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10.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전설'의 세계, 탈로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10. 8.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 Shang-Chi and the Legend of the Ten Rings, 2021

액션, 모험, 판타지 /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 132분 / 2021.09.01 개봉
감독 : 데스틴 크리튼
주연 : 시무 리우(샹치), 양조위(쑤 웬우), 아콰피나(케이티), 양자경(난), 장멍월(쑤 샤링), 진법랍(리)

 

마블의 주인공들이 변하고 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페이즈 1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백인 남성들이었다. 아이언 맨, 캡틴 아메리카, 헐크, 심지어 우주적 인물인 토르, 스타로드도 백인 남성들이었다. 세계는 백인 남성이 구한다는 공식이다. 그러다 캡틴 마블에서는 백인 여성이 히어로로 등장한다. 블랙 위도우라는 백인 여성도 주요한 역할을 한다. 블랙 팬서의 등장은 미국 정치사를 반영한다. 아프리카 흑인 계열의 영웅 블랙 팬서는 버락 오바마를 닮았다.

 

이제 페이즈 4에서 마블은 동양인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이 그 시작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동양계의 히어로들이 있었으나 주로 주인공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면 샹치는 당당하게 히어로의 한 축을 담당한다. 클리포드 기어츠는 ‘신화는 그 시대의 반영’이라고 했다. 21세기 신화인 영화 역시 시대의 반영이면서 산물이다. 샹치의 등장은 세계사의 한 축으로 아시아의 등장을 상징한다. 중국은 이제 미국과 맞먹는 힘의 균형을 가지고 있고, 대한민국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다.

 

암튼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극중 인물 쑤 웬우(양조위)는 초인적 능력을 주는 열 개의 팔찌(텐 링즈)를 갖고 있다. 쑤 웬우는 이 가공할 팔찌의 힘으로 중국 대륙을 점령했다. 극 중 쑤 웬우는 징키스칸을 상징하는 듯 하다. 쑤 웬우는 중국 대륙 뿐 아니라 세력을 더 넓혀 유럽의 상당수를 점령하고 전 세계적 제국을 건설했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것은 텐 링즈는 그의 수명을 지속적으로 증가시킨다. 이런 면에서 쑤 웬우는 진시황을 넘어섰다. 텐 링즈가 불로초다.

 

최근 오징어 게임의 한 등장인물이 ‘돈을 너무 많이 가지면 흥미가 사라진다’고 했는데 쑤 웬우 역시 흥미가 사라졌다. 영토를 확장하고 세력을 키워가고 나라들을 점령하는 것에 더 이상 흥미가 없다. 그래서일까? 쑤 웬우는 새로운 도전 목표를 세운다. 다름 아닌 전설의 나라 [탈로]를 점령하는 것이다. [탈로]는 움직이는 미로 숲으로 가려진 전설의 나라다. 소위 이 세상 나라가 아니다. 차원이 다른 세상이다. 물리적 지구를 넘어선 다른 세계다. 여기서 우리는 마블의 세계관을 파악할 수 있다. 마블은 끊임없이 다중우주를 내세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물리적 우주 외에 평행하는 또 다른 우주가 공존하고, 서로 영향을 끼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에서 묘사하는 세계 [탈로]는 일찍이 C. S. 루이스가 그렸던 [나니아의 세계]다. 루시가 들어선 그 옷장 너머의 세계다. 사자 아슬란이 통치하고 마녀가 존재하는 세계다. C. S. 루이스가 그린 나니아의 세계는 우리 세계와 평행하여 존재한다. 쑤 웬우가 점령하고 싶어하는 [탈로]는 나니아의 현대적, 동양적 버전이다.

 

 

쑤 웬우는 텐 링즈의 힘으로 탈로를 점령하려 하지만, 탈로의 입구에서 그의 목적은 가로막힌다. 샤링이라는 여성이 쑤 웬우를 막아서고 둘은 대결에 들어선다. 하지만 쑤의 가공할 힘은 샤링의 부드러운 동작에 아무런 힘을 쓰지 못한다. 쑤는 기진맥진한 채 돌아선다. 도전, 또 도전을 하는 쑤 웬우는 샤링을 이길 수 없다는 좌절에 쌓인다. 그와 동시에 쑤 웬우의 마음에 샤링을 흠모하는 마음이 싹 트고, 쑤와 샤링은 가정을 이룬다. 물론 샤링은 탈로를 떠나야 했고, 탈로의 신비한 힘과 능력도 포기해야 했다.

 

많이 들어본 스토리다. 선녀와 나무꾼과도 유사하고, 그리스 신화의 한 장면과도 흡사하다. 트로이 왕의 동생 티토노스를 사랑한 새벽의 여신 에오스, 엔디미온을 사랑한 달의 여신 셀레네, 아도니스를 사랑한 여신 아프로디테 등은 쑤 웬우와 샤링의 다른 버전이다. 창세기 6장은 하나님의 아들들이 사람의 딸들을 사랑해서 아내로 삼았다고 기록한다. 무엇보다 예수 그리스도는 인간이 되신 하나님으로서 신적 능력을 스스로 포기하셨다. 그 분은 케노시스 즉 자기 비움으로 인간이 되셨고 인간을 사랑하시고 구원하신다.

 

 

신적 능력을 포기하고 평범한 여성이 된 샤링은 쑤 웬우를 구원하는 인물이다. 쑤 웬우는 샤링을 통해 정복자에서 평범한 남성으로 변해간다. 그리고 샹치와 리를 낳고 산 속 깊은 곳에서 세상을 등진 채 살아간다.

 

이런 평화로운 스토리를 균열시키는 악당들은 어김없이 등장한다. 쑤 웬우에게 조직의 보스를 잃은 일련의 무리들이 쑤 웬우가 외출한 시간에 찾아오고, 그들은 샤링을 죽인다. 탈로를 떠나 평범한 인간 여성이 된 샤링은 샹치와 리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지만 역부족이다. 죽어있는 샤링을 발견한 쑤 웬우는 이전 모습으로 돌아간다. 아니 복수심으로 가득한 그는 더욱 악하고 무자비한 존재로 변해간다. 샹치와 리에게도 무자비한 아버지가 되어 버린 쑤는 그들을 인간 병기로 만들어간다.

 

열네 살 어린 나이에 샹치는 아버지에게서 미션을 부여받는다. 어머니 샤링을 죽인 조직들을 암살하라는 지시다. 아버지를 거역할 수 없었던 샹치는 조직원들에게 복수하러 가지만 그의 양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고 샹치는 아버지로부터 도망하여 잠적하고 미국의 한 골목에서 평범한 청년으로 살아간다. 물론 쑤 웬우가 샹치를 그냥 둘 리가 없다. 의문의 자객들과 결투를 벌여야 했던 샹치, 그 모습을 찍은 동영상이 퍼져나가고 샹치는 아버지 쑤 웬우에게 강제로 호송된다.

 

쑤는 죽은 샤링의 목소리를 환청으로 계속 듣고 있는데, 그 목소리는 샤링의 영혼이 탈로의 감옥에 갇혀 있다는 내용이었고, 쑤 웬우는 샹치와 함께 샤링을 구하기 위해 탈로를 침략한다. 물론 쑤 웬우에게 환청을 보내는 존재는 절대악의 상징인 어둠의 드웰러이다. 어둠의 드웰러는 탈로를 짓밟던 존재였으나 위대한 수호자 용의 힘으로 절대감옥에 갇혀 있다. 어둠의 드웰러는 쑤 웬우에게 샤링의 목소리를 보내어 텐 링즈의 힘으로 거대한 돌 감옥을 부서뜨리게 한다.

 

‘샹치와 텐 링즈의 전설’은 이렇게 전설적 이야기들과 캐릭터들을 화면에 담아내었다. 그런데 과연 그것들은 전설에 불과할까?

 

 

성경은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 즉 하늘과 땅을 창조했다고 선언한다. 여기서 하늘은 이중적 언어다. 하늘은 물리적 세계인 것과 동시에 영적 세계다. 성경은 물리적 세계로서의 하늘을 묘사함과 동시에 하나님의 존재영역인 비물리적 세계도 묘사한다. 하나님은 비 물리적 세계인 하늘에 계시고, 거기서 물리적 세계인 하늘과 땅을 통치하신다. 하나님의 하늘에 역시 천사들이 등장하고, 그 대척점에 사탄으로 불리는 존재가 있다. 사탄은 하나님에게 도전하고 인간의 삶에 개입한다.

 

하나님의 하늘에 존재하시던 예수는 물리적 하늘인 이 땅에 성육신 하셨고, 역시 사탄에게 유혹을 받으셨으나 물리치셨다. 이후 예수의 중요한 사역 중 하나는 사탄에 맞서 귀신들을 쫓아내시는 일이었다. 그리고 지상의 시간을 보내셨던 예수는 부활 후 하나님의 하늘로 올라가셨고 그 하늘에서 우리의 기도를 들으신다.

 

그렇다면 우리는 마블의 시도를 간과할 수 없다. 일찍이 C. S. 루이스는 이런 성경의 주요한 테마를 자신의 소설로 풀어냈다. 당연히 사자 아슬란은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이다. 마블은 성경과 유사한 세상 탈로를 그렸고, 사탄과 유사한 어둠의 드웰러를 묘사했다. 어둠의 드웰러는 무저갱에 갇힌 사탄의 다른 모습이다. 여기에서 우리의 분별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마블의 캐릭터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 되고, 성경의 묘사들과 비교 분석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마블의 묘사들을 단순히 영화의 한 장면으로 치부한 채 무시해서도 안 된다. 마치 3세기 전 토마스 제퍼슨이 가위를 들고 성경의 신비를 한 구절 한 구절 오려내어 자신만의 철저한 이성적인 책으로 만들어 낸 과오를 범했던 것처럼, 신비의 영역을 무시해선 안 된다. 하나님은 하늘에 계시고 그 하늘에서 물리적 우주를 통치하시고, 자신의 대리자로 우리를 세워 이 땅에 공의와 정의를 세워나가신다. 우리는 토머스 제퍼슨과 마블의 샹치를 극복해 가는 하나님의 영웅으로 살아야 할 것이다. 새 하늘과 새 땅이 이루어지는 그 날까지.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