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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기후변화제국의 프로테스탄트] 6. 지구공학 기술은 대안이 될 수 있을까?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8. 4.

출처: Christina Animashaun/Vox

 

글_ 김진수  (스위스 취리히 대학교 선임연구원, 과신대 정회원)

 

 

지난 글에서 기후변화의 요단강, 즉 돌이킬 수 없는 연쇄적 반응이 일어나는 ‘티핑 포인트’를 소개했습니다. 기후 시스템 안에 여러 피드백 과정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인류 활동으로 시작된 지구온난화 현상이 증폭될 가능성을 설명했는데요. 지금 당장 이산화탄소 등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야 연쇄반응을 막을 수 있겠지만, 경제적 피해가 따르기에 전 세계 국가가 난감해하는 상황입니다.

 


국제사회의 노력, 교토의정서와 파리협정


물론 모두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1994년 3월 21일 발효되었고 거의 모든 국가(197개국)가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협약의 목표는 ‘인간이 기후체계에 위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준으로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를 안정화’하는 데 있습니다. 1997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구체적인 감축 의무를 담은 ‘교토의정서’가 채택되어 2005년 2월 16일 발효되었으며, 우리나라는 2002년 11월 8일에 의정서를 비준한 바 있습니다. 교토의정서는 미국, 일본, EU 등 선진국에 대해 제1차 의무 이행 기간(2008-2012년) 동안 구체적인 감축 의무(1990년 대비 평균 5.2%)를 규정했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일부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22.6% 감축해서 목표를 훨씬 뛰어넘는 성과를 거두었지만, 교토의정서를 비준하지 않은 미국을 비롯해 캐나다, 일본, 러시아, 뉴질랜드 등은 제2차 의무 이행 기간(2013-2020년)에 불참했습니다. 특히 미국은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8%를 차지하는데도, 자국의 산업 보호를 위해 2001년 3월 협약에서 탈퇴하였습니다. 또한 많은 인구를 바탕으로 급성장을 하며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한 중국, 인도 등이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되어 감축 의무가 명시되지 않아 그 한계가 드러났습니다.

이에 따라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체제가 요구됐고, 2015년 12월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신(新)기후체제의 기반이 되는 ‘파리협정’이 채택되었습니다. 교토의정서처럼 감축 의무를 하향식(top-down, 상부에서 결정된 내용을 개별 국가에 일괄 적용)으로 결정하면 시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국가 간 의견 대립이 심해 감축 수준 합의가 어렵기에, 파리협정에서는 더 많은 국가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기후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한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채택했습니다. 개별 국가가 자국 상황을 고려하여 자발적 목표를 정하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지는 않았지만, 5년마다 각 국가가 제출한 목표가 부합하는지 이행 점검을 하여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하는지에 초점을 맞춰 진행합니다.

 

   
국제 사회가 법으로 강제하지는 못해도 국가별 상황에 맞춰 노력을 해나가던 중, 돌연 2017년 6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합니다. 이렇듯 여러 정치적·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당장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발전과 운송 부분에서 화석 연료 사용이 감소하고 석유가 넘쳐나 보관할 곳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막대한 양의 화석 연료가 태워지고 있고 이산화탄소 농도는 2020년 5월 기준 417.1ppm을 기록하며 지난해(414.7ppm)보다 2.4ppm 증가했습니다.

 


지구공학 기법으로 온난화를 막을 수 있을까?


이에 일부 과학자들은 지구공학(geoengineering) 기법을 개발해서 지구온난화를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합니다. 이전 글에서 얘기했듯이, 온실가스는 지표면에서 나오는 적외선을 흡수하여 다시 지표면으로 방출함으로써 지표면의 온도를 높입니다. 그런데 온실가스보다 태양에서 전달되는 햇빛이 원천적으로 많은 양의 에너지를 쉬지 않고 발산하여 지구를 데우고 있기 때문에, 이 햇빛을 차단하면 지구 온도를 낮출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아이디어입니다.

이를테면 직사광선을 막아주는 나무 그늘에 있거나 양산을 쓰면 시원해지듯이, 성층권에 햇빛을 반사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비행기로 주입한다거나 바다에 대형 가습기를 띄워서 구름을 많이 만들거나, 지구와 태양 사이 우주 공간에 빛을 반사하는 거울을 가진 우주정거장을 띄우자는 등 많은 아이디어가 공론화되었습니다. 실제로 화산 활동으로 인해 화산재가 햇빛을 차단하기도 하는데, 화산 분출 시 방출되는 이산화황(SO2)이 성층권에 도달하면 산화과정을 거쳐 황산 에어로졸이 되어 햇빛을 차단하여 성층권 온도는 높이고 지표면의 온도는 낮추는 효과를 낳습니다.

지난 수세기 동안 가장 큰 화산 폭발은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라는 곳에서 발생했는데, 당시 이산화황이 지표에서 44km 높이까지 도달했고 성층권에서 지구 전체로 퍼졌습니다. 대류권에서는 쉽게 침강되거나 비가 오면 쓸려 내려갈 수 있지만 성층권은 날씨 변화가 거의 없어서 화산재가 수년 동안 머물렀습니다. 당시 세계 연평균 기온이 5도 정도 하강하고 아일랜드를 비롯한 유럽 여러 지역에서는 낮은 기온과 폭우로 인한 기근 발생 기록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최근에는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에서 발생한 화산이 이례적이었는데, 약 2천만 톤의 이산화황이 성층권에 올라갔고 1~3년간 지표에 도달하는 햇빛을 10% 감소시켜 지구 평균 기온을 0.2~0.5℃ 떨어뜨렸습니다.

 

출처: https://www.spp-climate-engineering.de/focus-program.html


이처럼 화산 폭발이 지표 온도에 순간적으로 끼치는 영향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화산 폭발로 인한 온도 하강은 일시적인 현상일 뿐 지속적인 온도 하강을 위해서는 많은 에어로졸을 성층권에 꾸준히 투여해야 합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오존층 파괴 및 환경오염을 일으키거나, 가뭄이나 기후 교란으로 식량 생산에 차질을 불러올 가능성이 생겨납니다. 그리고 비록 햇빛을 차단하여 온도를 떨어뜨린다 하더라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계속 존재하기 때문에 바다에서 지속적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해양 산성화가 일어나는 등 온실가스 증가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기후변화의 비가역성


지난 글에서 이산화탄소의 수명이 길기 때문에 배출을 멈추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그래프를 소개했습니다. 당래 많은 공학자들의 연구 끝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저장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이산화탄소 농도를 산업혁명 이전의 수준으로 되돌린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기후가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연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의 비가역성 때문입니다. 비가역(非可逆)의 사전적 의미는 ‘변화를 일으킨 물질이 본디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일’입니다. 예를 들면, 길바닥에 물을 엎질렀을 때 쏟은 물을 다시 모아 컵에 담더라도 원래 상태로 돌아가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다음 시간에는 기후변화의 비가역성에 대해 해수면 상승, 산불 등의 예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 출처 : 복음과상황(http://www.gosco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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