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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털보 과학관장이 들려주는 세상물정의 과학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9. 13.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읽고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이정모 지음|바틀비|288쪽

 

 

“과학은 배워서 뭐해요?”

“과학은 과학자 될 사람만 배우면 되는 거 아니에요?”

보통 사람들에게 과학은 어떤 느낌일까? 학생들은 보통 입시를 위해서 과학을 배우고, 일반인들에게 과학은 멀게만 느껴진다. 과학이라는 단어는 관련 종사자에게만 필요한 단어라고 생각한다. 정말 그럴까? 이 책에서는 과학이 우리 삶에 얼마나 밀접한 관련이 있는지 다시금 생각할 기회를 만들어준다.


흔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과학책’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과학 법칙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생각난다. 이를테면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과학책에서는 “전자레인지에서 나오는 전자파는 사실 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비데에서는 전자레인지보다 20배나 많은 전자기파가 나온다. 휴대전화도 마찬가지다. 위험하다고 해도 김치 정도다.”라는 정보전달에서 이야기를 마친다. 결론이라고 해봐야 ‘그러므로 안심하고 핸드폰이나 전자레인지를 사용해도 된다.’ 정도일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는 “제발 휴대전화는 귀에 대고 조용히 통화하자. 그게 주변에 있는 시민들의 정신건강에 좋다.”라고 결론을 짓는다. (‘공포의 전자레인지’ 중에서)


어떻게 보면 엉뚱한 결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과학이 정말 실생활에 적용된 사례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이렇게 과학을 통하여 우리의 삶과 과학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 준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생각을 한다. 그런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을 할 때도 있고, 전혀 근거 없는 것을 믿으며 과학적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다. 창조과학이 바로 그 한 예이다. 창조과학은 엄밀히 따지자면 과학이 아니다. 창조과학 단체에서 제시하는 과학적인 근거들은 사실 과학적이지 않다. 이러한 점은 실제 전공 과학자들에게 이미 증명된 바이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창조과학에 ‘과학’이라는 단어가 붙은 모순에 눈살을 찌푸릴 것이다. 하지만 과학 관련 지식이 없는 일반인은 이러한 사실을 알 수 없으므로, 그들이 제시하는 근거를 논리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반대로 뒤집어보면 이것은 과학을 멀게 생각하는 사람의 핑계라고도 볼 수 있다. 창조과학에 붙은 ‘과학’이라는 단어 때문에, 무조건 그것이 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무분별한 판단을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 것이다. 잘 생각해보면 굳이 과학적인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그 논리의 비합리성이나 근거의 빈약함에 대하여 충분히 따져볼 수 있다. 또한, 창조과학에서 주장하는 바의 핵심 사상의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정도의 질문도 충분히 해볼 수 있다.

 


사람들은 과학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무조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사람들에게 과학이 얼마나 우리와 친근한 것인지 알려준다. ‘창의적인 허세’라는 장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장은 “도널드 트럼프의 행동은 여러모로 수컷 침팬지와 그들의 지배의식을 떠올리게 한다.”라는 글로 시작한다. 이 장의 결말은 어떨 것 같은지 상상해 보시라. 마지막 단락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트럼프 당선자와 박근혜 대통령이 잘 모르는 게 있다. 우리는 침팬지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는 침팬지와 다른 DNA를 1.2퍼센트 가지고 있다. 수컷 침팬지와 같은 과시 행동이 영원히 통하는 게 아니다. 허세는 곧 들통 난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알파 수컷의 지배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이 단락을 함께 읽은 당신은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 책은 2018년 1월 5일에 초판이 발행되었다. 그 당시 이 책의 저자인 이정모는 서울시립과학관 관장이었고, 현재는 국립과천과학관 관장이다. 그는 과학관이 그저 ‘구경하는’곳이 아닌, ‘체험하는’곳이 되길 원했다. 본래 과학관이 생기게 된 유래는, 과학자들이 연구하던 물건들을 모아놓은 곳이었다고 한다. 즉, 과학관의 원래 일은 ‘연구’라는 얘기다. 그는 과학관을 통해 과학자만 연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과학을 쉽게 생각하고, 과학적인 사고를 하도록 도울 수 있는 곳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 책은 그의 그러한 의지가 담긴 책이다. ‘자신의 위치를 찾는 사람’이라는 장에서 과학에 대한 그의 진지한 생각을 읽을 수 있다.

 

“별자리는 과학이 아니다. 그래서 천문학과에서는 별자리를 가르치지 않는다. 하지만 별자리는 어린이를 과학으로 인도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별자리 교육이 느닷없느냐 의미가 있느냐는 얼마나 과학적인 내용을 담느냐에 달려 있다. 그저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고 해서 과학 대중화 운동은 아닌 것이다.”


나는 일반인의 입장에서, 과학이 대중화되었으면 좋겠고, 과학이 쉽게 다가왔으면 좋겠고, 많은 사람이 과학을 영화나 드라마처럼 마음을 열고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리고 그 책임은 언제나 과학자들에게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무조건 쉽고 재밌게 과학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과학을 배우지 않겠다’라는 편견과 아집이 나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떤 물건을 소비할 때는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 마찬가지로 과학의 대중화에 대해 과학자와 일반인 모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과학자가 과학의 대중화를 위한 자신의 책임을 진 책’이라고 본다.

이 책은 과학책인 동시에 칼럼이면서 에세이집이기도 하다. 그만큼 넓은 스펙트럼의 독자층에게 어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무엇보다 이 책은 아무 생각 없이 읽어도 낄낄 웃음이 날 만큼 재미있다. 누구라도 이 책을 손에 잡고 읽기 시작한 순간, 어디에서 멈추어야 할지 모르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달콤, 살벌한 와인의 맛’의 마지막 단락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지구가 더워질수록 와인은 좋아지고 에어컨은 더 자주 틀어야 하며 이를 위해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해야 하고, 다시 지구는 더 더워지고 에어컨을 더 틀고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배출되는 악순환이 되다가 어느 순간에는 와인마저 맛을 잃는 순간이 오고야 말 것이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에 그때가 온다는 게 문제다.”



 

글 | 이혜련 편집위원(1221hannah@hanmail.net)

아들 둘, 딸 둘과 하루하루 인생을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 하나님과 삶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다가 과신대를 만나 초보 기자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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