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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종교는 비이성적이고, 비과학적인가?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2. 10.

 

"이성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아."

"그건 과학적으로 말이 안 돼!"

 

종교에서 나타나는 여러 현상에 대해 비 신앙인들이 보이는 일반적인 반응입니다. 다분히 회의적이죠. 이성이나 과학은 어떠한 현상에 대해 이해나 분석을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이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도구가 과연 종교를 판단하고 입증하기에 타당한가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우선, ‘종교는 비이성적이다’부터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리처드 도킨스가 믿음에 대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믿음이란 이성적으로 사고하면서 증거를 평가해야 할 의무를 회피하는 엄청난 구실, 엄청난 변경거리다. 믿음이란 증거가 없는데도, 아니 어쩌면 증거가 없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믿음은 논증을 통해 스스로 정당화하지 못한다." 한 마디로 종교적인 믿음은 허황되다는 의미입니다.

 

이성을 중요시했던 계몽주의 철학자인 칸트와 흄은 이성에는 한계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형이상학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이성이 정확하게 작동하리라는 것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습니다. 오스트리아의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쿠르트 괴델은 '불완전성의 정리'라는 이론에서 이성의 능력을 입증할 수 없는 ‘이성의 무능력’을 증명하였습니다. 이성이 자신의 권위와 능력을 확증하는 데 사용될 수 없다는 인식을 더욱 강화시켜 주었습니다.

 

마르크스, 다윈, 프로이트는 무신론자들의 무기와도 같은 존재들이죠. 하지만 이들이 던진 인간 사상의 본질, 생존을 위한 '자연선택', 잠재의식의 욕구와 욕망에 대한 질문은 이성을 중요시하는 무신론자들이 쉽게 답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질문이 아닐까 합니다.

 

 

다음으로, ‘종교는 비과학적이다’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토머스 헉슬리는 동물학자이자 다윈의 막강한 지지자입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신조를 받아들이면, 과학의 생명은 끝난다.” 미국의 과학 철학자인 바스 판 프라센은 “과학은 관찰 가능한 자연 과정 속의 규칙성을 관찰 가능한 것 너머에 존재하는 실제에 관한 진리를 통해 설명하라는 요구를 단호히 그리고 일관되게 거부한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들의 의미는 종교는 과학 너머에 존재하는 것으로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과학과 종교의 영역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죠.

 

영국의 생물학자이자 노벨 의학상 수상자인 피터 메더워는 “초월적 질문은 종교와 형이상학의 몫으로 남겨두는 것이 최선이다. 과학이 대답할 수 없고, 또 아무리 과학이 진보하더라도 해결할 수 없는 질문들이 존재할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는 왜 여기 존재하는가, 삶이 목적은 무엇인가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과학의 한계를 명확히 구분하는 말입니다.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종교를 이성이나 과학으로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도킨스의 말과는 달리 삶에 대한 의미적인 물음은 이성과 과학이 아닌 믿음으로 해결하는 것이 옳은 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 덧붙이는 글 >

 

1948년, 영국의 선도적 철학자이자 무신론자였던 버트런드 러셀과 신앙인이었던 프레드릭 코플스턴이 논쟁을 벌인 바 있습니다. 1998년에 그 논쟁의 50주년을 맞이하여 러셀-코플스턴 논쟁이 재연되었습니다. 무신론자인 앤터니 플루와 코플스턴의 직계 후계자인 철학자 크레이그의 논쟁입니다. 그 후 앤터니 플루는 죽기 전에 유신론자로 선회하였으며, '존재하는 신' (원제 : There is a God)이란 책을 썼습니다.

 

한편, 2007년에 리처드 도킨스와 옥스퍼드 대학교 수학자 존 레녹스가 논쟁을 벌였습니다. 도킨스는 레녹스에게 무신론의 핵심 사상인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토대 위에서 너무나도 무기력하게 반박당하였습니다. 이성과 과학이 무신론이 아니라 신의 존재를 지지할 수도 있음을 많은 사람이 인식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이상은 알리스터 맥그래스의 ‘신 없는 사람들’을 읽고, 종교가 이성과 과학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라는 것과 이성과 과학, 그리고 종교 간 관계에 대해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글을 썼습니다. 감사합니다.

 


 

글 | 김완식 (comebyhere@daum.net)

대학원에서 독서경영을 전공하였으며 키워드 패턴 서평쓰기와 글쓰기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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