상상해 봅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은 장소와 시간에서 아인슈타인은 그해 3월부터 9월까지 고전역학을 대신할 새로운 역학을 발표해 버립니다. 특수상대성이론의 탄생이었습니다. 상대성 이론에서 일반적으로 가장 유명한 E=MC^2라는 공식은 같은 해 9월 3쪽짜리 각주 같은 논문에서 소개되었다고 합니다. 아인슈타인이 진정한 개척자가 아니라 로렌츠와 푸엥카레의 이론을 표절한 표절자라는 주장도 있습니다만, 이 책은 그런 전문적인 과학 논쟁에 관한 것이 아니고, 아인슈타인이 평생 힘쓴 세계평화에 대한 생각들을 소개한 책입니다.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시대는 세계 제1차대전(1914~1918)과 세계 제2차대전(1939~1945)이 있었던 공포와 절망의 시대였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은 전쟁 종식을 가장 중요한 인생 목포로 내 걸을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1997년 개봉한 프랑스 뤽 베송의 영화 ‘제5원소’에서 주인공 리루(밀라 요보비치)는 컴퓨터로 인류 역사를 공부하다가 오열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도 울어야 할 많은 슬픈 사건들이 많지만, 아인슈타인이 살았던 그 시대는 눈물 근원이 마를 만큼 나날이 지옥과 같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평화에 대한 그의 간절한 호소가 마음에 계속 울립니다. 아인슈타인의 과학자로서의 명성을 다들 존경한다고 하면서, 왜 한 인간으로서의 그의 호소는 충분히 존중받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을 책장을 넘길 때마다 느꼈습니다.

 

이 책은 크게 4장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라는 제목의 1장에서는 생명에서부터 과학과 종교, 교육, 사회와 개인, 인간에 대한 아인슈타인의 글들을 소개했고, 2장에서는 정치와 평화주의에 대한 글들을, 3장에서는 1933년의 독일에 대한 글들을, 마지막 4장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그의 글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과신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글은 1930년 뉴욕타임즈에 기고한 “종교와 과학(Religion and Science)”이라는 기사입니다. 이 기사의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A contemporary has rightly said
that the only deeply religious people
of our largely materialistic age are
the earnest men of research.

현시대를 살고 있는 어떤 사람이 이런 말을 했다.
이 물질 만능의 시대에 심오한 종교적 품성을 지닌 사람은
진지한 과학자들뿐이다.”(73쪽)

 

아인슈타인은 이 기고문에서 자신이 가진 종교적 감정은 "우주적 종교 감정(the cosmic religious sense)"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의 이 감성은 그의 생명의 신비에 대한 존중과 함께 아주 소중한 마음가짐이며, 창조주 하나님을 믿는 신앙인에게도 충분히 공감되는 가치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심오한 종교적 품성을 지닌 진지한 과학자들“이 인류의 도덕성에도 영향을 주어서, 전대미문의 과학기술이 인류를 인간답게 살게 하는 수단으로 잘 사용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였습니다.

 

끝으로, 비록 아인슈타인의 다른 책에서 읽은 것이지만, 교육에 관한 아인슈타인의 조언도 아주 좋았습니다. 그는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교사의 권위를 최소화하고 절대 폭력을 쓰면 안 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교사의 권위의 원천은 오로지 ”교사의 인간적이고 지적인 자질“이어야 한다고 합니다.

 

"학교를 이처럼 최악의 상태에서 벗어나게 하기란 비교적 간단하다.
학생들에게 강제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교사의 권리를 최대한 줄임으로써,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는 유일한 원천을
교사의 인간적이고 지적인 자질에 두면 된다."

(나의 인생관, 아인슈타인, 257쪽, 동서문화사)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등학교 1, 2학년은 온오프 수업을 병행하고 있고, 매일 등교하는 고등학교 3학년은 3학년대로 스트레스를 제대로 풀지 못해 픽픽 쓰러지는 학교에서, 오로지 교사 자신의 인간적이고 지적인 자질만을 권위의 근거로 삼고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거의 성인의 경지를 요구하는 것이지만, 참으로 맞는 말씀입니다. 깊이깊이 반성하며 교사다운 교사가 되고자 매일 결심하게 된 것이 이 책에서 개인적으로 얻은 큰 보화였습니다.

 

인생 말년의 20여 년을 이국땅에서 외롭게 통일장 이론을 연구하다가 1955년 대동맥 파열로 수술을 받게 되었을 때, 자연스럽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고 수술을 거부하고 마지막으로 눈을 감은 아인슈타인은 개인적으로 아주 힘들고 외로운 인생을 산 사람이었고, 과학자로서 자신에게 쏟아진 세상의 찬사에 대해 너무 과분하여 자신이 사기꾼처럼 느껴진다고 진솔하게 고백한 사람이었습니다. 많은 학생이 아인슈타인을 흠모하고 있는데, 정말 그렇다면,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업적뿐 아니라 그의 인생에 대한 가르침도 반드시 본받아 인간다운 세상을 함께 연이어 만들어 간다면 참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최성일 (ultracharm@naver.com)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과신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과알못의 과학여행기"를 연재했으며, 과학 고전을 통해 과학적 방법론과 세계관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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