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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대 이야기/과신대 사람들

박희주 교수님을 소개합니다.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4. 28.

 

제26회 콜로퀴움 강사이신 박희주 교수님을 강의 전 잠깐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동안 어떤 공부를 하셨고 어떤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지 여쭤보았습니다. 친절하고 자세히 답변해주셔서 그 내용이 아래에 담아봤습니다. 

 

 

제가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1980년대 초였습니다. 고등학교 때 신앙을 갖게 된 저는 대학 들어와서 소위 과학적 진리와 성경적 진리 간의 관계에 대해 조금은 불편한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둘 다 진리인데 두 진리 간의 관계가 어떤지 궁금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우려스럽기도 했습니다. 과학의 시대에 종교는 미신에 가까운 것 아닌가 종교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창조과학이 그 시기에 한국에 소개되었고 수용하지는 않았지만 관심은 갖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전자공학을 전공했지만 두 진리의 관계에 대한 관심이 커져 대학원에서는 과학의 역사로 전공을 바꾸었습니다. 과학사에서 갈릴레오 논쟁, 진화론 논쟁 같은 과학과 종교의 갈등도 다룬다고 들었기 때문입니다. 석사학위는 다윈의 진화론의 역사적인 형성과정을 다루는 논문을 썼고, 박사학위는 미국의 반창조론 운동의 역사에 대한 논문을 썼습니다. 그동안의 연구논문들은 상당부분 이와 관련된 주제들입니다.

 

저의 관심사의 변천에 대해 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동안 진화론 논쟁의 역사, 생명현상을 다루는 생명과학의 역사에 관심을 가졌는데 지금은 관심의 초점이 좀 이동을 했습니다. 생명에서 마음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이와 병행해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은 지금도 여전히 던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과학의 역사를 통해 과학이론이 변천하는 과정을 보아왔고, 과학사회학에서는 과학이론을 생산하는 과학자 사회에 대한 분석을 통해 과학지식 생산의 사회적 측면을 들여다보는 연구들을 살펴왔습니다. 과학철학을 통해서는 과학의 철학적 토대를 살폈습니다. 최근에는 이에 더해 과학지식의 생물학적 차원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과학은 결국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해석은 역사적으로 변해왔고, 사회 문화적으로 형성되며, 철학적으로 정당성을 부여받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과학지식을 대상으로 삼은 역사적, 사회적, 철학적 분석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제는 과학지식을 생산하는 인간 자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자연현상을 탐구하는 주체로서의 인간이 가진 생물학적 특성이 그가 생산하는 과학지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관심입니다.

 

예컨대 우리는 인간에 고유한 다섯 가지 감각기관과 정보처리 기관인 뇌를 통해서 세상을 경험하고, 우리 몸과 그 몸을 둘러싼 환경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는 과정을 통해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식을 생성해 간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지식, 즉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의 이해는 이러한 생물학적 차원으로부터 일정 부분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뇌과학에서는 우리 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시각적으로 외부세계를 재구성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합니다. 우리가 보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실재가 아니고 인간의 감각기관, 정보처리기관을 통해 인간의 버전으로 재구성한 것이란 겁니다.

 

이런 생각을 확장해 개인적으로는 소위 과학적 진리 역시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버전의 해석이 아닌가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습니다. 자연현상에 대한 인간버전의 해석은 불변의 보편적 진리는 아니지만 인간이 주어진 환경 속에서 생존하는 데는 매우 유용한 지식이라고 생각합니다. 17세기 과학보다는 현재의 과학이 그리고 현재의 과학보다는 미래의 과학이 인간의 생존에 더욱 유용하고 강력한 지식이 될 것입니다.

 

요약하면 과학은 실재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객관적 보편적 진리는 아니지만 우리의 생존에 유용한 지식이란 겁니다. 그래서 좀 급진적인 생각일지 모르지만 현대 과학은 우주보편적인 지식이라기보다는 인간의 고유한 생물학적 특성이 반영되고 인간의 생존에 유용한 지구인의 과학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요즈음 해봅니다. 과학에 대한 이러한 관점은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떤 함의를 가질까 이런 사색에도 빠져듭니다.

 

이러한 고민은 결국 진리란 무엇인가? 진리는 어떻게 아는가? 진리를 안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라는 문제로 귀결되는 것 같습니다. 대학 졸업 후 과학사로 전공을 바꿀 때 가졌던 과학적 진리와 종교적 진리에 대한 고민의 틀 속에서 지금도 사색에 잠긴 저를 발견합니다.

 

※ 제26회 과신대 콜로퀴움 안내 및 신청: https://bit.ly/3eq95h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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