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판교 북클럽] 커넥톰

 

“정신은 뇌 안에서 일어나는 물리적 사건인가?” 아니면 "영혼과 같은 비물질적 실체에 의존하는 것인가?" 와 같은 질문을 생각나게 하는 책입니다.

 

보수적인 (그리고 업데이트되지 않은) 교리 공부를 받은 입장에서 정신을 물리적 사건으로 다루는 신경정신과학을 접하게 되면 영혼-육 이원론 혹은 영-육-혼 삼원론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는 식의 섣부른 종교재판을 먼저 하려는 습성이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교리 경찰관이라도 되는 양 매의 눈으로 자료를 찾다보면 이미 “기독교 사상사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향을 받은 아퀴나스에 기인하는 통전적(또는 일원론적) 흐름” 역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되는 것이고 “나의 무지가 곧 과학이나 신학의 한계가 아니다”는 명언이 옳구나~ 하며 스스로의 무지를 인정하게 되지요(음... 누구의 명언인지는 안알려줌).

 

 

커넥톰의 저자 자신은 “영혼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하나도 알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과학 대중서를 쓴 저자가 영혼의 존재를 인정 혹은 부정하기 위한 의도로 쓴 말은 아니겠습니다. ‘영혼’은 이원론이나 삼원론 관점에서라면 과학의 대상이 되기 힘들겠고 일원론의 관점에서라면 신경과학의 대상인 ‘정신’ 이상일 수 없거나 신경과학이 다루는 것 그것이 곧 영혼(의 일부라)도 다루는 것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서 신경정신과학이 인간의 정신을 물리적 현상으로 다룬다고 해서 그것이 곧 기독교 전통의 ‘영혼’ 개념을 훼손하거나 부정하려는 시도는 아닌 것이죠. 그런 의도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 과학적인 것이겠구요.

 

신경정신과학의 발전은 인간에 대한 더 깊은 이해를 하게 도와주리라고 기대합니다. 과학이 영혼 또는 영혼의 의미를 어떻게 할까 걱정하기보다는 과학의 연구성과를 신학이 어떻게 정리하고 받아들일까를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뇌간에 의해 매개되는 반사작용, 뇌파, fMRI 등을 통해 측정 가능한 범위에서 과학의 대상이 되는 영역이 있고 이것을 표현한 단어 ‘정신’. 이 단어를 ‘한스 큉’이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것에서 저는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정신’ 역시 진화의 산물임에 대해서도 말이죠.

 

“인간 정신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진화의 산물임이 계통발생사적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인간의 뇌도 특별하지 않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인간의 지적 능력은 유인원에게서도 그 초기 단계가 일부 나타난다. 따라서 뇌 없이는 정신도 존재할 수 없고 특정 뇌 중추의 활동 없이는 지적 성취도 불가능하다는 점을 전제하자. 그렇다면 신학적으로 은근슬쩍 넘겨 버려서는 안될 중요한 문제가 제기된다.” _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 (분도출판사, 240쪽)

 

‘정신’, ‘의식’, ‘영혼’


비슷한듯 비슷하지 않은듯이 구분되는 이 단어들을 한달동안 마치 기도를 위한 ‘거룩한 단어’로 삼기라도 한듯이 마음에 품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제 뉴런들이 참 고생이 많았습니다. ㅋ~

 

‘영혼’, ‘의식’ 이야기는 이 책 ‘커넥톰’이 다루는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겠는데요. 다른 책을 통해서 북클럽에서 다루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아무래도 철학이나 신학의 범주로 넘어가야겠지요.

 

인간의 ‘정신’을 다루는 ‘커넥토믹스’를 대하는 나의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봤습니다. 창조과학처럼 종교적 교리 아래에 두고 판단하려 하거나 지적설계처럼 신경정신과학이 아직까지 밝히지 못한 문제나 확률 계산 같은 복잡성에 비집고 들어가 종교를 주입하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유전자 이상이다. 당신은 당신의 커넥톰이다.”

 

한 회원이 이 대목을 읽다가 (조금 과장해서) 대성통곡을 하셨답니다. 유전자는 운명으로 느껴지게 하는 반면 커넥톰은 운명을 변화시킬 가능성을 보여주는데요. 마침 이 글귀가 큰 위로가 되셨다고....... 😭😭😭

 

 

갓 익혀 따끈따끈한 막거리빵을 가져와 주신 분도 계셔서 훨씬 맛있기까지한 독서모임이었습니다. 이 곳을 통해 한번 더 감사드려요~ ❤️

 

  • 과신대 분당/판교 북클럽 다음 모임은 2020년 1월 10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 독서 분량은 ‘커넥톰’ 8장~끝까지 되겠습니다.

강사은 (분당/판교 북클럽 회원)

posted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