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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신뷰/기자단 칼럼

다윈의 자연선택 이론에 대하여

by 과학과 신학의 대화 2022. 10. 14.

이 내용은 2022년 9월 21일에 있었던 2022 가을 카오스 강연(주제: 진화) 중

장대익 교수의 ‘다윈과 진화론의 역사’ 강연을 기반으로 하여 작성한 것입니다.

 


 

1. 다윈 이전에 지구의 다양한 생명체의 존재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은 ‘존재의 대사슬(The Great Chain of Being)’이 대표한다.

‘존재의 대사슬’이란 만물이 가장 낮은 위치의 무생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신에 이르기까지 계층적으로 조직되어 있다는 우주의 질서에 관한 개념이다.

 

Didacus Valades의 1579년 존재의 대사슬(출처 : 위키백과)

 

 

2. 이를 다윈은 다음과 같이 그렸다. 다윈의 생명 나무tree of life라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종의 기원]에 있는 나오는 유일한 도식이다.

 

 

다윈은 나무가 가지 쳐서 분기하는 것처럼 생명은 진화한다고 했다. 생명의 역사는 새로운 종이 기존의 종으로부터 가지를 쳐온 과정인데, 오늘날 우리가 보는 생물들은 가지치기를 통해 말라 죽지 않고 살아남은 맨 끝 가지들이라는 것이다.

 

 

3. 그런데 이 그림으로 인하여 진화론에 대한 오해가 생겼다.

아래 그림은 우리가 인간의 진화에 관하여 책에서 가장 많이 본 그림일 것이다.

 

출처: https://www.sciencetimes.co.kr/news/인류-진화-삽화-사용금지-촉구/

 

이 그림은 침팬지가 침팬지와 사람의 중간 단계인 호미니드(hominids)로 발전하고, 호미니드는 다시 현생 인류(homo sapience)로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생물학자들은 이 그림이 진화론을 잘못 표현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대중의 심각한 오해를 불러일으킨다고 한다. 이 그림 때문에 원숭이가 인간의 조상이라는 오해가 생겼다고 한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다윈 이전의 존재의 대사슬의 개념을 가지고 진화를 생각하기 때문이다.

 


4. 그러나 진화는 그렇게 일직선으로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의 조상이 호모 사피엔스만은 아니다. 많은 고인류가 나타났지만 호모 사피엔스만 빼고 다 사라진 것이다. 
그러므로 진화 모델은 아래 그림처럼 강이나 나무줄기 모양에 가깝다. 여러 줄기가 나타났다가 합쳐지고 또 갈라지는, 복잡한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호모 사피엔스는 굉장히 낮은 확률로 살아남은 것이다.

 

출처: https://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8499.html

 

그러므로 원숭이가 결코 사람이 될 일은 없다. 이미 원숭이와 사람은 공통 조상으로부터 오래전에 분화된 것이며, 그 때문에 앞으로 서로 섞일 일은 없으며 각각 서로 다른 종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흔히 진화는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진화에는 방향이 없다. 환경에 가장 적합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떻게 진화할지는 환경이 결정한다.

 


5. 자연 속에는 어떻게 해서 많은 복잡한 개체들이 존재하게 된 것일까?
사람들은 직관적으로 뭔가 더 지적인 존재가 그것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자연신학자 윌리엄 페일리는 그의 저서 『 자연신학』에서 이렇게 말했다.

 

“풀밭을 걸어가다가 돌이 발에 챘다고 상상해 보자. 그리고 그 돌이 어떻게 거기에 있게 되었는지 의문을 품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것은 항상 거기에 놓여 있었다고 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돌이 아니라 ’시계‘를 발견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어떻게 그것이 그 장소에 있게 되었는지 답해야 한다면, 앞에서 했던 것 같은 대답, 즉 잘은 모르지만, 그 시계는 항상 거기에 있었다는 대답은 거의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시계는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즉 어느 시대, 어느 장소에선가 한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제작자가 있어야 한다. 그는 의도적으로 그걸 만들었다. 그는 시계의 제작법을 알고 있으며 그것의 용도에 맞게 설계했다.”

시계는 시계공이 만들었겠지만 시계보다 더 복잡한 눈(眼)은 누가 만들었을까?
자연 세계는 자연보다 더 큰 존재가 만들었을 것이다. 그것은 신일 수밖에 없다. 왜? 자연보다 더 뛰어난 지적 존재이어야 하니까. 이것이 다윈 이전에 생명의 복잡함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6. 그런데 다윈은 같은 질문에 대하여 다른 대답을 했다.
그는 자연적인 원인만으로 생명의 복잡함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연세계 속에 존재하는 복잡한 것이 덜 복잡한 것으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을 아주 기계적인 메커니즘으로 설명했다.

 

 

자연 속의 어떤 생물이든지 완전히 똑같은 것은 없다. 이것을 변이(variation)라고 한다. 그런데 이 변이 때문에 개체 사이에 생존과 번식에서 차이가 발생한다. 환경에 더 적합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더 많이 살아남는 것이다. 이것을 차별적 적합도(differential fitness)라 한다. 그런데 차별적 적합도가 있더라도 그것이 대물림되지 않으면 큰 변화가 생기지 않는다. 똑 같은 과정을 반복하게 될 뿐이다. 살아남는데 유리한 변이가 대물림되는 것을 유전성(heritability)라 한다. 이렇게 대물림된 변이의 차이가 처음 집단과 마지막 집단 사이에 교배가 불가능할 정도로 커지면 종분화(speciation)가 일어나는 것이다.

다윈은 변이(variation), 차별적 적합도(differential fitness) 그리고 유전성(heritability)이 종분화(speciation)의 필요 충분조건이라 했다.  이 세 가지 조건만 맞으면 진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키는 과정을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라 이름을 붙였다.

“만일 어떤 개체들에 유용한 변이들이 실제로 발생한다면, 그로 인해 그 개체들은 생존투쟁에서 살아남을 좋은 기회를 갖게 될 것임이 분명하다. 또한 대물림의 강력한 원리를 통해 그것들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자손들을 생산해낼 것이다. 나는 이런 보존원리를 간략히 ‘자연선택’이라고 불렀다” - 다원 『종의 기원』 제4장

 


7. 이러한 원리로 자연세계는 덜 복잡한 것이 더 복잡한 것을 만들어내고, 수많은 다양성과 정교함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윈은 이러한 과정이 오랜 시간에 걸쳐 점진적, 누적적으로 일어남으로써 눈과 같은 복잡한 기관의 진화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는 마치 금고털이범과 같다고 한다. 10개의 숫자가 다 맞아야 문이 열리는 금고가 있다. 아무리 유능한 금고털이범이라도 한 번에 10개의 숫자를 다 맞출 수는 없다. 그러나 첫 번째 숫자를 맞추고, 다음에 두 번째 자리를 맞추고 ….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맞추어 가다가 최종적으로 열 번째 자리가 맞으면 금고문이 열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누적적인 선택((cumulative effect of natural selection)의 과정인 것이다. 아주 근소한 차이의 변이가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적으로 쌓이면서 새로운 종이 탄생하는 것이다.

 


8. 따라서 진화에는 설계도가 필요 없다.
우리는 어떤 복잡한 기계를 보면 그 기계는 어떤 목적을 위해 어떻게 만들어질지 미리 정해 놓은 설계도에 따라 제작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복잡한 사물을 볼 때 사람이 가지는 직관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자연은 그렇지 않다. 각각 다른 변이를 가진 여러 개체 중에서 아주 작은 차이라도 생존에 유리한 변이를 가진 것이 살아남는다. 그렇게 살아남은 개체 중에서 다시 조금 더 유리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살아남는다. …. 이런 식으로 변이가 누적적으로 쌓여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복잡한 생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일어나는 종 분화를 사람이 직접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급격하게 변화는 환경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도 종이 분화되는 과정이 직접 관찰되기도 한다.

 

 

9. 생명의 큰 나무

 

출처 : 2008 Leonard Eisenberg. 장대익 강의 슬라이드에서 재인용

이 복잡한 부채 모양의 그림은 39억 년 전에 탄생한 생명의 분화과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생명의 부채 위쪽 맨 가장자리가 현존하는 생명의 종들을 나타내고 있다. 부채의 왼쪽은 박테리아 같은 하등 생물이며 오른쪽으로 갈수록 고등 생물이며 맨 끝 부분에 호모 사피엔스가 있다.

 


10. 자연선택이론은 라 마르크의 ‘획득형질유전설’과 다르다.
‘획득형질유전설’은 기린 같이 목이 긴 동물은 높은 곳에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목을 계속 늘어뜨리다가 목이 길어진 것이며, 그 길어진 목이 유전을 통하여 점점 더 길어져서 지금 같이 목이 긴 기린이 만들어졌다는 가설이다. 독일 학자 바이스만이 생쥐 꼬리를 계속 자르고 그 생쥐들의 후손 꼬리의 길이를 확인하는 실험을 통해 획득 형질이 유전됨을 부정했다.

이에 반해 자연선택 이론은 기린의 조상 중에는 목의 길이에 대한 다양한 변이를 가진 개체가 존재했는데, 그중에서 목이 긴 개체가 먹이를 먹는데 유리하여 살아남아서 오늘날과 같은 기린이 되었다는 것이다. 다위니즘(Darwinism)이라 하면 바로 이 자연선택이론을 말한다. 오늘날 집단유전학, 발생생물학, 분자생물학 등 현대 진화이론은 바로 이 자연선택 이론을 기반으로 하여 발전하고 있다.

 


11. 자연을 연구하면서 진화론(자연선택 이론)을 이해해야 하는 이유
진화론은 통합적 이론이다. 물질의 세계, 생명의 세계 그리고 인간에게까지 통용되는 이론이다. 자연의 신비함에 대한 감탄에 그친다면 ‘자연’이라는 글자를 못 읽는 것이다. 진화의 렌즈를 끼지 않고 읽으면 자연에 대하여 문맹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12. 자연 선택 이론은 위대하지만 여전히 위험한 생각이다.
적어도 생명의 다양성과 정교함을 신의 설계 없이 자연적 원인으로 설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자연 선택 이론이 신의 존재 여부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윈은 그의 이론에 대한 비판을 의식하여 [종의 기원] 맨 마지막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넣었다.

“(창조자의 의해) 처음에 몇몇 또는 하나의 형태로 숨결이 불어넣어진 생명이 불변의 중력 법칙에 따라 이 행성이 회전하는 동안 여러 가지 힘을 통해 그토록 단순한 시작에서부터 가장 아름답고 경이로우며 한계가 없는 형태로 전개되어 왔고 지금도 전개되고 있다는, 생명에 대한 이러한 시각에는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 - 『종의 기원』 제2판 맨 끝 문장

 


13. 진화도 신의 설계에 포함되는가?
‘진화 법칙을 신이 만들었다’는 생각은 과학 이론이 될 수는 없다. 이런 이론은 책임질 수 없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검증 불가능하고, 새로운 이론의 예측을 불가능하게 하는 이론은 과학이론이 아니다. 그러므로 진화가 신의 설계방법이라고 주장할 수 있지만, 과학이론으로서는 부적합하다.

종교와 과학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종교에는 경전이 있다. 경전에 대하여 재해석은 할 수 있지만 틀렸다고는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학에서는 어떤 탁월한 이론이라도 틀렸다고 주장할 수 있다.

 


14.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도 진화론을 부정하는 사람이 많다.
인류의 기원에 관한 한국갤럽의 조사(2013)에서 창조론 32% 진화론 45% 모름/의견 없음 23%로 나왔다.
개신교 신자 중에서 창조론을 믿는 사람은 75%, 진화론을 받아들이는 사람은 14% 모름/의견없음은 11%였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종교가 없다고 한 사람 중에서도 창조론을 믿는 사람이 17%나 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참고1) 우리나라 저출산의 이유: 지나친 수도권 인구 밀집
2020년 우리나라 출산율 0.84로 출산율 조사를 발표하는 세계 198개국 중 꼴찌라고 한다. 세계 평균은 2.4명이다. 우리나라 인구의 수도권 밀집은 출산 동기를 낮추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고 한다. 수많은 연구가 인구밀도가 높으면 출산율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물은 자기 주변에 얼마나 개체가 많은가에 따라 번식을 늦추기도 하고 빨리하기도 한다. 왜냐하면 생존경쟁이 심해진다고 생각하면 더 경쟁력 있는 자녀를 낳기 위하여, 출산을 늦추고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더 투자하게 된다. 그러면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은 더 늦어지게 되고, 심하면 자녀를 낳지 못하게 된다. 

 


(참고2)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점차 약해지는 이유
일반적으로 접촉을 통하여 전달되는 바이러스는 독성이 약해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고 한다. 바이러스는 숙주의 자원을 이용하여 복제를 한다. 그런데 바이러스가 너무 강한 독성을 가지고 있으면 숙주의 자원을 너무 많이 이용하여 숙주를 일찍 죽게 만듦으로 다른 숙주로 바이러스 전파를 어렵게 한다. 반면에 독성이 너무 약해도 전파가 어렵게 된다.  왜냐하면 독성이 약하다는 것은 숙주의 자원을 적게 이용하고 복제를 적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접촉을 통하여 전달되는 바이러스는 중간 정도의 독성을 지니며 강한 전파력을 가지는 방향으로 진화한다.

 


 

글 | 송윤강 편집위원

과학강연, 영화, 도서 등 과학 관련 리뷰를 기고하고 있다. 현재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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