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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책

최초의 7일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7. 22.

 

존 C 레녹스 | 최초의 7일
노동래 역 |
새물결플러스 | 2016

 

 

벌써 과신대 추천도서 10권 중 7번째 책을 읽게 되었다.

 

처음 의도는 나처럼 과.포.자(과학을 포기한 자)나, 일반 주부들도 과신대 추천도서를 읽으면 변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과학 때문에 괜히 주눅 들어있던, 숨어있는 정회원들의 활동을 독려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추천도서 앞쪽 5권은 가벼운 접근에서 천천히 전체적인 모양을 다룬다면, 나머지 다섯 권은 (아마도) 깊이 있는 내용들을 다루는 것 같다는 느낌이 앞의 책 ‘오리진’을 읽으며 강하게 들었었고, ‘최초의 7일’을 읽으며 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 책에서는 그동안 두루뭉술하게 다루었던 창세기 1, 2장의 이야기를 자세히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읽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보통 + 사람 + 주부로서 끝까지 가보기로 한다.

 

전반적으로 이 책은 앞의 책들에서 계속 이야기되어온, 과학과 신학은 대립관계가 아님을 밝히고 있다. 또 앞의 책들에서 잠깐 언급된 갈릴레오의 에피소드를 자세히 밝히고 있어 흥미로웠다. 특이한 점은 책의 1/3 정도가 부록인데, 개인적으로는 부록을 먼저 읽고 난 다음 본문을 읽는 것이 이해에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은 동유럽의 ‘과학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기독교를 고려해보기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실 한국에는 교회가 굉장히 많고 교회를 다니지 않더라도 교회에 대한 자잘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나도 자연스럽게 교회에 대해, 기독교에 대해 생각해본 것이지, 타문화권에서 살았다면 기독교를 비과학적이라고 생각해서 고려해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독교가 그런 취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좀 충격적이었다.

 

저자는 총 5장을 할애해서 최초의 7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놀란 부분은 현대에 지동설이 상식인 것처럼 과거에는 천동설이 상식이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천동설을 믿고 있으면서도 성경을 읽고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을 사는 것에 전혀 불편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왜, 과학과 신학이 대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이 책을 읽다 보면, 지구가 오래되었다거나 천동설과 지동설의 주장과 믿음이 무슨 관계였다던가 최초의 인류는 어디서 어떻게 발생했다던가 하는 질문들보다 더 위에 있는 질문들을 생각하게 된다.

 

어떤 방법을 쓰든, 결국 하나님은 선하시다는 것을 우리는 부인할 수 없다. 하나님이 인류를 1초만에 지으셨든, 하루 24시간 x 6일에 걸쳐지으셨든, 하나님은 인류를 지으시고 아름답다 하시며 평안을 누리셨다는 사실이 더욱 중요하다. (물론 위의 질문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저자인 레녹스는 우리의 시점을 과학과 신학의 대결에서 벗어나 우리가 왜 과학과 신학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만들어준다.

 

 

나는 저명한 천체 물리학자와 창세기의 창조 내러티브에 관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는데, 그는 내게 성서를 믿는 것이 원시적이라고 말했다. 나는 내 견해의 요점을 설명하기 위해 칠판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리고 하나님이 빛이 있으라고 말씀하시니 빛이 생겨났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그것은 참으로 원시적인 발상이군요. 설마 그 구절을 믿으시는 것은 아니겠지요?”(중략) 나는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 “원시적인 것은 당신이군요.” p.28

 

이 부분을 읽으며 나는 레녹스가 참 위트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초의 7일에 관한 의견의 스펙트럼이 다양한 이유가 무엇인가? 그것은 텍스트를 비유로 또는 문자 그대로 해석한다고 믿는 자신만의 관점이 옳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레녹스가 조금 비겁한 사람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선하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최초의 7일에 대한 비밀을 알아가며 서로 의견이 다르더라도 존중하고, 겸손한 자세를 취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는 예전에 젊은지구론 신봉자였고, 그것을 안 믿는 사람은 다 무시했다. 그 다음에는 진화적창조를 믿었고, 그것을 안 믿는 사람을 다 무시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과연 무엇이 중요한가.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가. 하나님이 최초의 7일 동안 창조를 하시며 우리 인간에게 원하신 것은 무엇일까.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그리스도인들이 모두 자신의 의견만이 진리인 양 뻣뻣하게 굴지 않고, 오직 우리 주 되신 그리스도 예수 앞에서만 떳떳하게 서로 마주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의 난이도가 점점 상승해 이 짧은 책을 읽는 데도 많이 힘들었지만, 계속 반복해서 책을 읽고 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 날 안개와 같던 것이 걷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다음에 읽을 책을 기대해본다.

 

 

이혜련 기자 (1221hannah@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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