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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책

[과신책] 다윈의 실험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7. 13.

 

제임스 코스타 | 다윈의 실험실 | 박선영 역 | 와이즈베리 | 2019

 

윤세진_ 구일고등학교 과학교사, 과신대 실행위원

 

 

종의 기원으로 유명한 다윈. 고등학교에서 생명과학을 가르치고 있는 나 자신도 다윈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 못한 채로 다윈의 진화론이나 비글호 항해 정도만 아이들에게 가르치곤 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접하면서는 책 표지에 소개된 글에 끌려 읽기 시작했다.

 

"괴짜 박물학자 다윈의 집 뒷마당에서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실험들"

 

다윈에게 괴짜인 점이 있었을까? 기상천외한 실험들에 무엇이 있을까? 이런 기대들이었다.

 

물론, 이 기대는 첫 장을 넘겨 차례를 살펴보면서 여지없이 깨져 버렸다. 사실 이 책은 다윈의 종의 기원과 그 외의 여러 책이나 논문들을 집필하는 과정에서 다윈이 실시했던 다양하고, 치밀하고, 세세한 실험들 중에서 아주 일부분이 정리된 것이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제시한 여러 실험은 자신이 주장하는 진화에 대한 충분한 근거가 되고도 남는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추가적인 다양한 실험도 진화의 증거 실험으로 제시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실험과 그 결론은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를 뒷받침하는 실험으로도 손색이 없다.

 

이 책에서 제시되는 다양한 실험들은 자신이 머물던 집과 집 주위의 자연, 친척들과 친구들로부터 얻은 다양한 정보를 기반으로 시작하고 진행되고 결론 내려진 것임을 알 수 있다. 오늘날에는 팀 단위로 연구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겠지만, 다윈이 살던 시절에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며 함께 연구한 경우는 다윈 이외에는 드물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이다. 궁금한 것은 그것을 알 만한 사람이면 누구에게든지 질문하는 다윈의 모습이 존경스러울 정도이다.

 

이 책은 단순히 실험 내용만 제시한 것이 아니다. 다윈은 대체로 실험을 시작하고 진행하면서 친구들이나 자녀들, 동료 과학자들과 실험에 대한 서신을 주고받았으며, 그 실험이 자신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또한 자신의 실험에 대한 다른 사람의 비판에 대해 무시하려는 자세보다는 스스로 더 철저한 검증을 하려고 시도하였으며, 철저한 검증을 마친 후 결과에 따라서 겸손히 받아들이기도 하고,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고 주장하여 관철시키는 경우도 있었다. 즉, 실험 결과와 그에 따른 결론만을 따르는 과학적인 태도를 가졌으며, 이러한 태도는 과학자라면 당연히 본받아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다윈의 실험을 다루고 난 뒤에 그중에서 지금도 해 볼만한 실험들을 제시한 것이다. 각 장이 끝나는 곳에 그 장의 대표적인 실험을 해 볼 수 있도록 준비물과 실험 절차를 상세하게 안내해 주고 있다.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따라 해 볼 만한 실험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책에 제시된 실험들을 따라 하다 보면 내가 다윈이 된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대표적인 실험들은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첫 실험으로 초창기 다윈이 종의 기원을 저술할 무렵에 실시했던 두 가지 실험 - 따개비 실험과 비둘기 연구 - 이 있다. 따개비 실험은 다윈의 진화론과 무관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변이의 종류가 얼마나 다양한지를 깨닫게 하였고, 선택의 중요성을 알게 했으며, 비둘기 연구로 이어지게 해 주었으며, 진화와 연관된 첫 번째 실험이었다.” 이 두 실험은 특히 다윈에게 실험가 정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다윈의 실험으로 제시된 두 번째 실험은 정원 잔디밭에서의 식물에 대한 실험이다. 이 실험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다윈은 생존경쟁의 개념을 이미 알고 있었으며, 생태학적 상호 연계성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정원에서 식물의 다양성을 연구하는 실험을 실시하였으며, 특히 생태적 분업과 생명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근거로 싱클레어의 실험 결과를 인용하였다. 다윈은 정원 잡초 실험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투쟁과 공존이 함께 일어나는 모습을 관찰하였고, 결국은 생태학적, 진화론적 시각에 대한 명확한 증거를 갖게 되었다. 이전까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자연에 대한 생각이 조화였다면, 다윈은 이제 자연 속에서 생물들은 투쟁한다는 관점으로 바뀐 순간이다.

 

벌에 대한 연구는 다윈이 자연선택을 명확하게 제시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해 주었다. 벌이 집을 만드는 과정이 벌의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호박벌, 멜리포나, 꿀벌 순으로 벌집의 구조가 달라지는 것을 통해서 진화적 발자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뻐꾸기의 탁란, 노예를 사냥하는 개미 등과 같은 동물의 행동도 자연선택에 의한 결과라는 것을 다윈 특유의 관찰을 통해 결론을 지었다.

 

다윈은 다양한 씨앗 실험을 통해 씨앗이 얼마나 먼 곳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였으며, 이 실험을 통해 우연적 분산 모델을 제시하였다. 식물뿐 아니라 동물들도 다양한 방법을 이용하여 다양한 지역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특히 개구리밥이 퍼져나가는 과정을 연구하는 과정을 보면, 연구자들이 어떤 것도 당연시하지 말고 관찰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윈은 기존 생각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그런 과학자가 아니었다. 자신이 철저하게 확인하고 실험하여 그 결과만을 받아들이는 그런 과학자였다.

 

다윈은 꽃과 벌, 새 등에 대한 세심한 관찰을 통해 식물의 경우 자가수분보다는 타가수분이 자손 번식에 유리하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이는 또한 유성 생식이 무성 생식보다 유리하다는 오늘날의 원리와도 일치하는 것이다.

 

종의 기원을 발간한 후에 시작된 난초 수분 과정에 흥미를 느낀 다윈은 다양한 종류의 난초를 구하여 각각의 수분 과정을 관찰하였다. 난초는 수분 과정과 관련하여 아주 다양한 장치들을 가진 기계 같은 모습을 발견하였다. 이러한 다양하고 복잡한 수분 관련 구조는 지적설계로 설명하기보다는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로 설명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되었다.

 

 

다윈은 또한 동물과 식물의 공통 조상을 찾기 위해 끈끈이주걱, 파리지옥 등의 식충식물을 연구하였다. 이 식물들이 자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소화는 어떻게 시키는지 등의 연구를 실시하면서 동물과의 공통점을 제시하려고 노력하였다. 야생 오이를 비롯한 다양한 덩굴식물들을 관찰하고 이들이 물체를 타고 올라가는 과정에서 자극에 대한 반응을 보여주었으며, 자엽초에 대한 실험 역시 식물의 운동성을 보여주는 실험이었다. 이러한 여러 식물들에 대한 관찰과 실험과 노력은 동식물의 공통조상에 대한 이해를 하려는 다윈의 목표와 연관된 것이었다.

 

마지막으로 지렁이에 대한 실험은 다윈이 지질학 분야에서 처음 흥미를 느꼈던 주제였고, 그 이후 40년 뒤에 마지막 연구 주제가 지렁이였다. 다윈은 지렁이의 소화 과정에 의해 침식이 일어나는 것을 확인하였고,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데 지렁이의 공헌을 밝혔으며, 고대 유적이 침하되는 과정에도 지렁이가 관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생명과학의 발전에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고 오늘날에도 그 영향은 가늠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많고 분야도 다양하다. 이러한 종의 기원을 쓸 수 있었던 원동력을 다윈의 실험실에서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다면, 이 책을 읽는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종종 실험 내용이 지루해질 수도 있겠으나, 관찰과 실험에 대한 다윈의 끈기와 지독한 집중력을 책의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집중력의 결과가 종의 기원이라는 대작을 완성할 수 있었던 기초가 아니었을까.

 

 

p.s. 책의 분량이 꽤 많고(568쪽) 생명과학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서 관련 지식이 부족하면 자칫 어려울 수도 있다. 어려운 용어는 하나씩 차분하게 알아가면서 읽다 보면 다윈의 실험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면 종의 기원을 읽을 수 있는 용기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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