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과신대 포럼 발표자료1] 한국 개신교인의 근본주의 신앙관에 관한 인식 조사 (신익상 교수)

 

* 이 글은 2020년 과신대 포럼 "개신교 근본주의가 반진화론과 창조과학에 빠진 이유"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이 글은 신익상, “개신교인의 신앙관과 생태위기에 관한 인식,” 「기독교사상」 731 (2019.11), 9-17의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이 글의 내용을 인용할 경우 원전을 인용하기 바랍니다. 

 

 

2019년, 한국 개신교인의 근본주의 신앙관에 관한 인식 조사

 

신익상(성공회대학교 교수, 연세대학교 겸임교수)

 

 

이 글은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진행한 “2019년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한 개신교인 인식 조사” 중 신앙관에 관한 설문조사의 1차 통계자료를 중심으로 중요한 함의를 소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앙관에 있어서 2019년의 한국 개신교인들은 여전히 근본주의적 신앙관을 대체할 다른 대안을 찾고 있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은 개신교인이라고 하면서도 교회에는 출석하지 않거나 미온적으로 출석하고 있다고 응답한 신자들의 특성으로 인해 새로운 정체성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음을 시사한다.

 

이제 이러한 조사 결과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도록 하자.

 

I. 신앙관: 지금, 한국 개신교는 내용 없는 근본주의를 지닌 채 동시대와 싸우고 있다.

 

1. 신앙관에 대한 설문통계조사의 개요

 

한국 개신교인의 신앙관과 관련된 통계분석은 총 10문항의 설문에 대한 분석을 중심으로 한다. 11문항 중에서 4문항은 종교문화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문화 현상에 대한 배타성의 정도를, 3문항은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의 정도를, 나머지 3문항은 자기 신앙에 대한 교리적 확신의 정도를 측정하였다. 이 중 일부 문항은 20세기 초에 미국에서 제기된 근본주의적 교리를 바탕으로 한다.

 

근본주의(fundamentalism)라는 용어 자체의 탄생과 관련되기도 한 근본주의적 교리는 성서무오설, 비기독교인의 멸망, 신성을 지닌 예수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승천, 그리고 심판을 위한 재림, 예수를 믿는 자들과 천국에서의 영생 등을 배타적으로 주장한다. 이러한 교리를 배타적으로 확인하고 강조하는 일은 공동체의 정체성이 외부의 어떤 요인들에 의해 위협받고 있다고 하는 위기감에서 비롯되는 법인데, 당시 미국 기독교인들이 정체성 위기의 외적 요인이라고 지목한 것은 진화론과 공산주의였다. 특히 성서무오설은 성공적인 시대정신인 진화과학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성서문자주의를 내적 확신의 근거와 수단으로 삼았기에 본 통계분석은 이를 반영하였다.

 

하지만 21세기 초의 한국 기독교인에게는 진화론과 공산주의 외에도 다종교 상황이 문화적 자연스러움으로 정착해 있고, 최근 몇 년 동안은 동성애와 이슬람이 기독교 내부에서 이슈화되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본 통계분석에서는 타종교에 대한 배타주의적 태도와 더불어 이러한 새로운 상황을 연구 대상에 포함하였다.

 

2. 신앙관의 통계분석에 대한 중요 결과 두 가지

 

신앙관에 대한 1차 통계분석 자료에서 드러나는 중요한 결과 중 두 가지를 요약해서 제시할 수 있다. 첫째는, 2019년의 한국 개신교인은 무엇을 통해서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해내고 있는가의 문제다. 두 번째로는,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제도교회에 출석하고 있지는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한 달에 3회 이하로만 출석하는 개신교인의 신앙 양태가 무엇을 보여주는가의 문제다. 이 두 가지를 차례로 살펴보도록 하자.

 

1) 기독교의 정체성은 무엇을 통해서 표현되는가?

 

2019년 한국의 개신교인들은 구원의 능력을 빼고는 다른 종교에 상당히 관대한 점수를 주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래의 그림1이 보여주듯 58.7%의 개신교인들이 다른 종교에도 진리가 있으며 58.4%가 다른 종교도 선하다고 응답했다. 다른 종교에도 구원이 있다고 보는 개신교인들의 비율은 33.1%로 상대적으로 낮았으나, 개신교에만 구원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9%로 절반에 약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도 주목할 만하다. 상관관계 분석 결과 이 세 질문 간에는 서로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엘런 레이스(Alan Race)의 분류에 따르면 2019년의 한국 개신교인들은 포괄주의라고 부를 만한 입장에서 다른 종교를 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그림1] 다른 종교에 대한 의견 (개신교인 대상)

 

이러한 사실은 59.8%의 개신교인이 성서무오설을 지지하고 55.0%는 성서문자주의를 지지한다고 응답하였다는 사실(그림2 참조)과 맞물려 근본주의적 신앙관이 오늘날 한국 개신교인들에게 얼마나 스며들어 있는가를 가늠하도록 돕는다. 물론 이러한 통계는 1982년의 통계와 비교하면 고무적이긴 하다. 1982년에는 축자영감설을 물었을 때 평신도의 92.3%, 목회자의 84.9%가 축자영감설을 지지했었다. 그러함에도, 아직도 성서에 오류가 없다거나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어야 한다고 응답한 개신교인들의 비율은 과반이 넘는다.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근본주의의 전략은 보통 두 방향에서 진행된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교리의 확립을 통해 자기 확신을 강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에 위협이 된다고 여겨지는 외부의 적을 배격하는 것이다. 전자를 내적 긍정, 후자를 외적 부정이라고 잠정적으로 이름 붙일 때, 그림1은 대체로 외적 부정의 정도를, 그림2는 대체로 내적 긍정의 정도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지표는 시대정신을 충분히 따라잡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완화된 근본주의를 지속하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자화상을 보여주는데, 외적 부정의 또 다른 대상으로서의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에 대한 개신교인들의 태도는 이 어정쩡한 완화의 의미를 확인하도록 한다(그림3 참조).

 

[그림2] 근본주의적 교리에 대한 의견 (개신교인 대상)
[그림3] 시대적 이념과 과제에 대한 반대(‘그렇다’ 비율)

 

진화론과 공산주의는 기독교 근본주의가 태동할 때부터 이 근본주의의 배격 대상이었지만,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인들은 진화론에 상당히 관대한 편이다. 반면, 공산주의에 대해서는 개신교인이나 비개신교인이나 할 것 없이 부정적이다. 특히 개신교인은 71.2%나 공산주의를 반대하여 54.3%인 비개신교인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비율을 보여준다. 이는 한반도가 처한 정치적이고 지정학적인 특성 때문이라고 조심스럽게 예측할 수 있다. 어쨌든 개신교인들은 비개신교인들과 비교하면 진화론, 공산주의, 동성애, 이슬람 전 항목에 걸쳐서 더 배타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근래 들어 갑자기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동성애나 이슬람에 대한 반대(동성애: 62.3%, 이슬람: 68.4%)는 진화론의 경우(45.9%)를 월등하게 뛰어넘는다. 더욱이 4가지 시대적 이념과 과제 모두에 있어서 개신교인 본인의 입장이 비개신교인이 보는 개신교의 입장보다 더 반대하는 비율이 높다. 시대적 이념과 사건에 대해 개신교인은 비개신교인이 예상하는 것보다 더 배타적인 셈이다.

 

정리하자면, 시대적 이념과 과제에 대한 배타성은 진화론의 경우를 제외하곤 다른 종교에 대한 배타성보다 강하고, 내적 긍정 항목들과 비교하면 더 높은 비율로 강하다. 따라서 2019년 한국의 개신교는 전반적으로 내적 긍정보다는 외적 부정의 요소들을 토대로 하는 근본주의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의 개신교는 38년 전의 한국 개신교인들보다 근본주의적이지는 않지만, 그래도 여전히 근본주의적인 성향을 유력하게 지닌 채 있는 셈이다. 2019년에도 근본주의가 한국 개신교의 유력한 대안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이 근본주의의 성격이다. 이 근본주의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내적인 신앙의 확신이 아니라 외부의 적이기 때문이다. 교리적 확신이 약화하고 있는 근본주의가 고개를 돌린 것은 외부의 적이다. 그런데 이 외부의 적은 다른 종교가 아니다. 다름 아닌 시대적 상황 자체다. 2019년 한국의 개신교는 내적 확신이 허물어져 가고 있는 근본주의를 지닌 채 다른 종교들의 존재감을 의식하면서 동시대와 싸우고 있다.

 

2) 기독교의 미래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여전히 근본주의를 가장 큰 대안으로 지닌 채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미래는 개신교인이라고 하면서도 제도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거나 출석하더라도 그 횟수가 매우 적다고 응답한 신자들의 성격을 통해 가늠할 수 있다.

 

우선 그림4에서 확인할 수 있듯,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은 개신교인은 개신교인 전체 평균과 비교할 때 성서무오설이나 성서문자주의 등을 긍정하는 비율이 현격히 낮다. 교회에 드문드문 출석하는 신자의 경우에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개신교인보다는 높은 비율로 근본주의적 교리를 긍정하고는 있으나, 이들의 긍정률 또한 개신교 전체의 긍정률과 비교할 때 유의미하게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개신교인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제도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은 신자들과 교회에 드문드문 출석하는 신자들은 거의 모든 지표에 있어서 개신교 전체 평균과 반대의 길을 향하고 있음을 그림5와 그림6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들은 다른 종교나 가르침의 진리성과 도덕성에 대한 긍정은 물론이고 심지어 구원 가능성에 대한 긍정도 과반이 넘을 정도로 다른 종교를 우호적으로 생각함으로써 다원주의적 태도에 접근해 있다.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은 개신교인들의 행보는 더욱 과감하다. 이들은 진화론을 대하는 태도를 제외하면 거의 전적으로 비개신교인의 평균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시대적 이념과 과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비개신교인에 근접해 있다(그림6 참조).

 

[그림4] 근본주의적 교리에 대한 긍정 (‘그렇다’ 비율)(Base=전체, N=차례로 1000명, 226명, 97명, %, 긍정률 기준)
[그림5] 다른 종교에 대한 긍정 (‘그렇다’ 비율) (Base=전체, N=차례로 1000명, 226명, 97명, %, 긍정률 기준)
[그림6] 시대적 이념과 과제에 대한 반대(‘그렇다’ 비율)(Base=전체, N=차례로 1000명, 1000명, 226명, 97명, %, 긍정률 기준)
[그림7] 연령별 교회 출석 양상(열심히 출석하지 않는 신자 중심) (Base=전체, N=차례로 160명, 208명, 251명, 230명, 151명, %, 긍정률 기준)

 

제도교회에 포섭되지 않은 채 개신교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이들, 그리고 제도교회에 포섭되어 있기는 하나 드문드문 출석하고 있는 이들은 제도교회가 제공하는 근본주의적 대안에서 이미 멀어져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이들은 과연 누구인가?

 

그림7은 교회에 잘 나가고 있지 않은 개신교인이 연령대별로 얼마나 분포하고 있는지를 나타낸다. 이에 의하면 교회에 출석하고 있지 않은 개신교인의 비율은 20대가 압도적이며(15.0%로 7.2%인 60대의 2배),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그 비율이 증가한다. 여기에 드문드문 출석하는 신자들의 비율을 합하면 20대 신자의 42.2%가 교회에 열심히 출석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며, 연령대별 분포의 추이는 이러한 양상이 젊을수록 급격하게 심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교회로부터의 이탈을 주도하고 있는 신자들은 젊은이들인 것이다.

 

따라서 확인되는 것은 20대를 중심으로 하는 젊은 층에서 근본주의적 제도교회로부터 이탈하여 동시대의 시대정신에 따르려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도교회가 근본주의적 대안에서 벗어나 시대정신과의 교감 속에서 새로운 대안적 기독교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제도교회로부터 이탈하는 개신교 젊은이들이 점증할 것으로 보인다.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개신교인들이야말로 한국 개신교의 미래를 보여주는 시금석인 것이다.

 

[과신대 포럼 발표문] 2019년 한국 개신교인의 근본주의 신앙관에 관한 인식 조사 (신익상).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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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