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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과신대 칼럼

[자문위원 칼럼] 21세기 천동설: 과학적 연구방법론에서 바라본 창조과학과 근본주의 교회의 문제점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1. 7. 6.

 

 

21세기 천동설: 과학적 연구방법론에서 바라본 창조과학과 근본주의 교회의 문제점 

 

 

중세 가톨릭 교회뿐만 아니라 종교개혁을 주도했던 마틴 루터와 장 칼뱅도 천동설을 지지하고 지동설을 부인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1-3]. 자연 세계가 운행되는 원리와 법칙에 대한 연구는 과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성서의 문자적 해석만이 절대적 진리라고 생각했던 중세 교회는 성서의 기록과 배치된다는 이유로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를 부정하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했다. 16세기 교회가 성경의 이름으로 과학자들을 정죄했던 사건은 성서와 교회의 권위를 실추시키는데 한몫을 했다. 중세 가톨릭 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하여 종교개혁을 이끌었던 루터와 칼뱅조차도 천동설을 지지했던 것은 성서의 문자적 이해를 기반으로 자연 세계를 설명하는 것이 잘못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볼 수 있다. 


그런데, 과학의 시대 21세기에 아직도 성서의 문자적 해석만이 절대적 진리라고 믿으면서 과학자들을 정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창조과학자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과학자라고 말하면서도 최고의 과학 저널들에 게재된 논문들의 연구 결과를 부정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이렇게 과학적 연구 결과를 부정하는 창조과학을 과학계에서는 유사과학 또는 사이비 과학이라 부르고 있다[4]. 창조과학자들이 주장하는 젊은지구론이나 창조 지질학과 같은 구체적인 주장에 대하여는 이미 여러 논문과 저서에서 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5-6]. 본고에서는 창조과학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과학적 연구방법론을 바탕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과학적 연구방법을 부정하는 창조과학


물리학이나 생물학 분야의 과학자들은 모든 연구를 진행할 때 반드시 과학적 연구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과학적 연구 방법에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질문이 있을 경우 먼저 가설을 세운다. 그리고 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한 실험 방법을 고안한 후에 실험을 진행하면서 과학적 데이터를 수집한다. 이때 모든 실험이나 관찰은 적어도 세 번 이상 반복하여 재현성이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자연과학 연구에서는 동일한 실험을 반복하더라도 매 실험에서 완벽히 똑같은 결과를 얻을 수는 없다. 따라서 과학자들은 실험 결과를 발표할 때 반드시 오차범위를 제시한다. 여러 번의 반복 실험에서 오차범위 이내의 유의미한 결과를 얻을 경우 과학자들은 비로소 논문을 작성하고 유명 저널에 논문을 투고한다. 


세계적인 저널들은 과학자들이 투고한 논문을 동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다른 과학자들에게 보내어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게 하며, 적어도 두 명 이상의 동료 과학자 평가에서 승인을 받은 후에 논문의 게재를 허락한다. 특히 세계 최고의 저널인 네이처 또는 사이언스는 가혹할 정도로 엄격한 평가를 거친 논문만을 게재한다. 과학 논문의 평가에서 가장 중요한 평가 항목은 신규성, 창의성, 재현성, 그 결과의 객관적 서술이다. 그중에 재현성은 논문의 게재 여부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평가 요소이다. 과학저널에 게재된 논문들은 게재된 이후에도 동료 과학자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만일 이미 발표된 논문의 연구 결과가 제삼자에 의해서 재현되지 않을 경우 과학자들은 그 논문의 오류를 지적하고, 해당 논문의 저자들은 과학 계에서 퇴출을 당하게 된다. 화석의 연대나 운석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측정법을 비롯한 다양한 연대 측정 방법은 이미 과학자들에 의해서 수십 년 동안 검증되어 온 방법으로서 그 결과들은 오차범위 내에서 인정받는 것들이다. 우주와 지구의 역사, 그리고 생물의 진화에 관한 논문들도 지난 100여 년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에 의해 검증되어 이제 진화론은 과학자들이 자연의 법칙 수준으로 인정하는 이론이 되었다. 그러나 창조과학자들은 엄격한 평가 과정을 거쳐 세계 최고의 과학저널에 게재된 논문들의 연구 결과들을 대부분 부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본인들이 절대시 하고 있는 성경의 문자적 해석과 다르다는 것 때문이다. 


창조과학회 임원 중의 한분은 “창조과학회에서는 네이처, 사이언스에 게재된 논문들의 연구 결과를 왜 부정하는가?”라는 나의 질문에 대하여 이렇게 대답한 적이 있다. “나는 과학에는 관심이 없고 하나님의 창조에만 관심이 있다.” 이러한 창조과학자들의 태도는 과학자로서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과학적 논문들과 논문들에서 사용된 연구 방법을 부정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해야만 하는데, 창조과학회에서 제시하는 자료에는 그런 근거가 매우 부족해 보인다. 

 

 


2. 주관적 신념의 함정에 빠진 창조과학   

 

과학적 연구 결과를 평가할 때 과학자들이 가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세는 객관성이다. 즉, 자연현상을 관찰하거나 연구 데이터를 분석할 때 주관적인 선입관을 갖고 연구에 임하는 사람은 과학자로서의 자격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주관적인 신념이나 절대적인 사상을 가진 사람은 자연을 바라볼 때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때문에 자연의 올바른 모습을 제대로 볼 수가 없다. 창조과학자들은 창세기 1장에 기록된 창조의 6일을 근거로 하여 온 우주가 약 6천 년 전에 창조되었다는 젊은 우주론을 절대적 진리로 믿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이들은 물리학자들의 연구결과 밝혀지고 있는 오래된 우주 역사를 부정하게 된다. 


창조과학자들이 절대적 신념 체계를 갖게 된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은 일점일획이라도 틀림이 없다라는 믿음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우주는 약 6천 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주관적 신념을 절대적 진리로 생각하는 한 이들은 과학자로서의 기본자세를 상실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주관적 신념을 갖고 데이터를 바라보는 것을 심리학에서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고  부른다[7]. 과학자로서 훈련을 잘 받은 사람일지라도 종교적 신념 때문에 확증 편향을 갖게 되면 데이터를 선택적으로 취하거나, 편향된 방법을 동원하여 자연현상을 설명하는 경향성을 띄게 될 것이다. 나는 창조과학자들이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 우주 만물을 객관적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3. 창조과학에 의존하는 근본주의 교회의 문제점 

 

신학자는 성경을 연구하는 사람이지 과학자는 아니다. 따라서 보수적인 신학자들과 한국 교회들은 창세기에 대한 해석이 필요할 경우 창조과학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 교회의 창조과학에 대한 의존성이 너무 강하다 보니 창조과학의 문제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보수적인 교단과 목회자들은 창조과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속에서 바라보는 창조과학의 문제점은 한국창조과학회의 이사였던 P 교수가 장관 후보자에서 탈락하는 사건을 기점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21세기 첨단 과학의 연구 결과를 부정하는 사람이 장관이 될 수 없다는 비판으로 인하여 P 교수는 창조과학회 이사직을 사임하고, 결국 장관 후보를 사퇴하였다[8]. 이때부터 창조과학을 비판하는 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게 되었고, 생물학연구정보센터(BRIC)에는 창조과학 연속 기고문이 실려 창조과학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9]. 이러한 창조과학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세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의 보수 교단들은 창조과학을 지지하고 있다. 진화론을 수용하면서 동시에 하나님의 천지 창조를 설명하는 유신론적 진화론에 대하여 합동신대 교수들이 “유신 진화론 배격” 선언을 한 것을 보면 아직도 한국 보수교단에서는 진화론이라는 현대과학의 중심이론을 철저히 배척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현대과학의 연구 결과를 배척하고 창조과학의 문자주의적인 해석을 지지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상황이 지속되자 과학적 사고를 하는 청년들은 성경이 비과학적이라면서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이것은 지독한 아이러니이다. 하나님의 천지창조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자 하는 창조과학의 노력의 결과가 창세기를 뒷받침 하기는커녕 오히려 “창세기는 비과학적인 책”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창조과학에서 주장하는 젊은 우주론, 홍수지질학, 태양이 있기 전 식물이 생존설은 각각 현대 물리학자, 지질학자, 그리고 생물학자들의 비웃음거리가 된 지 이미 오래되었다. 


16세기 천동설은 가톨릭 교회의 권위를 떨어뜨리는데 그쳤지만, 21세기 천동설로 불리는 창조 과학은 성경의 권위를 크게 훼손시켰으며, 현대 과학자들로 하여금 “성경은 첫 페이지부터 틀린 책”이라고 오해하게 만들었고, 과학을 배운 청년들로 하여금 교회를 떠나는 계기를 제공해 주고 있다. 한국 교회들이 확증 편향에 빠져 있는 창조과학의 그늘에서 속히 벗어나 과학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미주

 

1.  Kobe,  D.  H.  (1998).  Copernicus  and  Martin  Luther:  An  encounter  between science and religion. American Journal of Physics, 66(3), 190-196.
2.  Zwart,  J.  (2009).  Science  and  John  Calvin:  A  Review  Essay.  Pro  Rege,  38(1), 27-31.

3. 김병훈, 교회에서 유신 진화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발언에 대한 유감(2) (2020. 2. 19). 코람데오닷컴http://www.kscoramdeo.com/news/articleView.html?idxno=16476

4. 전승민. 창조과학이 과학이 아닌 까닭 : 동아사이언스 (2017. 9. 4) http://dongascience.donga.com/news.php?idx=19610

5. Dutch, S. I. (1982). A critique of creationist cosmology. Journal of Geological Education, 30(1), 27-33.
6. Hill, C. A., Moshier, S. O. (2009). Flood Geology and the Grand Canyon: A Critique. Perspectives on Science & Christian Faith, 61(2).

7. Allen, M., & Coole, H. (2012). Experimenter confirmation bias and the correction of science misconceptions. Journal of Science Teacher Education, 23(4), 387-405.

8. 윤희훈. 박성진 중기부 장관 후보자 자진 사퇴 (종합) (조신비즈 2017. 9. 15)

9. 김택중. 창조과학이 한국 사회와 기독교회, 그리고 나에게 끼친 부정적 영향. BRIC 동향 (2017. 09. 12) https://www.ibric.org/myboard/read.php?Board=news&id=286775

 

 

글 | 김익환 교수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부, 과신대 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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