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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2. 10.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세계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을 읽고

 

<모든 순간의 물리학 -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물리학의 대답> / 카를로 로벨리 지음 / 김현주 옮김 / 쌤앤파커스 펴냄 / 148쪽 / 1만 2000원

 

학창시절에 기본 과목의 하나로서 과학을 배우기는 했지만, 더 심도 있게 과학을 공부하려면 관련 서적을 읽어야 할 것이다. 특히나 물리학은 어려운 전문 용어들과 복잡한 공식들로 인해 선뜻 발을 들이기는 어렵다. 그리고 읽어야 할 분량 또한 많아서 더욱 망설이게 된다. 그런데 분량도 적은 데다가 비교적 쉽게 써놓아 제법 수월하게 읽히는 책을 만났다.

 

카를로 로벨리의 <모든 순간의 물리학>은 200페이지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소설들보다 적은 분량이지만 물리학에 대한 핵심적인 내용이 확실하게 정리되어 있다.

 

이 책의 첫 장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대하여 적절한 삽화와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게 소개해 준다. 저자는 상대성이론에 대해 무엇인가를 이해하기 시작했을 때의 감동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상대성이론은 어려워 보이지만 작용 원리를 알게 되면 매우 간단하다. 기존에는 공간이 하나의 거대한 통과 같을 것이라는 뉴턴의 가설이 있었다(고전역학).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맥스웰과 패러데이의 전자기장 개념을 바탕으로 중력장이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이 중력장을 설명하려고 방정식을 만드는 과정에서 아인슈타인은 중력장 자체가 공간이라는 발상을 하게 된다(일반상대성이론). 이에 따르면 공간은 세상을 구성하는 물질 중 하나이며 유동적인 실체이다. 그리고 공간은 물질이 있는 곳에서 곡선을 이룬다. 이 설명을 통해 블랙홀에 대해 말할 수 있다. 자신의 연료인 수소를 모두 태운 거대한 별은 빛을 잃게 되고, 열기마저 사라지면 스스로의 무게에 짓눌리게 된다. 그리고 공간을 매우 강하게 휘게 만들어 빛조차도 빠져나올 수 없는 구멍이 만들어진다(블랙홀).

 

 

저자인 카를로 로벨리는 이탈리아 출신의 물리학자로서, 양자이론과 중력이론을 결합해 "루프양자중력" 이라고 하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 블랙홀의 본질을 새롭게 규명했다고 한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사이의 모순을 해결하고 서로 호환시키려는 시도에서 나온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공간이란 유동성 있는 연속적인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양자역학에서 공간이란 양자로 이루어진 미세한 과립 구조이다. 루프양자중력이론에서는 아주 미세한 '공간 원자'로 공간이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이 공간 원자들이 고리(루프)로 연결되어 관계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때문에 루프양자중력이론이라고 부른다. 루프양자중력이론은 아직까지는 실험을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여러 실험을 거치는 과정에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플랑크의 별'이 있다. 별의 수명이 다해 블랙홀이 만들어지고, 블랙홀 안에서 별을 구성하던 물질들이 가라앉아 원자 하나 크기의 플랑크의 별이 된다. 그리고 이 플랑크의 별은 최대로 압축되면 다시 팽창하기 시작하고 블랙홀을 폭발 상태에 이르게 한다. 우주가 탄생한 순간에 만들어진 블랙홀의 신호를 관찰하면 양자중력 현상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관찰하고 측정할 수도 있다. 다만, 초창기의 우주에 우리가 관찰할 수 있을 만큼 블랙홀이 많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도 이 신호를 찾는 연구가 이미 시작되었으므로 두고 보아야 한다.

 

양자역학과 입자이론에서 공간은 유동적인 입자들로 차 있다. 1970년대 입자이론을 정립한 결과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한 '기본 입자의 표준 모형'이라는 이론이 탄생하였다. '특정한 힘에 몇 가지 전자기장들이 상호 작용을 한다'는 표준 모형의 논리는 수많은 실험을 거쳐 입증되었으나 진지하게 다뤄진 적은 없었다. 어딘가 부족하고 매우 복잡한 이론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표준 모형에는 눈에 띄는 결함이 또 한 가지 있었다. 천문학자들이 은하들 주위의 거대한 물질 무리가 별을 끌어당기고 빛을 굴절시키는 중력을 지닌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물질 무리는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래서 '암흑 물질'이라고 불린다.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암흑 물질을 제외하고, 표준 모형은 우리가 이 세상의 물질들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다만 표준 모형 이론을 통해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암흑 물질은 전체 우주 물질의 85%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을 관측하기 위해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계속하여 실패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볼 수 없는 암흑 물질은 수많은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물리학에 대한 탐구는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사유로 나아간다. 우리는 각자 세상에 대한 한 명의 관찰자이기 때문이다. 이중슬릿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관찰자는 중요한 존재이다. 관찰자의 유무에 따라 빛은 입자가 되기도 하고 파동이 되기도 한다. 가능성과 확률로서만 존재하던 것을 실재화하는 것은 관찰자이다.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서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며,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 속에 더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불확정적이고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잠재태가 된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내 안의 도덕법칙을 경이라고 말한 칸트의 말을 되새겨보게 된다.

 

신비로운 우주, 생성과 소멸 그리고 쉼없는 에너지의 장.  우주는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 같다. 미지의 영역을 밝히기 위해 과학은 실험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류에 유익한 방향으로 개발하는 것이 그들과 우리에게 주어진 사명이 아닐까?  무한히 확장하는 우주처럼 우리의 가능성은 끝이 없다. 그리고 수많은 가능성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도 자기 자신의 몫이다.

 


 

글 | 노은서

감신대 예비 신입생. 과학과 신학에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공부하고 서평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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