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진짜 적은 무지다.

  • 최성일 선생님, 너무 공감하며 잘 읽었습니다. 특히,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과학책을 들자는 말씀에 적극 찬성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완식 2020.02.05 11:48
    • 김선생님, 감사합니다^^

      휘페르테스 2020.02.12 08:19 DEL

 

2020년 첫 행사부터 제게는 아주 좋은 공부였습니다. 공동포럼의 내용은 이미 뉴스엔조이 기사를 통해서 잘 정리가 되었기 때문에, 저는 기독교 고등학교의 교사로서 이번 행사를 통해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기독교 학교에서 영어교사로 30년 넘게 근무하고 있는데,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진화론과 관련된 과학 지문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되는가 고민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처음 접한 것이 헨리 모리스의 <현대 과학의 성서적 기초>였습니다. 그 책만으로도 분명 행복한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날 창조과학자들과 근본주의 개신교인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포럼에서 다룬 그대로, 대부분의 보수교단이 가르치는 창조신앙은 자연스럽게 창조과학으로 연결되었고, 저도 그 조류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창조과학만으로는 답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문제들, 가령, 구소련 붕괴와 자본주의의 확장으로 인한 무한 경쟁 문제, 교회 지도자들의 부패, 기독신앙이 있는 사회 지도자들의 부정, 종교 간의 대화, 세계화의 물결을 타고 들어오는 이슬람 문화, 동성애 담론 등등의 각종 사회 문화적 현상들을 소화하고 이해하기에는 “창조과학과 근본주의 개신교 신학”은 너무 편협하여 답답했던 것 같습니다.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는 이런 시대적 모습들이 부분적이지만 모두 들어있었습니만, 그 다양성들을 어떻게 소화해서 가르쳐야 할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었습니다. 그렇다고 입시위주의 주입식 교육은 재미도 없고 비전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좀 색다른 보충수업을 항상 모색하고 있습니다. 4년 전에 “청소년 소명아카데미”라는 여름방학 방과후 수업을 마련하여 아이들에게 직업과 비전에 대한 성경적 관점을 교육하고자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교육과정 중 문화에 대한 토론 시간에, 동성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짧게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다들 교회 다니는 아이들이라 당연히 반대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2학년 학생 중 한명이 찬성한다고 했습니다. 그때 저도 충격을 좀 받았었습니다. 고등학생 중에서도 동성애에 대해서 탈교회적 생각을 하는 학생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저도 당시에는 잘 알지 못해서 그 수업에서는 더 이상 이야기 하지는 못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공동포럼으로 인해, 고등학교 교단에서 이전보다는 좀 더 쉽고 친절하게 진화론과 창조과학,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이라는 시대적 이념과 과제에 대해서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점이 유익했는지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1. 발제1 – 2019년, 한국 개신교인의 근본주의 신앙관에 관한 인식 조사(신익상 교수, 성공회대, 연세대)

 

신교수님께서는 2019년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의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 자료를 자세히 분석해 주셔서 유익했습니다. 요약하자면, 2019년 한국 개신교인들은 대안이 없기 때문에 근본주의적 신앙관에 어정쩡하게 머물러 있다는 것입니다. 신교수님의 분석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한국 개신교 관련 어휘는 “정체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배타성”이었습니다. 나날이 복잡성을 더 해가는 21세기에서 시대를 따라가지 못하는 개신교는 정체성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고,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 근본주의 개신교는 첫째, 교리 확립을 통해 자기 확신을 강화하고, 둘째,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위협이 되는 외부의 적을 배격하게 되었지만, 후자의 방법에 치우쳐있다고 요약하셨는데, 매우 공감이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를 제가 느낀 대로 결합해 보자면, 21세기의 한국 개신교는 “내적인 빈곤을 외부의 적과의 싸움으로 가리고 있거나, 아니면, 내적인 빈곤 때문에 외부의 적과 더 가열찬 싸움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신교수님의 분석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면서, 저는 두 가지 해결책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첫째, 한국 개신교는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기 위해 내적 빈곤부터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자신들이 내적으로 빈곤하다는 정직한 고백이 필요하다.

 

둘째,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 등의 시대적 거대 담론을 다 외부의 적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재고해야 한다. 각각에 대해 기독교적 기준만을 적용하려고 하지 말고, 과학적인 탐구를 과감히 늘려나가야 한다.

 

적고 나니, 간단히 말해서 둘 다 “공부합시다”라는 말이 되네요. 하나님께 내적 빈곤을 정직하게 고백하고 도와주심을 바라며 “새로운 성경 읽기”를 통해 신학을 재정립하여 내적 풍요를 다시 찾고, 그 힘으로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무슨 고민을 하고 있는지 허심탄회하게 경청하고 공부함으로써 공통분모나 또는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면 좋겠습니다. 신교수님이 마지막으로 덧붙이신, “우리의 진짜 적은 무지다. 우리는 정신의 알맹이를 찾아야 한다”는 말씀 때문에 위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2. 발제2-한국 개신교는 왜/어떻게 창조과학에 빠졌는가?: 문화사회학, 지식사회학, ANT접근(김현준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이신 김현준 교수님은 주전공인 지식사회학을 기반으로하여, 한국개신교가 왜/어떻게 창조과학에 빠지게 되었는지를 크게 네 가지, 자세히는 9가지로 설명해 주셨습니다. 제목만 소개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1. 문화/종교적 환경
1-1. 세속화 및 과학발전(과학주의)에 대한 불안과 그에 대한 문화적 방어(문화전쟁)
1-2. 과학의 문제점과 문화지체
2. 국가적, 제도적, 교육정책적 환경
2-1. 과학기술자 양성(위주) 국가정책
2-2. 국가차원에서 과학정신의 상대적 결핍; 과학교육의 부실; 과학에 대한 대중의 무관심
3. 이해관계 번역(translation of interest) 실천의 행위자-연결망, 동맹의 결성
3-1. 기독교세계관 학문운동의 창조과학지지
3-2. 동맹의 역사적 근원
3-3. 동맹 확장 전략1
3-4. 동맹 확장 전략2
4. 창조과학자들의 내적 동기와 자기 서사

 

김교수님이 이러한 요인들을 설명하면서 공통적으로 가장 강조한 것은 “창조과학의 핵심은 과학이 아니라 신앙의 위기에 대한 변증적 성격을 지니는 종교적 담론”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창조과학이 왜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있는지를 설명한다고 했습니다. 신교수님도 지적한바와 같이 한국 개신교 창조과학의 뿌리는 미국인데, 김교수님은 미국의 세대주의, 안식교, 헨리 모리스에 뿌리를 둔 창조과학이 박형룡, 김준곤, 김영길을 통해 한국에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현재는 창조과학자들이 지적설계론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했습니다. 지적설계론도 1987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도버 카운티 교육위원회가 활용하기 시작했고, 현재 꽤 호응을 얻고 있지만, 지적설계론이 종교적 세계관과 세속적 세계관을 소통시키고 상호 학습효과를 가져오는 ‘공통의 언어’일 수 있을지는 재고해야한다고 발제문 각주에서 비평하였습니다.

 

김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며, 미국과 한국의 창조과학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었으며, 도날드 넘버스의 “한국이 창조론의 수도가 되었다”는 말을 통해, 한국 개신교의 창조과학 문제가 세계사적 중요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창조과학은 시작에 있어서 반지성적이지는 않았지만, 유통과 확산에 있어서는 지역교회/비전문가/평신도 대중의 반지성주의를 필요로 했다는 분석에서, 다시금 하나님께서 지으신 아름다운 인간과 세상에 대한 지성적인 탐구가 필요함을 느꼈습니다.

 

한국의 열심있는 개신교인들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창조과학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에는 ‘자연과학 연구도 신앙의 실천일 수 있음’을 강조해야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게놈프로젝트를 완성한 프랜시스 콜린스를 비롯한 분명한 예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학문의 모든 영역을 기독교적으로 만들려 하는 창조과학의 시도가 있고, 그 결과 창조과학은 ‘기독교적 과학’이 되었다고 했는데, 이 점은 참 마음이 아팠습니다. 신학과 과학은 다루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혼합되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박형룡 박사도 이 점을 처음에는 주장했지만, 1970년대 이후의 근본주의 신학과 창조과학의 급류에 의해 사라지고, 근본주의 신학과 반진화론이 한국의 보수 개신교단들의 주류가 되었다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근본주의적 창조과학이 세력이 강하여 세계 기독교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개신교를 공론의 장으로 이끌고 나오기 위해서는 참으로 오래고 지난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신문을 들라”는 칼 바르트의 말을 패러디하여, “한 손에는 성경을 한 손에는 과학책을 들자”는 운동을 해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하나님을 알면 자신을 알게 된다”는 말이 있는데, 문제는 하나님이 무한하신 분이시고, 또 알고 보면 우리 자신도 알쏭달쏭한 구석이 매우 많으므로, 짧은 인생, 서로 싸우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하나님께서 지으신 두 권의 책인 성경과 우주를 함께 공부하며 그 즐거움을 누리면 참 좋겠습니다. 2020년 과신대 활동을 통해 즐거운 소식들이 널리 퍼지고 그 소식을 따라 많은 분들이 누림과 나눔에 참여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여호와 하나님은 해요 방패시라 여호와께서 은혜와 영화를 주시며 정직하게 행하는 자에게 좋은 것을 아끼지 아니하실 것임이니이다. (시편 84편 11절)

 

“여호와께서 말씀하시되 오라 우리가 서로 변론하자 너희의 죄가 주홍 같을지라도 눈과 같이 희어질 것이요 진홍같이 붉을지라도 양털같이 희게 되리라. (이사야 1장 18절)

 

최성일 기자 (ultracharm@naver.com)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