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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SF영화와 기독교] 8. 블랙 위도우: MCU의 멀티버스(Multi-verse) 이해하기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7. 21.

블랙 위도우 Black Widow, 2021

액션, 모험, SF / 미국 / 134분 / 2021.07.07 개봉
감독 : 케이트 쇼트랜드
주연 : 스칼릿 조핸슨(나타샤 로마노프 / 블랙 위도우), 플로렌스 퓨(옐레나 벨로바), 레이첼 와이즈(멜리나 보스토코프), 데이빗 하버(알렉세이/레드 가디언), 레이 윈스턴(드레이코프)

 

  마블(Marvel)의 영화가 개봉하는 것을 보니 여름이다. 해마다 여름에 마블 영화들이 개봉했고, 2008년 아이언 맨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23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이 영화들은 MCU(Marvel Cinematic Universe)로 통칭하는데, 마블 코믹스의 원작을 바탕으로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 히어로 영화들이다.

 


 

  마블 스튜디오는 큰 스토리 라인을 구분하고 이를 ‘페이즈’(phase)라고 부른다. 페이즈 1은 아이언맨(2008), 인크레더블 헐크(2008), 아이언맨 2(2010), 토르: 천둥의 신(2011), 캡틴 아메리카: 퍼스트 어벤져(2011), 어벤져스(2012) 여섯 편이다. 페이즈 2는 아이언맨 3(2013), 토르: 다크 월드(2013),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2014),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014),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앤트맨(2015) 여섯 편이다. 이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2016), 닥터 스트레인지(2016),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2017),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 토르: 라그나로크(2017), 블랙 팬서(2018),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앤드맨과 와스프(2018), 캡틴 마블(2019), 어벤져스: 엔드 게임(2019), 스파이더 맨: 파 프롬 홈(2019) 등 11편이 페이즈 3을 이었다. 여기까지를 MCU는 ‘인피니티 사가’(The Infinity Saga)로 불렀다.

 

  그리고 2021년 블랙 위도우에 이어, 이터널스(2021), 샹치 앤 레전드 오브 텐 링즈(2021),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2021), 토르: 러브 앤 썬더(2022), 닥터 스트레인지 인 멀티버스 오브 매드니스(2022),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2022), 더 마블스(2022)를 페이즈 4로 개봉할 예정이다. 이러한 극장용 영화 외에 드라마 시리즈로 완다 비전, 팔콘과 윈터 솔져, 로키 등이 제작 상영되었다.

 

 

  이처럼 복잡다단한 마블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나는 두 가지로 구분하고자 한다. 우선 큰 스토리 라인이다. 즉 여러 히어로들이 등장하는 메인 스토리다. 어벤져스 시리즈로 보면 된다. 어벤져스(2012),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2018),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 등이다. 이 내용이 메인 스토리를 이어가며, 대부분의 히어로들이 등장한다.

 

  이어 각 히어로들의 이야기가 어벤져스의 단계마다 등장한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토르, 헐크 등이 어벤져스 시작부터 등장하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는 악당 타노스,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블랙 팬서 등이 추가로 등장한다. 마블에는 전 지구적, 아니 전 우주적 메인 스토리의 전개가 있고, 각 인물의 국지적인 스토리들이 병행한다. 메타- 내러티브의 흐름 속에 내러티브들이 존재한다.

 


 

  코로나 상황에서 2020년에는 마블 영화가 상영되지 않았으나, 이번에 블랙 위도우가 개봉했다.  암호명 블랙 위도우(스칼렛 요한슨)는 러시아 출신의 스파이다. 본명은 로마노프, 그녀는 러시아의 스파이였으나 극적으로 어벤져스 팀에 합류하였고, 여성 히어로로 활약했다. 블랙위도우는 아이언맨, 헐크, 호크 아이,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와 함께 어벤져스: 시빌 워,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그리고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맹활약했다. 그리고 인피니티 사가의 마지막 편이라 할 수 있는 어벤져스: 엔드 게임에서 타노스를 물리치기 위한 소울 스톤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스스로 생명을 내어 주었다. 그녀의 희생으로 소울 스톤을 확보한 어벤져스 팀은 빌런 타노스를 물리쳤다. 그러나 블랙위도우는 죽었고 사가에서 사라졌다.

 

  이번에 개봉한 블랙 위도우는 그녀 개인의 이야기다. 즉 그녀의 어린 시절, 그리고 러시아 스파이가 된 배경 등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 시빌 워 이후의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유아기 러시아의 비밀 스파이 조직 레드룸에서 잔인한 킬러로 길러진 로마노프는 가장 뛰어난 암살자로 활약하지만, 스파이의 삶에 환멸을 느끼고 탈출을 감행하고 어벤져스에 합류한다. 그러나 어벤져스 팀은 시빌 워에서 소위 소코비아 협정 문제로 양분되는데, 아이언맨 팀과 캡틴 아메리카 팀으로 나뉘어 서로 싸운다. 블랙 위도우는 캡틴 아메리카 팀에 합류하여 이 싸움에 휘말렸고, 어벤져스 팀은 서로 상처만 남긴 채 흩어지고, 2년 뒤 공통의 적인 타노스에 대항하기 위해 다시 만난다.

 

 

  영화 블랙 위도우는 바로 이 기간, 어벤져스: 시빌 워 이후 잠적했다 재등장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까지의 약 2년 동안 잠적해 있던 블랙 위도우가 어떤 곳에서 어떤 일을 했는지 추적한다. 마음에 큰 상처를 입은 블랙 위도우는 어벤져스를 떠나 헝가리 부다페스트의 한적한 산속으로 떠난다. 세상을 등지고 조용히 살기 위해서다. 하지만 세상은 그녀를 그냥 두지 않았다. 알 수 없는 존재인 태스크마스크의 공격을 받은 블랙 위도우는 겨우 목숨만 건진 채 부다페스트의 은신처로 피한다. 거기서 자신의 동생이자 역시 레드룸의 스파이였던 옐레나와 조우한다.

 

  블랙 위도우와 옐레나는 자신들을 잔인한 스파이로 양성하고, 자신들의 정신을 조종했던 드레이코프와 레드룸 조직을 없애기 위한 작업에 착수하는데, 자신들을 어릴 때 길렀던 양아버지 알렉세이와 양어머니 멜리나를 찾아나선다. 20년 만에 극적으로 상봉한 가족 아닌 가족 네 명이 드레이코프와 그의 강력한 살인무기 태스크마스크와 맞서 싸우는 것이 영화의 주 내용이며 한 마디로 본 영화는 블랙 위도우 번외 편이다.

 


 

  그럼 이제 마블 영화의 주 세계관을 살펴보고, 이어 블랙 위도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MCU 즉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기본 세계관은 멀티버스(Multi-verse)다. 그들은 다중 우주를 기본 소재로 이용한다. 지구라는 세계가 있는 우리 우주가 있고, 그 너머에 또 다른 우주가 존재한다. 그 세계로부터 빌런(악당)들이 등장한다. 두 세계는 태서랙트라 불리는 큐브로 이동 가능하고, 두 우주는 서로 맞물려 있다. 닥터 스트레인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리더인 스타로드, 그리고 아스가르드의 신 토르 등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초인적 능력을 갖췄다. 물론 악당 타노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2021년 드라마 시리즈로 방영된 로키(Loki)에서는 이 주제를 더욱 발전시킨다. 2012년 어벤져스에서 악당으로 등장한 로키는 아스가르드의 토르의 형제지만, 치타우리 종족을 이끌고 시공간을 넘어 뉴욕을 침공한다. 어벤져스 팀의 활약으로 치타우리 족을 물리치고, 로키를 사로잡지만, 로키는 극적인 순간에 큐브를 이용해 탈출한다. 큐브는 로키를 고비 사막 한가운데에 데려다 놓는다. 이어 3명의 알 수 없는 요원들이 시간의 문을 열고 등장해 로키를 검거해서 데려간다. 그가 호송되어 간 곳은 TVA(Time Variance Authority) 시간변화관리국이다.

 

  로키 시리즈에서 MCU는 다중우주를 제시하고, 절대자인 어떤 존재가 다르게 흐르는 두 시간대를 하나로 통합하여 관리하는 TVA를 창설하여, 시공간을 혼란하게 하는 존재들(로키를 포함)을 검거하여 제거하는 일을 한다. 그러므로 로키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혼란스럽고, 주인공들은 시공간을 건너뛰며, 시간의 끝과 공허, 그리고 그 너머의 세계를 묘사한다. 마블의 핵심 세계관인 다중우주, 즉 멀티버스를 표방한다.

 

  MCU의 또 다른 주요 세계관은 신화적 세계다.  아스가르드, 오딘, 토르, 라그나르크 등은 북유럽 신화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이터널스에 등장하는 주 내용은 고대 수메르 신화에 기반한다. 특히 인상적인 캐릭터는 마동석이 연기하는 길가메시다. 길가메시는 수메르 신화에서 신과 맞서 싸우는 반신반인(半神半人) 영웅이다.

 

  마블의 또 하나의 주요 세계관은 초인 사상이다. 일찍 독일의 철학자 니체가 말한 초인, 즉 위버멘쉬(Übermensch)다. 영어로 Superman이다. 생태적으로 인간이지만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여 인류를 구원하는 초인적 존재다. 아이언맨, 블랙팬서 등은 로봇공학의 결합체이고, 캡틴 아메리카, 헐크 등은 화학공학으로 완성된 초인이다.

 

  마블 영화들은 또한 최근의 과학적 이론인 양자역학을 적극 활용하는데, 대표적 영화가 앤트맨,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엔드게임 등이다. 이러한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시공간을 거슬러 가기도 하고, 공간을 뛰어넘기도 한다. 양자역학의 핵심인 불확정성의 원리, 엔트로피 등의 개념을 활용한다. 아울러 최근에는 성차별, 인종차별을 넘어 여성 히어로인 블랙위도우, 캡틴 마블, 흑인 히어로인 블랙팬서, 아시아인 히어로 샹치 등이 등장한다.  

 

 

  이번 영화 블랙위도우는 특히 여성성을 강조한다. 레드룸의 리더 드레이코프는 어린 소녀들을 납치해서 스파이로 키운다. 그 과정에서 드레이코프는 철저한 그루밍과 심리 조작, 더 나아가 화학적 조작으로 여성들을 장악하고 조종한다. 블랙위도우는 드레이코프의 조작을 극복하는 인물인 동시에 여성에 대한 남성의 지배와 우월을 극복하는 인물이다. 블랙 위도우는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영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복잡하고 다양한 세계관의 마블 영화들을 볼 때 우리는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비판한 것은 비판하고, 취할 것은 취하면 될 것이다. 우선 마블이 주장하는 신화, 멀티버스 우주관, 초인적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쯤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마블이 제시하는 세계관을 성경적으로나 신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평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몇 가지 취할 점도 있다. 우선 MCU가 제시하는 메타-내러티브는 유용하다. 큰 흐름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는 점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다. 최근 신학은 성경에 대한 통전적 해석을 다양하게 시도한다. 성경 전체를 관통하는 큰 주제, 큰 흐름에 주목한다. 톰 라이트,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등은 성경을 하나의 드라마, 하나님의 드라마(Theo-drama)로 이해한다. 감독은 하나님, 마블의 용어로 보면 각 페이즈가 있고, 페이즈마다 등장하는 주인공들이 있다. 톰 라이트에 의하면 우리는 제5페이즈의 세계에 살고 있다. 즉,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과 재림  사이에 하나님의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또 우리는 멀티버스를 성경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성경적 용어로는 ‘하늘과 땅’이다. ‘하늘’은 하나님의 영역, ‘땅’은 인간의 영역이다. 하늘은 땅보다 더 높은 차원으로 우리의 시공간을 초월한다. 그러나 하늘은 땅을 포함하고 있고, 땅의 영역에 개입한다. 성경에서 하늘문이 열린다는 표현이다. 하나님이 인간의 역사에 개입하고 드러내시는 표현이다. 하늘과 땅은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고 땅에서 기도하는 것이 하늘의 개입을 촉구한다.

 

  물론, 마블의 영웅들은 초인적 존재로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고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는 자기를 희생하심으로 악을 해결하신다. 따라서 성경적 영웅은 초인적 존재가 아니라, 겸손한 제자도를 따르며 자기를 희생하며 섬기는 자다.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면서 마블의 영화들을 접한다면 유익할 것이다. 이런 개념을 숙지하고 올겨울 개봉할 이터널스를 기다려보자. 그리고 그 기저에 깔린 세계관을 파악해 보자. 즐겁고 흥미로운 영화보기가 될 것으로 의심치 않는다.  

 


 

글 | 김양현

하울의 움직이는 아빠로 방송과 잡지에 영화 칼럼을 기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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