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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Homo sensibilisㅡ"untact "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0. 7. 28.

 

Homo sensibilisㅡ"untact "
그대에게 접속 contact 하는 눈을 보았다. 



그대는 눈으로 존재한다.
마스크로 가려진 얼굴은 눈만 보여준다.
미소 짓던 그대 입은 미치도록 보고 싶은 그리움이다. 솜털이 삐죽 서도록 달콤하게 속삭이던 그대 입술은 기억에 없다. 기억마저 깎아내 버린 천 개의 바람만 불뿐이다. 입은 얼굴에서 가려져야 한다. 

머리카락에 바짝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맡던 코는 퇴화되어간다. 코는 더 이상 그대가 스칠 때 맡아지던 향기에 빠져들 수 없다. 봄바람에 실려온 그대의 샴푸 향기는 아련하기만 하다. 숨을 내쉬고 들이마시는 코는 불안하다. 코는 없어져야 한다.  

눈, 코, 입이 있는 얼굴은 위험하다. 코와 입이 가려진 얼굴이라야 그대도 나도 서로에게 안전하다. 코와 입이 가려진 얼굴에서 안전한 것은 눈이다. 안전하게 남겨진 눈은 코되기와 입되기를 요청받는다. 얼굴에 있는 구멍들 중에 다른 구멍은 위협적이고 폭력적이다. 오직 안전한 구멍은 눈이다. 망막의 신경들은 세상과 접속하는 유일한 코드다. 

그대의 손은 위험한 신체다. 그대가 손으로 만지는 것들은 하나같이 꺼려지고 위험한 것들이 되어버린다. 만지는 손은 불안을 생성하고 안전을 소멸시킨다. 그대에게 내밀던 따뜻한 손은 환대와 환영이 아니라 거절하고 멈칫거리게 하는 손이다. 어깨를 도닥이는 손은 혐오다. 그 손은 거세되어야 마땅하다.

그대 얼굴에서 코를 지우고 입을 지운다. 그대의 몸에서 손을 지운다. 얼굴의 구멍들이 사라지다보면 기관을 만들기 전의 세포까지 내려간다. 세포 덩어리들. 그대는 온통  덩어리다. 그대를 다시 볼 수 있을까? 내 하루엔 그대는 없고 덩어리만 있다. 나부끼는 추억까지도 삼켜지고 오직 덩어리만 남았다.  

 


덩어리는 인간이 아니다. 덩어리는 동물이다. 인간은 동물되기를 한다. 덩어리는 푸줏간에 놓인다. 덩어리는 퇴행한다. 덩어리는 부화 중인 달걀이다. 덩어리는 미분화다. 덩어리는 원점이다.

그대의 얼굴은 해체되고 남겨진 눈은 더듬이가 된다. 그대의 얼굴은 눈이고 눈은 더듬이다. 그러므로 그대의 머리는 더듬이로 존재한다. 눈은 그대의 손도 대신한다. 눈은 만지는 눈, 더듬는 눈이 된다. 그대의 몸은 눈이다. 눈은 더듬이다. 그러므로 그대의 몸은 더듬이다. 드디어 그대는 눈만 남았고 눈은 그대의 몸이자 더듬이다. 그대는 더듬이다.

지워진 얼굴의 자리에는 인간적이지 않은 머리만 있다. 온갖 감각을 수용하는 더듬이 머리다. 그대의 몸은 덩어리이고 더듬이다. 그러나 새롭고 낯선 것을 생성해내는 덩어리다. 덩어리는 무한한 가능성과 잠재성의 영역이다. 덩어리 되기는 창조적인 뒷걸음이다. 

코와 입을 가리는 마스크는 덩어리로 만든다.  가려진 얼굴은 덩어리다. 우리는 인간되기 전으로  뒷걸음질 친다. 덩어리는 인간과 동물의 공통영역이다. 인간은 몸이고 몸은 덩어리다. 고통받는 인간은 동물 같다. 고통받는 동물은 인간 같다. 

고통의 비명은 눈으로 지른다. 고통으로 눈이 일그러진다. 눈은 벽을 손톱으로 긁으며 몸부림치는 고통을 느낀다. 그대를 부르는 것도 눈이다. 원망스러움과 야속함을 말하는 것도 눈이다. 눈은 불안과 두려움을 맛본다. 눈은 고통으로 불덩이가 된 체온을 잰다. 모든  감각은 오직 눈으로만 접속한다. 

비 오는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 지하철에 탄 사람들, 일정 거리만큼 떨어져 앉은 연인들, 갤러리를 찾은 사람들, 그들은 모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눈으로만 세계와 접속한다. 나는 눈으로 세계와  접속하는 그대를 보았다.  

 

 


 

그대가 그립다 / 함한식


바람이 불 때면 그대가 그립다
바람결에 날리는 머리카락에 나던
그대 내음이 맡고 싶어진다

눈이 내리는 날엔 그대가 그립다
하얀 눈을 맞으며 좋아라 뛰던
그대의 청순함이 보고 싶다

비가 오는 날엔 그대가 그립다
어깨동무로 우산을 쓸 때 전해지던
그대의 체온을 느끼고 싶다

구름 낀 날엔 그대가 그립다
여러 가지 모양의 구름들 속에
그대 닮은 구름을 찾을 수 있으니까

햇빛이 따사로운 날엔 그대가 그립다
꾸밈과 숨김이 없는
그대의 맑은 얼굴을 볼 수 있으니까

금방 만나고
금방 헤어져도
또다시 그대가 그립다

 

 

글_ 백우인 (bwoo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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