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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대 이야기/과신대 사람들

이재진 회원님을 소개합니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1. 28.

 

안녕하세요. 저는 현재 미국 아이오와주립대 농업생명공학과에서 겸임 조교수 및 연구과학자로 일하고 있는 이재진이라고 합니다. 얼마 전, 뒤늦게 과신대의 존재를 알게 되었고 기쁜 마음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환경 중에 존재하는 박테리아를 대상으로 분자생물학적 실험을 수행하고 생물정보 및 환경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환경과학자입니다. 환경 과학은 연구 분야가 상당히 다양하고 광범위하여 다학제적 연구가 많이 이루어집니다. 그러다 보니 학부와 석, 박사는 토목환경공학을 전공했음에도, 졸업 후에는 테네시주립대 미생물학과 박사 후 연구원과 송도에 있는 극지연구소를 거쳐 현재 일하고 있는 농업생명공학과까지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환경 미생물들을 연구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호수의 부영양화 탓에 고농도의 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박테리아의 활동을 사전 예측하는 연구와 바이오에너지 작물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토양 내 질소 순환 박테리아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박테리아는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가장 작은 생명체이지만, 지구 상에 존재하는 그 어떠한 생물계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생물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나 어떠한 환경 조건에서도 존재할 뿐 아니라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박테리아들을 연구하면서, 하나님께서 이 작은 생명체들에게 부여하신 법칙이 얼마나 오묘한지 감탄하고 경외하는 마음을 갖게 됩니다. 진화가 제 전공은 아니지만, 환경미생물을 연구하는 연구자로서 이미 생물 진화가 우리 삶에 얼마나 녹아 있는지를 설명할 때 “항생제는 어떤 방법으로 복용하세요?”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같은 항생제를 장기간 복용하지 않는 것, 다른 종류의 항생제를 돌아가며 복용하는 것, 예방 목적으로 절대 복용하지 않는 것 등 상식에 가까운 항생제 복용법들이 생물 진화의 개념(선택압과 자연선택)에서 나온 전략이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사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이미 진화의 개념을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외조부는 감리교 목사님이셨고 많은 모태신앙인들이 그렇듯 성인이 된 후 자연스럽게 입교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당시에 저는 환경미생물 실험실에서 학부 인턴으로 일하던 중이었고, 실험을 마친 후 참석한 첫 입교 교육은 저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 교육을 맡으신 목사님께서 “재진 형제, 진화는 거짓입니다.”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진화의 개념과 기작을 이용한 실험을 배우고 수행하던 제게는 너무나도 당황스러운 선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전에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던 문제라 별다른 질문 한 번 해보지 못한 채 입교 교육과 입교식을 마쳤습니다. 이후로도 이 문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 그리스도인이던 지도 교수님과의 대화 중에 ‘신앙과 과학’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으시는지 여쭈어보았으나, 뭐 하러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느냐는 핀잔만 들을 뿐이었습니다. 혼자서 관련 서적들을 찾아보았지만 소위 창조과학 부류의 서적이나 리처드 도킨스로 대표되는 무신론자들의 주장만 넘쳐났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랜 시간 동안 나름의 공부와 고민을 통해 ‘진화적 창조론’과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면서 마음속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기회가 있을 때면 하나님께서 법칙과 질서들을 통해 백억 년에 걸쳐서 우주를 창조하시고 우리를 창조하셨다는 것이 어떻게 보면 더 감동적이지 않느냐는 의견을 온라인, 오프라인에서 피력해보기도 했지만 그건 비겁한 생각이라는 말까지 듣게 되고 나서는 그러한 생각을 마음속에만 묻어두게 되었습니다.

 

팟캐스트의 시대가 도래한 후, 저는 실험이나 운전 중에 몇몇 팟캐스트 방송을 즐겨 들었습니다. 애청하던 방송 중 하나가 양희삼 목사님께서 진행하는 팟캐스트 방송이었는데, 우연히 2015년 말 한국으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우종학 교수님께서 출연하신 편을 듣게 되었고, 너무나도 큰 위안을 받아 몇 번이고 다시 들었던 기억이 여전히 선명합니다. 다시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다른 한국인 연구자들과 교수님의 저서를 공동 구매하여 함께 읽고 토론하기도 하면서, 함께 생각하고 함께 논의하고 함께 신앙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공동체의 중요성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 계신 어머니께서 웃음 반 걱정 반으로 연락을 주셨습니다. 중학교에 들어간 제 조카가 학교에서 진화를 배운 후 교회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고요. 저는 어머니께 우종학 교수님의 저서와 유튜브 영상들을 보내며, 걱정하지 마시고 조카에게 전해달라고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그래도 사춘기라 쉽지 않을 수 있겠지요. 하지만 제가 우종학 교수님의 저서와 방송 강연을 통해 큰 위안을 받았고 신앙의 동지들과 함께 바른 창조 신앙의 길을 탐색했듯이, 언젠가는 제 조카도 “자연이라는 책에 드러난 하나님의 위대한 섭리와 지혜 그리고 오래 참으심에 깊이 감격하고 더 높이 찬양하게 된다.”는 책의 구절처럼 과학 지식과 삶의 경험이 쌓여 갈수록 더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도버 재판에서 지적 설계는 과학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온 것이 벌써 15년 전의 일이지만, 원고 측, 피고 측, 그리고 판사도 공통으로 예견한 바와 같이 이와 관련된 논란이 여전히 끊이지 않음을 종종 보게 됩니다. 때로는 걸어도 걸어도 변함이 없고 끝도 없을 것만 같은 길 앞에 서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 걸음 한 걸음 과신대 사역을 함께 해나가시는 모든 분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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