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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대 이야기/과신대 소식

“창조와 과학을 품고 미래로 나아가겠습니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4. 13.

 

김정형 교수님의 과신대 <핵심과정> 강의를 듣고

 

 

삼국지의 가장 유명한 전투인 적벽대전에서 유비는 손권과 연합하여 조조의 80만 대군을 물리칩니다. 이 전투에서 유비와 손권의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중원을 조조에게 넘겨줄 수 없다는 그들의 미래 지향적 판단이 주요했기 때문입니다. 장신대 김정형 교수님의 과신대 핵심과정 강의를 들으면서 떠오르는 생각이 방금 말씀드린 삼국지 3대 전투 중에 하나인 적벽대전이었습니다. 교수님의 강의 의도와 목적은 전쟁으로 치면 장차작전(future operations)을 고려하자는 말씀으로 이해가 됩니다.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과거 인식과 현재에 대한 상태 파악이 필요하기 때문에 창조론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과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들의 모습, 그리고 신앙과 과학이 함께 풀어야 할 숙제까지 말씀해 주신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포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강의에서 신앙의 좋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강의해주신 내용에 대해 간단히 요점을 설명드리고, 우리가 어떻게 미래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뒷부분에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창조의 시작 - 창조론

 

우선 창조론(the doctrine of creation)과 창조설(creationism)의 용어 정의부터 하겠습니다. 창조론은 교리(doctrine)로서 창조자 하나님의 성품과 창조의 목적, , 하늘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WhoWhy의 문제입니다. 이에 반하여 창조설은 이즘(ism)으로서 과거 창조의 기원, , 땅의 이야기를 말합니다. WhenHow의 문제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창조설을 창조론으로 잘못 이해하고 있습니다. 창조설은 다음과 같이 여러 가지로 분류됩니다.

 

•평평한 지구 창조설(flat earth creationism)

•지구 중심 창조설(geo-centric creationism)

•젊은 지구 창조설(young-earth creationism)

•간극 창조설(gap creationism)

•날-시대 창조설(day-age creationism)

•점진적 창조설(progressive creationism)

•진화적 창조설(evolutionary creationism)

 

위와 같이 창조설은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지만, 창조자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며 과거 기원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각각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비본질적인 문제로 창조설 간에 논쟁을 하기보다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본질적인 창조신앙의 입장에서 서로를 인정하고 화합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겨집니다.

 

한편, 창조론에 기반한 창조신앙은 창세기에만 국한된 게 아니고 신구약 성서 전반에서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시대적으로 가장 앞선 창조신앙을 보이고 있는 시편을 비롯하여 포로기 이후에 강조되는 창조신앙, 이방신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창조주 하나님을 말하고 있는 예언서, 한 분이신 하나님을 강조하며 창조신학적인 함의를 나타내는 율법서, 모든 것의 답은 하나님께로 향한다는 지혜 문학의 잠언과 전도서, 하나님을 창조자로 전제하고 있는 신약성서 등 구약과 신약 성서 전반에 걸쳐 다채롭고 풍요로운 포괄적 창조신앙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이러한 창조신앙을 조직신학적 관점에서 보면 창조를 역사적 기원으로만 보기 보다는 창조의 시제가 영원을 향하고 궁극에는 삼위일체의 하나님께서 당신의 뜻대로 새 하늘과 새 땅을 완성시키실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이것이 곧 창조의 완성입니다.

 

 

창조의 진행 - 과학의 시대

 

현재, 우리는 과학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급속한 과학의 발전이 때로는 신앙에 대한 도전으로 비칠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창조론에 대한 본질적인 도전은 아닙니다. 이유는 과학적 사실만으로 전달할 수 없는 본질적인 진리가 성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과학의 시대에 과학을 배척함으로써 나타나는 부작용이 많은 까닭에 우리는 과학을 신앙과 갈등 관계로 보거나 무관하게 보는 자세를 지양해야 합니다. 또한, 문자주의적 성경 해석과 근본주의적 교리 신학 또한 극복해야 할 과제입니다. 왜냐하면, 이미 주어진 정답을 암기하는 정체된 신앙이 아닌 신구약 성서를 관통해서 살아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실천하는 역동적 신앙으로 탈바꿈해야 과학의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 과학을 품으면 의심이 늘어나가 보다는 오히려 하나님에 대한 이해가 더욱 풍요해집니다. 더 광대하신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의 능력을, 더 오묘하신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의 지혜를, 더 신비로우신 하나님을 통해 하나님의 신비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을 배척하거나 무관심하게 대한다면 복음 전도와 선교의 기회를 놓쳐버리게 됩니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의 탐구 대상인 자연이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하에 신학과 과학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 두고, 궁극적으로는 과학이 제공하는 지식을 창조주 하나님을 아는 지식에 간적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겠습니다.

 

 

창조의 완성 - 도전과 응전

 

사실 어떠한 창조설을 따른다 하더라도 창조론자로 살아가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 하지만, 과학시대의 특징을 생각할 때 청소년이나 청년들과의 대화를 생각한다면 과학을 품는 창조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세대별 다양한 입장을 존중하고 비본질적인 문제로 인한 소모전을 중단하기 위해서는 눈높이 창조신앙이 필요하며, 나아가 창조자 하나님의 신앙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미래 지향적 대화가 필요합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이안 바버(Ian Barbour)가 정의한 종교와 과학이 관계를 맺는 방식의 네 가지 유형(갈등, 독립, 대화, 통합) 중 통합 모델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합 모델’은 그 안에 세부적인 모델이 있으며, 그 중 ‘자연의 신학 모델’이 기독교 창조론의 핵심 진리를 보존하면서도 현대 과학과 유의미한 대화의 창구를 열어줄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모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신앙에 대한 도전은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으로부터만 오는 게 아니라, 맘몬을 우상으로 섬기는 물신주의,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을 해치는 다양한 폭력, 지구 환경의 파괴로 인한 생태계 위기 등으로부터 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도전은 과거가 아닌 미래로부터 옵니다. 트랜스 휴먼의 시대에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이러한 미래로부터의 도전은 과거 이야기로는 해결할 수 없으며 창조신앙으로 우리들의 삶 속에서 살아 응전해야 하며 입증해야 하는 것입니다.

 

 

글을 정리하며 다시 삼국지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삼국지의 3대 전투는 서두에 말씀드린 적벽대전을 비롯하여 관도대전과 이릉대전이 있습니다. 이 전투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세력이 큰 쪽이 패했다는 것입니다. 비록 부풀려 포장된 중국문학이라 할지라도 이러한 전투들이 시사하는 바가 있습니다. 바로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과 ‘강한 도전에 응전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적벽대전에서 유비와 손권이 손을 잡지 않았다면 조조를 물리칠 수 없었을 것입니다. 또한, 도전에 응전하고자 하는 마음이 없었다면 관도대전과 이릉대전에서 숫적 열세를 극복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전쟁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현행작전(current operations)도 중요하지만 장차작전(future operations)도 반드시 고민해야 하고 계획해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가 본질적이지 않은 이유로 분열하거나 갈등을 해서는 미래의 승리를 보장할 수가 없습니다. 다양한 생각을 하는 창조론자들이 하나의 신앙고백으로 서로 하나가 되어 이 신앙고백을 위태롭게 하는 모든 위협에 맞서 함께 힘을 모아겠습니다. 바로 창조와 과학을 품고 미래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요
통치자들과 권세들과 이 어둠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을 상대함이라.”
(에베소서 6:12)

 

 

과신대 김완식 기자 (comebyhere@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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