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제국의 프로테스탄트] 4. ‘고작 1℃’여서 문제 없다고?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6. 12.

이미지 출처: https://www.greenqueen.com.hk/

 

글_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기후변동과 기후변화


지난 글에서 설명한, 매년 기후의 상태가 변하는 ‘경년변동성’(經年變動性)이 기억나시는지요? 2018년에는 한파와 폭염이 있었습니다. 서울 기준 연 최저기온 -17.8℃, 연 최고기온은 39.6℃를 기록했습니다. 반면 2019년에는 겨울이 별로 춥지 않았고, 여름도 별로 덥지 않았습니다. 2019년 1월 최저기온은 -10.1℃이었고, 여름철 최고기온은 36.8℃이었습니다. 이렇듯 해마다 온도의 변화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것을 ‘기후변동’이라고 합니다. 이와 달리, 기온이나 강수량 등의 ‘평균값’이 한 방향으로 꾸준히 변하는 것을 ‘기후변화’라고 합니다. 

지난 글에서 ‘기후’를 사람이 가진 성격에 비유할 수 있다고 했는데요. 이 기후의 값은 대개 20년에서 30년을 관찰한 평균 날씨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수많은 기후변화 중 하나인 지구온난화는 많이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1880년에서 2020년, 전 지구 연평균 기온 대비 연도별 연평균 기온과 30년 이동 평균 기후 값. (출처: NASAGISS)

 

위 그래프는 미항공우주국(NASA)에서 발표한 1880년부터 2020년까지의 지구 연평균기온 도표입니다. 점과 직선으로 연결된 선은 연도별 연평균 기온을 의미하고, 곡선은 30년간의 평균기온인 기후 값을 나타냅니다. 매년 기온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경년변동성도 있지만 1970년대부터 뚜렷하게 상승하는 추세를 볼 수 있습니다. 기후 값을 의미하는 곡선도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기후 값이 변하는 기후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구의 기온이 점점 오르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지구온난화입니다. 다음 그림(142쪽)은 지구온난화가 공간적으로 어떠한 분포를 가졌는지를 나타냅니다.

이 그림은 대륙별로 1951년부터 1978년 사이의 평균 기온에 견주어 2010년부터 2019년의 평균 기온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보여줍니다. 그림을 보시면 대부분의 지역이 노란색이나 적색으로 칠해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범주를 보면 0.2℃ 이상의 온난화가 이뤄진 지역을 진한 색으로 표시했기 때문에 지구 대부분의 지역이 온난화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같은 바다보다는 육지의 온난화 경향이 뚜렷하고, 남반구보다는 북반구가, 그리고 열대지역보다는 중·고위도 지역에서 온난화 경향이 강합니다. 그중에서도 북극 지역의 온난화가 가장 심한데, 다큐멘터리 <북극의 눈물>이나 언론을 통해서 많이 접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고작 1℃만 상승했지만


지구온난화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배출한 온실가스로 인해 일어난 현상입니다. 그 결과 지구의 평균 기온은 고작 1℃밖에 상승하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1℃는 체감하기도 어려울 만큼 작은 수치입니다. 하지만 연평균 기온 1℃의 상승은 여름철 폭염 발생 빈도를 145배나 증가시킵니다. 과거에는 매우 드물게 일어나던 폭염 현상은 평균 기온이 상승하면서 더 강하고 빈번하게 나타났다는 사실이 관측되었습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143쪽) 과거(1951년에서 1980년)를 나타내는 청색 선 보다 최근(2005년에서 2015년)의 분포를 나타내는 적색 선이 오른쪽으로 치우쳐져 있습니다. 현재에 가까운 시기일수록 오른쪽으로 치우치는 모습입니다. 가로축은 기온과 기후 값의 차이를 표준편차로 나눈 값인데, 최근에는 과거에 비해 높은 기온이 나타날 확률이 증가했음을 나타냅니다. 

 

1951-1978년 연평균 기온 대비 2010-2019년의 연평균 기온 차이.(출처: NASAGISS)

 

특히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한 극한(extreme) 기온 현상이 관측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아래 도표의 가로축 기온의 4, 5, 6 강도의 폭염 현상이 과거에는 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최근 들어 빈번해진 것입니다. 따라서 매해 여름마다 자주 갱신되고 있는 최고 기온은 자연 변동성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들이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면서 확률적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하는 인재(人災)라는 연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습니다.

 

북반구 여름철(6, 7, 8월) 기온의 확률분포. 가로축은 정규화 된 기온, 세로축은 발생 빈도 확률. (출처: Hansen and Sato 2016 Environ. Res. Lett. 11 034009)

 

극한 기온 현상이 빈번히 발생하게 된 이유는 평균기온 상승이 토양을 더 건조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여름철 시장에 가면 상인들이 대야에 물을 받아 바닥에 뿌리곤 했습니다. 시멘트 바닥에 물을 끼얹으면 순간적으로 열기가 가라앉는데, 물이 수증기로 증발하면서(기화) 주변의 열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지표 토양에 수분이 있으면 폭염이 오더라도 수분이 기화하면서 기온 상승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평균기온 상승으로 토양의 수분이 고갈된 상황에서 여름철 폭염이 발생하면, 기화할 수분이 없기에 폭염은 억제되지 못하고 계속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막 지역은 사막화가 더 가속되기도 합니다.

 

 

북극의 기온이 급상승하는 이유


북극은 주로 바다로 이루어져 있고 기화할 물도 많은데 왜 지구온난화가 가장 극심하게 나타나는 지역이 되었을까요? 그 이유는 바로 반사율(albedo)에 있습니다. 여기서 한 번 더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해보고자 합니다. 돋보기로 검은색 색종이를 태웠던 기억을 가지고 계시는지요? 검은색은 태양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돋보기로 빛을 모아주면 쉽게 타지만, 흰색 종이는 쉽게 타지 않습니다. 흰색은 모든 빛을 반사하기 때문입니다. 

북극 지역은 주로 해빙(바닷물이 얼어 있는 것)이나 눈이 바다와 육지를 덮고 있어 희게 보입니다. 따라서 많은 양의 태양열이 반사되어 낮은 기온을 유지합니다. 하지만 지구의 이불이라고 할 수 있는 온실가스로 인해 기온이 상승하기 시작하면, 해빙이나 눈이 녹고 바다와 육지의 표면이 노출됩니다. 바다와 육지 모두 해빙이나 눈보다는 태양열을 잘 흡수하기 때문에 기온이 빠르게 상승하고 그러면 다시 해빙과 눈이 녹습니다. 결과가 다시 원인 제공을 하는 순환이 증폭되는 것을 피드백이라고 합니다. 극심한 건조와 폭염을 증폭시키고 평균기온을 높이는 이런 파괴적인 피드백 작용을 통해 북극 지역의 기온은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폭염, 북극이 녹아내리는 현상 등 지구가 직면한 문제는 나와 별 관계없는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기는 이들이 많습니다. 그건 과학자들이나 정부 당국자들이 할 일이지, 자신의 일상과는 무관하게 여기는 것이지요. 그러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자기계발과 개인 자산 운용 등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듯, 우리와 우리 후세대가 살아가야 하는 터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과 책임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우리의 일상이 실천과 관심으로 나아가는 변화가 생기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