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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마더, 안드로이드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2. 10.

넷플릭스 영화

< 마더 안드로이드 > 감상

 

 

1. 요즈음 정치권에서는 한국이 망하게 되었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외국에서는 그렇지 보지 않은 모양이다. 최근에 한국의 문화가 폭발적으로 전세계적으로 뜨고 있다. 어제 우리나라에서 만든 아기상어댄스의 유튜브 영상 조회수가 100억뷰가 넘었다고 한다.  전 인류가 한 번 이상 시청하고도 남을 정도라고 하니 대단한 기록이다! 2위와의 격차도 23억 뷰 이상 차이가 난다고 하니 당분간 이 기록을 경신할 다른 영상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2. 몇 년 전 싸이의 강남스타일로 뜨기 시작하던 한국 문화가 BTS에 이르러서는 비틀즈 이래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영화 ‘기생충’, ‘미나리’, 한국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 세계적인 선풍을 일으키는 영화가 최근에 너무 많이 나와서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3. 그런데 최근에 본 미국 영화는 아예 한국을 유토피아로 묘사하고 있다. 맷슨 톰린 감독이 만든 넷플릭스의 2022년 최신 개봉 영화 <마더 안드로이드>는 인간을 돕기 위해 만든 AI 로봇 ‘안드로이드’가 어느 날 갑자기 반란을 일으켜 인간을 공격한다는 이야기다.

 

4. ‘로봇’이라는 용어는 체코의 극작가 카렐 차페크가 1920년에 쓴 그의 희곡 R.U.R(Rossum’s Universal Robots)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이 희곡에서 인간과 똑같이 만든 인조인간이 인간을 말살하고 권력을 잡는다는 스토리다. 그 로봇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AI와 기계공학 기술이 접목하여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5. 이 영화에서는 인간과 똑같이 생기고 말하고 생각하는 AI 로봇 안드로이드가 널리 보급되어 집집이 집사로 쓰이고 있다.  안드로이드는 인간의 말에 복종하고 절대 인간을 공격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만일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인간의 말을 듣지 않으면 “10.2.6.6”라고 말하면 무조건 복종하게 되어있다. 그런데 어느 해 크리스마스에 이 로봇의 OS를 일제히 업그레이드하는데, 이상(?)을 일으켜서 갑자기 인간을 공격하는 로봇으로 돌변하는 대참사가 일어난다. 안드로이드는 미국의 대도시를 장악하고 주인공인 임신한 여자 조지아(클로이 모레츠 분)와 남자친구 샘(알지 스미스 분)은 도시를 빠져나와 숲에서 피신생활을 하다가 군부대로 피신한다. 아기를 낳아 안전하게 기르고 싶어하는 그들은 일단 아직 로봇에게 점령되지 않은 도시 보스턴으로 가게 되지만, 최종적으로 가고 싶어 하는 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국가인 한국이다.

 

6. 영화는 SF영화치고는 스토리 전개가 조금 지루하고 엉성해 보인다. 마지막 부분에 한국에 가는 배에 타려고 하는 장면이 나온다. 두 남녀는 간난 아기를 데리고 보스턴 항구에서 막 한국으로 떠나려 하는 배에 탑승하고자 한다. 그러나 배의 승무원은 1살 이하 아기만 한국에 갈 수 있다고 하면서 부모의 탑승을 거절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이 한국에 몰리기 때문에 모든 사람을 받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조지아는 아기 포기문서에 서명을 하고 아기를 승무원에게 넘겨주고 눈물의 이별을 한다. 그런데 승무원의 복장이 영 한국 사람이 아니다. 마치 북한군이나 중국군 같은 복장을 하고 있다. 아기 포기각서에서만 한국어가 보인다. 이 영화가 전혀 한국인 스텝의 참여가 없이 만들어진 영화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장면이다.

 

 

7. 영화에서 인상에 남는 대화가 하나 있다. 안드로이드부터 조지아를 구출해 숨겨준 안드로이드 제작에 참여했던 AI 프로그래머 아서와의 대화다. 조지아가 아서에게 어떻게 절대로 인간을 공격하지 않게 설계된 안드로이드가 인간을 공격하게 되었느냐고 물으니, 아서는 안드로이드는 절대 이 세상에 탄생하면 안 될 로봇이라 하면서, 점점 똑똑해진 안드로이드가 인간의 약점을 알아 그것을 해킹하였다고 한다. 인간의 약점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그것은 ‘사랑’이라고 한다. 안드로이드는 감정이 없게 때문에 자기가 죽거나 남을 헤쳐도 전혀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효율적으로 목적을 달성하는데, 인간의 사랑은 지금까지 인간이 생존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지만 로봇과 대항하는 데는 그것이 최대의 약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8. 이 영화는 안드로이드를 기반으로 한 SNS 플랫폼과 스마트폰으로 인류를 통제하려 하는 구글을 비판하는 영화로 보인다. 그런데 데이터 과학자들은 AI 인공지능의 기반이 빅데이터의 용량이 획기적으로 증대하여 어느 시점을 넘으면 창발 현상이 일어나 인간처럼 스스로 생각하고 창조하는 시점이 온다고 예언하고 있다.

 

 

9. 유사이래 2003년까지 인류가 만들어 낸 데이터의 크기는 5 EB(TB의 백만 배) 정도인데, 요즈음은 이틀에 한 번꼴로 이 정도의 데이터가 생성되고 있다고 한다. 뉴욕 타임즈의 하루 기사 양이 17세기 영국 성인 남성이 평생 얻는 정보의 양과 같다고 한다. 현재는 ‘약 인공지능의 시대’인데, ‘강 인공지능 시대’가 되면 데이터가 물질처럼 될 수 있다고 한다. 데이터가 결합되고 연결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원자가 물질이 되기 위해서는 10의 23승은 되어야 하는데, 그 수를 ‘아보가드로 넘버 Avogadro's number’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빅데이터의 크기가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창발(떠오름)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예측한다.

 

‘떠오름 현상’이란 하위 계층(구성 요소)에는 없는 특성이나 행동이 상위 계층(전체 구조)에서 자발적으로 돌연히 출현하는 현상을 말한다. 무생물에서 생명의 탄생하게 된 거나, 원시 생물이 진화하여 의식을 가진 고등 동물이 되는 것을 이러한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구글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의 크기는 10의 18승 엑사 바이트 수준이다. 아보가드로 넘버를 뛰어넘는 요타 바이트 10의 24승 수준이 되려면 100만 배가 더 늘어야 한다. 현재 데이터는 18개월마다 2배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런 추세라면 앞으로 20년 전후가 되면 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게 데이터가 충분히 많아지면 생명 현상처럼 특이한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10. 그러니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시대가 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바둑이 그것을 증명했다. 기술문명 발달은 인류가 추구하는 목적과 달리 인간을 파괴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 핵무기 개발과 탄소 배출에 의한 환경 파괴가 이미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 유발 하라리는 그의 저서 <사피엔스>(김영사)에서 인간은 신에게 도전할 만큼 똑똑해 졌지만 스스로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면서 불만은 많고 무책임한 존재라 했다. ⓢ

 


 

글 | 송윤강

과신대 기자단으로 활동하면서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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