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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오랜 지구 창조론인가 X 진화적 창조론인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8. 10.

『창조론 대화가 필요해』를 읽고

『창조론 대화가 필요해』 | 휴 로스, 데보라 하스마 외 지음 | 케네스 키슬리, 짐 스텀프, 조 아귀에 엮음|IVP|369쪽

 

이 책은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창조론에 대한 대화를 기록한 책이다. 크리스천이나 비크리스찬이나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오해가 있는데, 그것은 창조론을 믿으면 크리스천이고, 창조론을 안 믿으면 비크리스찬이라는 것이다. 얼핏 이것은 사실인 것처럼 보이나, 이 문장에는 논리적이지 않은 사실이 전제되어 있다. 그것은 창조론과 과학이 대립하는 관계라는 설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창조론과 과학은 반대 입장이 아니다. 즉, 과학과 신학은 서로 찬반을 논하는 입장이 아니라는 뜻이다. 과거부터 이런 오해를 가진 수많은 크리스천들이 과학을 배울수록 신앙을 잃어가는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일어나고 있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이에 바이오로고스와 RTB(Reasons to Believe 믿어야 할 이유), 그리고 남침례교는 중요한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것은 바로 자신과 다른 의견은 옳지 않은 것이라고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는 부분에 대해 대화를 하기로 한 것이다. 이 단체들은 서로 다른 입장을 제시하고 있지만, 교회의 하나 됨을 요구하시는 그리스도에 대한 사랑과 하나님의 창조 세계를 연구하는 일에 대한 열정은 같았다(p15). 그래서 프로젝트를 기획했고, 이 책은 그 결과물이다.

책은 총 13장에 걸쳐 이 대화를 소개한다. 창조론에 관한 공부를 조금이라도 한 독자라면, 목차만 보더라도 이 책의 내용이 어떠한지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서론 우리는 어떻게 여기까지 왔나?
1장 경계들 각 단체를 정의하는 견해는 무엇인가
2장 성경 해석 성경 권위의 본질은 무엇인가?
3장 최초의 부부 아담과 하와에 관한 가능한 입장은 무엇인가?
4장 죽음, 포식, 고통 ‘자연의 악’은 악한가?
5장 하나님의 행동 하나님은 자연계와 어떻게 상호 작용을 하시는가?
6장 과학적 방법 방법론적 자연주의 혹은 자연신학?
7장 생물학적 진화 생물학적 진화란 무엇인가? 그것이 생명의 역사를 설명해 주는가?
8장 지질학적 증거 지구의 자연사와 생명의 기원은 무엇인가?
9장 화석 증거 호미니드는 누구였는가?
10장 생물학적 증거 유전학은 공통 조상을 가리키는가?
11장 인류학적 증거 인간은 어떻게 독특한가?
결론 다음 단계는 무엇인가?

 

 

창조론에는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있는데, 남침례교에서는 ‘젊은 지구 창조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그 견해는 하나님이 지구와 생명체를 수천 년 전에 창조하셨고, 창세기 1장은 문자적 24시간으로 이루어진 여섯 날을 가리킨다(16쪽)는 것이다. RTB(믿어야 할 이유)에서는 ‘오랜 지구 창조론’을 받아들이며, 바이오로고스에서는 ‘진화적 창조론’을 받아들이고 있다. 이 책에서는 ‘젊은 지구 창조론’에 대해서는 다루고 있지 않고, RTB와 바이오로고스의 입장을 다루고 있다.

각 장의 진행방식은 먼저, 남침례교의 대표가 질문을 던지고, 이어서 RTB와 바이오로고스에서 차례로 각 단체의 입장에 대해 설명을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남침례교의 대표가 간단하게 결론을 정리한다(장마다 발제자는 다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 대화를 통해서 각 단체의 입장에 대해 어떤 오해가 있었는지 알아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는 결과를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이 책의 목적은 각자의 입장이 옳다는 견해를 펼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이 어떠한 것인지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목차를 보면 충분히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미 각 장에 관한 책은 시중에 수두룩하다.

일례로 최초의 부부 아담에 대한 견해만 보더라도 ‘실제로 최초의 부부 한 쌍을 지칭한다’, ‘세계에 흩어져 있던 사람 중 선택받은 부부를 지칭한다’, ‘인류를 상징하는 단어이다’, ‘어떤 선택된 부족에 관한 이야기다’등 다수 견해가 존재한다. 이렇게 아담과 하와에 대해서만 다루는 책들이 이미 많이 존재하고 있다. 이 책은 그 견해들에 대해 다시금 독자들을 일깨우는 책이 아니다. RTB와 바이오로고스가 어떠한 견해를 받아들이고 있으며, 각자 그 견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진짜로 ‘대화’를 나누는 내용이다. 그렇기에, 만약 어떤 명백한 결론을 얻고자 이 책을 읽기 시작한 독자라면 고구마를 먹고 목에 걸린 듯한 답답함을 느낄 수도 있다.

따라서 이 책은 이러한 독자들에게 특히 권한다. 그동안 창조론에 대해서 중구난방으로 공부했지만 잘 정리가 되지 않았던 독자, 크리스천이었지만 과학을 배우면서 교회에서 멀어진 독자, 교회에서 말하는 진리라는 것이 무엇인지 윤곽을 잡고 싶은 독자, 세계의 창조와 근원에 대해 알고 싶은 독자 등이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독교는 성경 해석의 차이에 따라 분파가 나뉘었고, 지금도 그 현상은 지속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이 믿는 견해만이 옳다는 독선 때문에 같은 크리스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공격하는 애석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것은 전혀 복음적이지 않다. 자신이 진짜 크리스천이라고 믿는다면, 자신이 믿는 바를 똑같이 믿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견해에 귀를 기울이는 열린 마음을 갖는 태도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부끄럽게도 이런 독선적인 태도는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당장 우리 주변만 보더라도 기독교를 ‘개독교’라 일컫는 사람들이 많고, 같은 기독교인도 그들과 동조해 ‘우리는 저들 개독교와 다른 진실한 기독교인이다’라며 자기 얼굴에 침 뱉는 일이 비일비재함을 볼 수 있다. 교회가 계속 이러한 행각을 멈추지 않는다면, 복음의 씨앗은 곧 말라버릴 것이다.

사진/송윤강 편집위원

은하수와 견우성과 직녀성(몽골 테를지 캠프에서 촬영. 2022.6)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에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전설은 별자리의 위치 때문이다. 두 별의 상대적 위치는 결코 가까워지지 않지만, 칠월칠석(2022년의 경우 8월4일)이 되면 별자리의 위치가 지평선 근처에서 위로 올라가 밤하늘 한복판에 자리 잡게 되어, 우리 눈에 아주 밝게 보여 마치 서로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에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전설은 별자리의 위치 때문이다. 두 별의 상대적 위치는 결코 가까워지지 않지만, 칠월칠석(2022년의 경우, 8월4일)이 되면 별자리의 위치가 지평선 근처에서 위로 올라가 밤하늘 한복판에 자리 잡게 되어, 우리 눈에 아주 밝게 보여 마치 서로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디 많은 크리스천들이 이 책을 읽고 바이오로고스와 RTB, 그리고 남침례교의 성숙한 대화와 토론의 자세를 배웠으면 한다. 그렇게 하는 것만으로도 복음을 알리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것이며, 각 장에 대한 간결하게 정리된 지식은 덤으로 얻을 것이다. (마침)

 


글 | 이혜련 편집위원(1221hannah@hanmail.net)

아들 둘, 딸 둘과 하루하루 인생을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 하나님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과신대를 만나 초보 기자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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