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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과학과 신앙 사이』요약 및 독후감②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8. 11.

『과학과 신앙 사이』를 읽고

 

『과학과 신앙 사이』 / 김도현 지음 / 생활성서사 펴냄 / 168쪽

 

제2장 우주론의 내용과 한계


스티븐 호킹을 비롯한 무신론적 과학 만능주의자들은 우주의 탄생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어느 순간 확률적으로 우연히 우주가 빅뱅에 의해 탄생되었다. 그 후 우주가 팽창하면서 별과 행성, 은하계 등이 생겨나는 우주의 진화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 후 확률적으로 우연히 생명체가 생존할 수 있는 적절한 조건이 지구에 형성되어 생명체가 생겨나고 점차 진화하게 된다.”


‘빅뱅우주론’은 천문학자 르메트르가 아인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이 성립하려면 우주는 반드시 팽창해야 한다고 주장함으로써 시작되었다. 그 후 에드윈 허블이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여 우주 팽창 사실을 관측하여 ‘허블-르메트르 법칙’을 발견했다. 르메트르는 1931년 먼 과거에는 우주는 지금보다 작았으며 원시 원자(primeval atom)라고 불리는 초기 지점에서 팽창했다고 최초로 ‘빅뱅 이론’을 제안했다. 2001년 미국 나사에서 쏘아 올린 관측위성 WMAP가 지구로 전송해온 데이터를 분석하여 우주의 나이가 137억 7천만 년임을 밝혀냈다.


빅뱅우주론에 의하면 우주 안의 모든 별은 점점 부피가 커지다가 결국에는 폭발한다. 결국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우리의 노력이나 의지와 무관하게 필연적으로 끝이 난다는 것이다.

 

우주의 종말에 대하여는 우주가 끝없이 팽창하면서 우주 전체의 온도가 점점 내려가 결국에는 절대온도 0에 도달한다고 보는 ‘열린 우주 시나리오’와 우주가 팽창하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다시 수축해 마지막에는 한 점으로 끝난다(빅 크런치)는 ‘닫힌 우주 시나리오’가 있다. ‘빅 크런치’에서는 우주의 밀도가 대단히 높고 뜨거운 점으로 수축됨으로 우주 전체가 불에 타서 죽게 된다고 한다. WMAP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따르면 ‘열린 우주 시나리오’가 우세하다.


이처럼 우주도 유한한 수명을 가진 존재다. 물리학자들은 물질세계에서는 영원불멸한 존재를 찾을 수 없다고 한다.


그런데 빅뱅에 의해 우주가 탄생하고 생명체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중력상수’ 등 물리학의 30여 가지 기본 물리 상수들의 값이 존재해야 한다고 한다. 이 기분 물리상수 중에서 어느 하나만 아주 조금이라도 값이 달랐다면 현재의 은하계 구조가 만들어질 수 없었고, 생명체도 생겨날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빅뱅에 의해 탄생하고 팽창하는 우리의 우주가 ‘미세 조정 fine-tuned’되고 있다고 한다. 생명체 특히 인류가 우주에 생존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미세 조정된 필연적 생명체의 생존 조건을 갖추어야만 하는데 과학자들은 이러한 조건을 ‘인류원리 anthropic principle’이라 부른다. 이 원리는 지금까지 누구도 반박할 수 없는 원리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를 유신론적 과학자들과 신앙인 사이에서는 인간과 생명체가 지구에만 생존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며 창조주의 의도적인 계획 또는 설계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이에 반박하여 무신론적 과학 만능주의자들은 ‘다중 우주론’을 주장한다.

‘다중 우주론’은 여러 가지 버전이 있지만, 공통적인 것은 우주는 하나가 아니고 무수히 많으며, 그 수많은 우주 중의 하나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우주라고 한다. ‘다중 우주론’에서는 각각의 우주는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것처럼 빅뱅이라는 과정을 거쳐 급팽창하여 생겨났다가 수명을 다하면 사라지고, 또 다른 새로운 우주가 생겨난다고 한다. 이는 빅뱅의 ‘우주 급팽창’의 개념과 ‘인류 원리’를 결합하여 만든 개념이다. 만일 우주가 하나만 존재한다면 우주의 필연적인 창조주 개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에 만들어낸 아이디어이다. 다중 우주론 지지자들은 우주의 개수가 무한대에 가깝게 많다고 한다.  그 무한개의 우주들 가운데 아주 예외적으로 ‘인류 원리’를 만족시키는 하나의 우주가 우연히 탄생했다고 주장한다.
스티븐 호킹의 무신론적 우주론 주장도 바로 이 다중우주론에 근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다중 우주론은 사실상 과학적 이론이라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다중 우주의 존재는 실험, 관측을 통한 물리적 검증이 전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개별 우주들은 상호 작용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의 우주에서 다른 우주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프린스턴 대학의 세계적 우주론자인 폴 스타인하르트는 다중 우주론은 과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는 이론이라고 비판했다. 그런데도 존 레슬리 같은 다중 우주론자들은 ‘신의 개념을 도입하는 것보다는 다중 우주론을 도입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더 낫다’고 주장한다.

 

 

제3장 진화론의 내용과 한계


리처드 도킨스는 “어느 순간 확률적으로 우연히 지구 상에 생명체가 출현하였다. 그후 그 생명체의 후손들이 오랜 기간의 진화 과정을 거침으로 인해 현재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상의 생명체들이 형성되었다”고 했다.


많은 신앙인은 진화론이 정말 사실에 바탕을 둔 올바른 이론인가? 만일 진화론이 올바른 이론이라면, 기독교 교리와 충돌되지 않는가? 하고 질문한다.


진화론의 개념에 대한 중요한 과학적 연구는 지질학에서 비롯되었다.
지질학자들은 지층 연구를 통하여 지구가 인류 출현 이전에 수십 억 년 정도의 엄청나게 긴 세월을 통해 변화를 거듭해왔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다 보니 이미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창세기의 6일 창조를 글자 그대로 받아들여서 지구의 나이가 약 6,000년이라는 천지창조에 대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의사 에라스무스 다윈은 이미 1794년에 그가 쓴 『주노미아 Zoonomia』라는 책에서 ‘지구의 머나먼 과거에 단순한 유기체로부터 자연 발생적인 과정에 의해 생명의 근원이 생겨났으며, 그 이후 길고 긴 시간 속에서 여러 세대를 거쳐 점진적이고도 필연적인 더 높은 수준의 조직화, 복잡화를 통해 생명체가 진화하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자연선택’과 ‘생명나무’ 개념을 통하여 진화론을 주장한 이후 멘델의 유전 법칙으로 대표되는 ‘집단 유전학’과 결합하여 ‘신다윈주의’가 탄생했다. 신다윈주의는 현대 진화론의 주류 이론이다. 이에 따르면 진화는 많은 개체 수, 돌연변이 및 자연선택이라는 세 자기 요소로 이루어진 일종의 동역학 dynamics이다. 이 중 하나라도 빠지게 되면 진화 메커니즘이 작동되지 않는다는 거다.


진화론에 대한 두 가지 오해가 있다.

 

‘진화 evolution’를 ‘진보 progress’로 보는 것이다. 이에 대하여 스티븐 제이 굴드는 “진화는 진보가 아니라 다양성의 증가일 뿐이며, 최종 목적도 방향성도 없는 변이 과정 그 자체일 뿐이다”고 했다.

두 번째 오해는 언젠가 머나먼 미래에는 침팬지가 사람으로 진화하는 것인가?와 같은 것이다. 침팬지와 인간의 DNA를 분석해 보면 아주 유사하여 오랜 옛날 공통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왔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침팬지는 앞으로 수만 년이 지나도 좀 더 진화된 침팬지나 다른 종으로 진화할 수는 있지만, 인간으로 진화하지는 않는다. 진화과정에서 한번 분화된 종이 다시 합쳐지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이처럼 사람과 침팬지의 공통 조상은 침팬지도 아니고 사람도 아닌 종이다.


신다윈주의에서 한 종 내에서의 단기간 진화 과정인 ‘소진화 micro evolution’은 분자생물학적 관점에서 대단히 잘 설명되고 있다. 현재 우리를 괴롭히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SARS-CoV-2의 경우 짧은 시간 안에 알파부터 오미크론까지 다양한 변이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이러한 진화의 단적인 예가 된다. 그러나 과거에 있었던 공통의 조상 종에서 새로운 후손 종들로의, 한 종으로부터 다른 종으로의 진화 과정인 ‘대진화 macro evolution’에 대해서는 아직도 정확한 이론이 존재하지 않고 있다. 최근까지도 거의 화석에 대한 해석에만 의존하는 실정이다. 창조과학자들은 바로 이점을 집중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대진화에 있어서 주요한 약점의 하나는 중간 화석의 부족이다. 그보다 더 심각한 것은 대진화 과정에 관해 권위 있게 설명하는 통합적인 이론이 아직 없다. 다양한 이론이 난립해 있다. 대다수의 진화론자는 소진화가 긴 시간에 걸쳐 축적되면 대진화가 될 거라고 보지만 과연 충분히 긴 시간 동안 그대로 적용하면 정말로 한 종에서 다른 새로운 종으로의 대진화 과정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있다.


진화과정의 첫 출발점인 생명체의 출현이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아직은 전혀 모른다. 수많은 과학자가 원시 대기를 구성하던 여러 무기물질로부터 아미노산 같은 유기물질 및 세포가 발생하는 과정을 화학적 진화로 설명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시도를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래서 지구 밖에서 왔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대두하고 있고, 외계 생명체의 존재까지 찾고 있다.

 


제4장 현대의 과학 시대에서도 여전히 신앙은 필요하다!

 


이 장은 우주론과 진화론에 대한 가톨릭의 입장을 정리한 것이다.

우주론에 대하여는 빅뱅이라는 우주의 탄생 사건에 하나님의 개입이 있었고, 하나님은 빅뱅 이후 생겨난 물질들에 대하여 각각의 내적 법칙들을 부여하여 그 법칙에 따라 발전해 나가도록 허용했다고 한다.

가톨릭은 진화론에 대하여는 몇 가지 점만 분명히 한다면 진화론을 원칙적으로 수용한다고 한다. 그 몇 가지 점이란 다음과 같은 것이다. “인간이 하나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되었다. 따라서 하나님의 모습으로 창조된 존재인 인간의 고유한 특징을 함부로 과학의 이름으로 재단하면 안 된다. 인간은 물질로서의 육체뿐만 아니라 비물질적 실체인 영혼도 가지고 있는 존재다. 바로 이 영혼의 존재가 인간이 하나님을 닮은 모습으로 창조된 증거인 것이다. 자연과학적인 개념은 진화는 오직 물질로서의 육신에 관해서만 말할 수 있을 뿐이다. 이처럼 우주와 생명체와 같은 모든 존재는 우연이 아니라 창조가 전제되어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즉 우연성이 아니라 필연성이다.”

신앙은 결코 과학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버드대학의 수리진화 생물학 교수인 마틴 노박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2011년 언론 인터뷰).

“내 생각으로는 진화에 관한 순수한 과학적 해석은 무신론을 선호하는 주장을 만들지 않는다. 과학은 하나님을 부정하거나 종교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다. 중력이 그렇지 않듯이, 진화는 하나님을 거스르는 주장이 아니다. 진화는 지구 상에서 생명이 펼쳐지는 것을 설명해 준다. 기독교의 하나님은 ‘그분이 없으면 절대 진화가 일어나지 않는’ 분인 것이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 기적에 대하여 세상에는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이 얼마든지 존재한다. 기적이 있다는 것은 하나님이 계시다는 증거이다. 기적은 과학 만능주의를 무너뜨린다. 지금도 과학으로 설명되지 않은 기적은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과학만능주의’는 과학이 아니다. 내적 확신, 신념이다. ‘확실 certainty’는 과학의 객관적 지향점이지만, ‘확신 certitude’는 과학자들의 주관적 태도이다. ‘확신’은 비종교적 신앙이라 할 수 있다.

과학은 내가 왜 이 세상에 존재하는가? 등 ‘존재론적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할 수 없다. 더 나아가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가? 등 ‘의미론적 윤리적 질문’들에 대한 답도 하지 못한다. 재현성 보편성에 의존하는 과학의 답은 절대 불변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답이 변하는 것이 대다수다.

바로 이러한 과학의 근본적인 한계로부터 신앙의 의미와 가치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따라서 “과학 시대에 살면서 신앙이 의미가 있는가?” 라는 질문에 대하여 우리는 “예”라 대답할 수 있다. 이 세상의 어떤 사람도 종교성을 탈피하기는 어렵다. 종교의 부정적인 면을 강조하면서 종교는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킨스 역시 비종교적 신앙인일 뿐이다. 물론 어떤 특정 종교에 귀의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지만, 신앙은 이 세상에 인간이 존재하는 한 영원히 그 고유한 의미와 가치를 갖고 있다.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올바른 신앙을 가지기 위해서 과학에 대하여 자세히 알 필요가 있다. 성경의 모든 내용을 문자 그대로 맹신하면 안 된다. 그러나 과학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한다. 과학시대에 맞는 인간의 태도는 세상의 모든 것을 연구할 수 있을 만큼 많은 것을 아는 힘을 가졌지만, 동시에 그것들을 가능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라는 겸손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과 신앙은 십자가의 두 축처럼 신앙의 두 축이 되기를 희망한다.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별& 궤적(몽골 노마딕 캠프에서 촬영. 2022.6)

 

북극성을 중심으로 한 별자리들(몽골 노마딕 캠프에서 촬영. 2022.6)


안드로메다은하는 지구가 속한 은하보다 2배 이상 큰 은하다. 태양과 같은 별(항성)이 4,000억 개 이상이 속해 있다고 한다. 이렇게 큰 은하지만 지구에서 250만 광년 떨어져 있으니 다른 별처럼 조그맣게 보일 뿐이다. 우리는 인류가 지구 상에 존재하기도 전의 안드로메다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이다. 상단의 하얀 선은 별똥별의 궤적이다.

 

은하수와 견우성과 직녀성(몽골 테를지 캠프에서 촬영. 2022.6)


은하수를 사이에 두고 서로 떨어져 있는 견우와 직녀가 칠월칠석에 오작교를 건너 만난다는 전설은 별자리의 위치 때문이다. 두 별의 상대적 위치는 결코 가까워지지 않지만, 칠월칠석(2022년의 경우 8월 4일)이 되면 별자리의 위치가 지평선 근처에서 위로 올라가 밤하늘 한복판에 자리 잡게 되어, 우리 눈에 아주 밝게 보여 마치 서로 가까워진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 | 송윤강 편집위원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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